나도 웃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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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31호
2011년 12월 26일 (월)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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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웃으면서 ‘웃음’을 가르침의 교과서로 삼아온 스승 한 분이 숨을 거두었다. 그가 마지막 남긴 말은, 입고 있는 옷에 손대지 말고 그대로 화장해달라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그의 유언대로 하는데, 갑자기 화장터 하늘에 찬란한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고인이 주머니 속에 폭죽을 가득 넣어두었던 것이다. 과연 그는 웃음으로 한평생 삶을 끌어온 사람답게 웃음으로 죽음을 희롱하면서 세상을 하직했다. 만사에서 웃음을 일궈내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에게는 고통도 시련도 없는 법이다.
- 장회익 《새들은 과외수업을 받지 않는다》 중에서

어느 미래학자는 21세기의 경쟁력으로 ‘유머’를 꼽았다. 이를 방증하듯 기업에서는 ‘FUN’경영을 외치고, 방송에서도 예능이 대세다. 유머는 대인관계를 더욱 부드럽게 만들 뿐 아니라 상황이 좋지 않을수록 사람들은 유머에서 위안을 얻고 활력을 찾는다. 녹록치 않은 인생에서 유머는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활력소이자 재능이다.

유머의 힘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묘비명으로 유명한 조지 버나드 쇼는 독설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극작가이자 소설가, 비평가로 94세까지 장수하면서 유머러스한 촌철살인의 명언을 많이 남겼다. 한 신문사 기자가 그에게 금요일에 결혼하면 불행해진다는 속설을 믿느냐고 묻자 그가 답하길 “물론이죠. 금요일이라고 예외일수는 없지요”라고 했다고 한다.

청록파 시인으로 잘 알려진 조지훈(본명은 동탁). 그는 아름다운 시도 많이 남겼지만 유머 있는 사람으로도 유명했다. 그가 어느 날 한 강의에서 아호雅號인 지훈芝薰의 유래에 대해 얘기를 했다. “내 호가 처음에는 지타芝陀였지. 마침 여학교 훈장으로 갔는데, 내 호를 말했더니 학생들이 얼굴을 붉히더군.

그래서 곰곰이 생각하니 ‘지타’라는 아호가 뜻이야 아주 고상하지만 성姓을 붙이니까 발음이 ‘조지타’가 되는데 그 애들이 내 호에서 다른 무엇을 연상했나 봐. 그래서 할 수 없이 ‘지훈’으로 고쳤어.”


때로 유머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도 한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후세인 오바마. 그가 공화당의 존 매케인에 맞서 대통령 후보로 나왔을 때 공화당에서는 오바마의 미들네임을 걸고 넘어졌다. 거리에 오바마를 아랍인으로 그린 포스터가 등장할 만큼 오바마에 대한 여론은 나빠졌다.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였던 사라 패일린은 “세계가 우리를 위험에 빠뜨린 테러리스트와 동조하는 인물을 선택할 만큼 미국을 형편없는 나라로 볼까 봐 두렵다”며 공격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고 유머러스하게 대처했다. “제게 이름을 지어주신 분은 아버지입니다.

그리고 매케인이 지어준 미들네임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저놈’입니다. 제 아버지는 제가 대통령에 출마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 하셨나 봅니다.” 그 뒤로 매케인의 공화당 캠프에서는 후세인이라는 미들네임을 사용하는 전략을 포기했다.

유머의 과학
유머는 단순히 웃는 행위가 아니다. 자신의 또 다른 표현방법으로서 대인관계에서 불필요한 긴장이나 대립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며 원활한 소통의 통로로 활용된다. 직장인 1백 명과 대학생 1백 명을 대상으로 유머가 일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긍정적인 유머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은 부정적인 유머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보다 대인관계나 삶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웃으면 뇌에 산소공급이 많아지고 면역력이 높아지는데, 미국 로마린다 의대 리 버크 교수와 웨스틴뉴잉글랜드 대학 캐슬린 딜런 박사는 사람들이 코미디 프로그램을 볼때 백혈구와 면역글리불린이 많아지고 면역을 억제하는 코르티솔과 에프네피린이 줄어드는 현상을 발견했다.

웃는 동안 뇌에서는 엔돌핀과 엔케팔린 등의 물질이 나와서 고통이 줄어들고 스트레스가 풀린다. 미국 UCLA 존슨 암센터의 마거릿 스터버 박사 팀은 아이들이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면 통증을 더 오래 참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아이들은 코미디 쇼를 보며 웃는 횟수와 비례해 쇼가 재미있을수록 아픔을 더 잘 참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재미있는 것을 보거나 들을 때 뇌에서는 이성적인 판단을 주관하는 전두엽과 기억 및 감정과 관련 있는 변연계 등 여러 부위가 함께 활성화된다. 한 예로 미국 UC샌프란시스코 연구팀이 16세 소녀의 왼쪽 전두엽을 전기로 자극하자 소녀는 약한 전류에서는 미소를 지었고, 강한 전류에서 깔깔 웃으며 쾌활하게 행동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한 유머는 창의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창의력의 핵심은 고정관념을 탈피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인데, 사람들이 유머를 느낄 때는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예상 이외의 대답을 들었을 때이다. 일상적인 사고의 흐름에서 벗어났을 때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린다.

영재아동 105명과 일반아동 105명을 대상으로 창의성과 유머 감각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영재아동은 일반아동에 비해 창의성이 높고 유머 감각도 높았으며 유머스타일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사회적 유머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머 감각도 노력하면 발전한다
코미디언들을 생각해 보자. 그들은 프로그램의 한 코너를 위해 많은 시간 동안 아이디어를 짜내고 연습해서 사람들을 웃긴다. 그들의 개그는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사람들은 어디선가 들은 유머가 재미있어서 지인들에게 얘기했는데 반응이 영 시원치 않을 때 자신이 유머 감각을 타고나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 개그코미디학부 신상훈 교수는 “유머는 선천적인 재능보다 후천적인 노력이 더 중요하며 누구나 금세 일취월장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한다. 타고난 유머 감각의 소유자는 아니더라도, 또 코미디언들처럼 머리를 쥐어짜지 않더라도 조금만 노력하면 인생의 활력소가 되어 줄 유머 감각을 키울 수 있는 길이 있다.

유치해도 된다
유머의 기본은 유치해져야 하는 것일지 모른다. 유머 감각이 없는 사람의 대부분은 자신만의 확고한 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좀처럼 그 틀을 깨려 하지 않기 때문에 유머도 자신의 틀에 맞는 것만 받아들이기 쉽다. 하지만 자신의 코드와 맞지 않더라도 장르를 가리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다양한 유머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틀을 깨는 게 중요하다. 

상식을 넓혀라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는 것만으로 유머러스한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촌철살인의 유머를 구사하고 싶다면 신변잡기적인 이야기에서부터 시사에 이르기까지 박학다식한 상식과 지식이 필수이다. 신문도 읽고, 다양한 분야의 책도 읽어 상식의 폭을 넓히면 넓힐수록 활용할 수 있는 유머의 팁도 많아진다. 

주변을 관찰하라
주변에 재미있고 유쾌한 사람들을 관찰하라.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예능 프로그램을 유심히 보다 보면 유머의 코드를 깨우칠 수 있다. 

유머 리스트를 만들라
어디선가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 책에서 읽은 재미있는 구절, 자신의 경험 등 언제든 활용할 수 있는 자신만의 유머리스트를 만들어 보라. 우리가 외국어를 익힐 때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말문이 트이듯, 꾸준히 유머 리스트를 작성하다보면 언젠가 유머 감각이 트일 수 있다.  

연습하라
유머 리스트에 있는 유머를 사용하고 싶다면 그것을 눈으로만 읽지 말고 소리 내서 자신의 귀로 직접 들으면서 자기 자신부터 웃겨본다. 자기가 보기에도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더할 것이다. 당신의 유머가 아무리 썰렁해도 등 돌리지 않을 가족을 상대로 먼저 연습을 해두는 것도 좋다.

글·정소현 nalda98@brainmedia.co.kr  | 도움 받은 책·《유머가 이긴다》 신상훈, 《한바탕 웃기기》 조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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