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던진 한마디 말의 힘

무심코 던진 한마디 말의 힘

뇌와 마음

브레인 29호
2011년 09월 06일 (화)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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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말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말의 힘은 그토록 강력하다.

없던 능력도 만들어내는 말의 힘
세계 최초로 서예 크로키라는 장르를 개척한 석창우 화백이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순전히 아들 때문이었다고 한다. 감전사고로 두 팔을 잃은 그에게 어느 날 열 살 난 아들이 다가와 천진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아빠, 그림 좀 그려줘.” 손가락이 두 개뿐인 이희아 양이 피아노를 칠 수 있게 된 것은 매일 딸의 손을 어루만지면서 자기 손보다 더 예쁘다고 말해준 어머니가 있었던 덕분이다.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벤 카슨 박사가 유능한 의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어머니가 늘 해준 말씀 덕분이다.

세계 최초로 머리와 몸이 붙은 샴쌍둥이 분리 수술에 성공한 그는 어린 시절에 못 말리는 문제아였다. 흑인 빈민가에서 태어나 불량배들과 어울리며 늘 싸움만 일삼던 그에게 어머니는 주문처럼 이렇게 말하곤 했다. “벤, 넌 할 수 있어.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단다.”


미국 예일 대학 심리학과 존 바그 교수는 “우리 뇌는 ‘움직인다’라는 단어를 읽으면 무의식적으로 행동할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특정 단어가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뉴잉글랜드 메이슨 저널에 실린 실험 결과에 의하면 실제로 마취 전문의가 던진 몇 마디가 수술 후 통증과 입원 기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복부 수술을 앞둔 환자 97명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한 집단에게는 의사가 수술 후 얼마나 오래 아플 것인지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다른 집단에게는 수술 과정만 간단히 설명한 다음 수술 후 회복 속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친절한 설명을 들은 환자들이 수술 후에 진통제도 적게 쓰고 퇴원 속도도 사흘이나 빨랐다고 한다. 마취 전문의의 말 한마디가 수술 환자들의 통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 것이다.

뇌는 부정적인 말에 더 민감하다
말의 힘은 이렇게 강하다. 문제는 우리 뇌가 긍정적인 단어보다 부정적인 단어에 더 민감하다는 사실이다. 특히 거친 말은 감정을 주관하는 뇌의 변연계를 활성화시켜 불안과 공격성을 자극한다.

버클리 대학 매리언 다이아몬드 박사는 “부정적인 자극이나 메시지를 계속해서 접하면 두뇌에 미세한 인식의 차이가 발생해 신체의 신호까지 나쁘게 바뀐다”고 지적했다.

부정적인 말에 장시간 노출된 아이들은 학습 능력이 떨어지고 행동이 경망스럽고 성격이 차분하지 못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부정적인 말을 들으면 작업 능률이 떨어지고 실수가 잦아질 뿐 아니라 의사결정 능력이 떨어지는 등 원인을 알 수 없는 무기력증에 시달렸다.


말이 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는 왜 아플까》의 저자 대니언 리더와 데이비드 코필드는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에 근거해 병의 원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인간관계에서 다툼이나 실망 등을 통해 경험하는 심리적인 충격이 실제 물리적인 충격과 같은 강도로 몸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 암과 같은 악성 질환에 시달리는 환자들의 사망 원인을 추적하면, 치명적인 질환이 결정타가 되기 전에 죽음에 임박했다는 의사들의 진단이 영향을 미친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환자가 자신의 죽음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데 권위를 가진 의사의 한마디가 일조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막말과 험담이 상대방에게만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남을 헐뜯는 말에는 분노의 독소가 들어 있기 때문에 그 말을 입에 담은 당사자에게 더 해롭다.

《생각 버리기》의 저자 코이케 류노스케는 “푸념이나 험담을 하면 일순간 쾌감을 느끼는 것 같지만, 사실 부정적인 말에는 분노라는 독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 불쾌한 감정과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부정적인 말은 입에 담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무심코 뱉은 한마디의 말이 벼랑 끝에 선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간신히 지푸라기만 잡고 있는 사람을 천 길 낭떠러지로 내몰 수도 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폭력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언어폭력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것이 아닐까.

《완득이》의 작가 김려령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우아한 거짓말》에서 어린 시절 “잘 지내냐”는 이모의 한마디가 생을 놓아버리려는 자신을 지켜준 마지막 끈이었다고 썼다. 대단한 말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너밖에 없다는, 사랑한다는, 모두 너를 위해서라는 ‘우아한’ 말이 아닌, 진심이 담긴 평범한 한마디면 족하다. 말의 힘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세다.

글·전채연 ccyy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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