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벽돌 바닥에서 올라오는 감촉이 아스팔트길과는 색달라 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인사동. 바닥의 촉감에서 시각으로 감각을 옮기면 고풍스러운 우리의 전통들이 길 따라 펼쳐진다. 그 길 따라 나오는 쌈지길. 이곳엔 전통 속에서 피어난 상상력과 창의력의 꽃들이 반발해 있다. 전통의 과거와 상상의 미래를 이어주는 오작교와 같은 그곳에서, 같은 향기가 날 듯한 창의력 컨설턴트 박종하 씨에게 창의력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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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이 왜 이렇게 중요해진 걸까요?
개인에게도 기업에게도 창의력이 화두가 되는 시대입니다. 그 힘이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고 자신을 개발해주기 때문이죠. 하지만 자신을 지구 밖 창공으로 띄워 더 넓은 시야로 본다면, 두뇌의 무궁무진한 힘인 창의력의 탄생 배경을 우리의 인생을 행복하고 재미있게 만드는 것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창의력을 끌어내는 단편적인 기술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창의력이 필요합니다. 시각을 바꾸는 거죠. 어떤 작품의 디자인을 창의적으로 이렇게 바꿀까, 저렇게 바꿀까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의 전반적인 시각을 바꾸는 것. 그럴 때 창의력은 인생에서 더욱 가치 있는 것이 됩니다. 또한 유연하고 획기적인 창의력도 많이 나오겠죠.
세상은 눈 깜짝할 사이에 빠르게 변합니다. 어제까지 생각한 것을 오늘에 적용하는 것은 이미 늦습니다. 세상의 속도에 따라가기 급급한 것이 아니라 오늘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내일 그것을 적용해나가야 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들 창의력을 가지고 있어요. 누구나 충분히 자기 인생을 창조할 수 있는데 어제와 같은 오늘에 안주하며 산다면 그 능력이 너무 아까운 거죠. 어떻게 태어난 인생인데 같은 모습으로 지루하게 살아갑니까? 모험적이고 재미있고 행복하게 인생을 창조해나가야죠.
창의력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능력이라고 보십니까?
창의력은 어찌 보면 남들과 다른 것, 기발한 생각이라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단순히 그것만은 아니죠. 남과 다른 생각에 생산성이 더해져야 비로소 진정한 창의력이 됩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위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 하는데, 창의력이 엉뚱한 생각만으로 그쳐버린다면 그것은 의미 없는 창의력이겠죠. 아주 실질적으로 경제, 문화, 정치에서 창의력이 일군 생산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이만큼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정치적으로 민주화를 이룬 것도 다 창의력에서 나온 것입니다. 우리나라 여러 분야에 생산성을 향상시킨 것이 바로 창의력인 거죠. 하지만 남을 헐뜯고 비난해서 부정적인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창조가 아닙니다. 그것은 생산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남이 만든 것을 비판하는 비판자가 아닌 새로운 것을 만드는 생산적인 창조자이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창의력이 없다고 말합니다. 바로 그런 생각부터가 창의적이지 못한 겁니다. 간혹 겸손해서 상대방에게 자신의 창의력을 낮추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외부로 표현하는 것에 앞서 스스로 창의적이라고 생각하느냐가 중요합니다.‘사람은 모두 창의적이니까, 나도 창의적이야.’이렇게 자신을 내면에서부터 인정하는 사람은 실제로도 창의적입니다. 반대로 ‘난 창의적이지 못해!’라고 생각하면 정말 창의적이지 못한 거고요. 뇌가 있는 사람 누구나 창의력을 가지고 있기에 있다, 없다가 아닌 잘 발휘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같은 아이디어 발상법을 제시해줘도 사람마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정도와 창의력 발휘에는 차이가 있죠. 평소 창의력이 잘 발휘될 수 있는 뇌의 토양으로 가꿔왔느냐가 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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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을 개발하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창의력을 잘 발휘하고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첫째, 어떤 것이든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넘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하죠. 또한 직접적인 경험도 많이 하고 사람도 많이 만나고, 일도 많이 하고요. 많은 사람들이 천재들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피카소 그림 중엔 1000억 원이 넘는 작품도 있는데요, 언뜻 생각하면 화가가 모든 혼을 담아 평생 동안 그 한 작품에만 매달렸을 것 같죠. 하지만 그런 작품은 유사한 작품들을 수도 없이 반복해서 그리는 작업 속에서 나오는 겁니다. 그런 와중에 섬광 같은 영감에 꽂혀 대작이 나오는 거죠. 뭔가 한 방에 터뜨리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도박과 같은 생각입니다. ‘이것저것 다양하게 해보고 노력하면 잘될 거야.’이런 생각이 현실적인 것이죠. 천재는 장인匠人과 같이 꾸준히 행하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창의력 또한 단편적인 기술과 능력이 아닌 자신의 창의적인 뇌를 믿고, 많은 경험과 포기하지 않는 시도 속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창의력을 풍부하게 해주는 또 하나는, 불확실한 것을 주도적으로 즐기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도적이 아닌 반응적으로 삽니다. 남이 오라면 가고, 유행이라고 하면 따라 하고. 회사에서도 시키는 일만 하는 사원이 있어요. 한편 어떤 사람은 시키기 전에 알아서 하는 것은 물론 더 창조적인 것을 위해 이것저것 시도합니다. 모든 일을 수동적으로 반응하고 지시받아서 하면 책임질 것도 없고, 편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공정한 거래입니다. 편한 것은 편함 딱 거기까지이며 더 이상의 것은 없습니다. 불확실한 것을 주도적으로 해나갈 때는 불안하기도 하고 결과에 책임도 져야 합니다. 하지만 좋은 결과가 돌아올 것을 상상하며 즐겁게 주도해나가 보세요. 편한 제자리가 아닌 어느새 더 가치 있는 자신의 모습이 되어 있을 겁니다. 새로운 것을 즐겁게 해나갈 때 우리 뇌는 경직되지 않은 상태에서 창의력을 마음껏 발산하니까요.
창의력에도 질의 우열이 있을 텐데 그 기준을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마지막으로 해드릴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좋은 상상력이 창의력을 가져옵니다. 상상력엔 나쁜 상상력이 있고 좋은 상상력이 있습니다. 좋은 상상력이란 어찌 보면 긍정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된다고 생각하면 되고, 안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거죠. 어떤 사람에게는 안 되는 이유가 어떤 사람에게는 기회가 됩니다. 백지장 차이라는 것이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나쁜 상상력도 논리적으로 보면 문제될 게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바로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죠. 우리 역사를 볼 때 굴욕과 치욕의 장면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을 확대해서 보지 않고, 그 상황을 극복하고 이뤄낸 긍정적인 면들을 더 크게 보자는 것입니다. 좋은 상상력과 나쁜 상상력은 사람에 따라 주관적일 수 있지만, 그 기준이 되는 것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상상력이 바로 좋은 상상력이라는 것입니다. 좋은 상상력이 좋은 창의력을 낳고, 그 창의력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누구에게나 현재 주어진 상태가 있고 바라는 상태가 있습니다. 현재와 바라는 것과의 차이를 문제라고 본다면, 이 차이를 없애는 것이 문제 해결 방법이겠죠. 내가 월급을 100만 원을 받는데 1000만 원을 받고 싶으면 1000만 원을 벌면 됩니다. 그런데 지금 이런 문제가 있다고 해서 내가 불행한 것은 아니에요. 문제가 있어 오히려 행복한 것입니다. 문제가 있기에 자신의 상태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니까요. 바라는 것이 없어 문제가 없다면, 현재 상태에서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습니다. 그 인생은 무척 지루하겠죠. 문제가 인생을 괴롭히는 요소가 아니라 그것 때문에 인생을 살아갈 이유가 있다고 좋은 상상을 해보세요. 창의력에서 말하는 새로운 시각이란, 기존에 있는 문제를 나쁜 거라고 생각했다면, 이제 그 문제를 좋은 거라고 시각을 바꾸는 것입니다. 좋은 상상력을 가지고 문제의 상황을 즐기는 사람이 생산성도 높아지고 행복하며 재미도 있지 않을까요?
발전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나의 현재 상태를 원하는 대로 계속 변화시키는 것. 우리 모두는 각자의 꿈을 울타리 속에 가두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제한하지 않기 위해 창의력이란 선물을 받았다. 해리포터가 가진 마법의 지팡이와 같은 창의력으로, 인생이란 멋진 학교에 창조라는 마법을 마음껏 부려보자.
글·박영선 pysun@brainmedia.co.kr│사진·강미진 |촬영 협조·쌈지길 책갈피
창의력 컨설턴트 박종하 씨는?
현재 창의력 컨설턴트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박종하 씨는 독특한 직함만큼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고 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고 삼성전자 중앙연구소를 거쳐, 인터넷 벤처기업을 경영했다. 이후 PSI Performance Solution International 컨설팅과 창의력 기업교육 전문회사 ‘The Brain’의 대표를 거쳐 현재는 창의력 강의 및 창의력에 대한 에세이와 칼럼 등을 활발히 저술 중이다. 저서로는 《생각이 나를 바꾼다》, 《아프리카에서 온 암소 9마리》, 《상상력에 불을 지피는 아이디어 충전소》 등이 있다. 좋은 상상력과 나쁜 상상력은 사람에 따라 주관적일 수 있지만, 그 기준이 되는 것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상상력이 바로 좋은 상상력이라는 것입니다. 좋은 상상력이 좋은 창의력을 낳고, 그 창의력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