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3월 11일. 일본에 강도 9.0의 대지진과 함께 쓰나미(지진해일)가 몰아쳤다. 일본 동부지방은 쓰나미에 휩쓸려,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손해를 입었다. 피해 장면은 동영상으로도 촬영되어 TV나 인터넷을 통해 퍼지고 있다.
쓰나미를 겪거나 지켜본 사람들은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이미 지진과 해일은 지나갔지만, 아직도 발밑이 움직이는 것 같다며 두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나, 언제 지진이 다시 나타날지 몰라 공포를 느끼는 사람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자연재해나 전쟁, 사고 등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사건은 사람들에게 극심한 공포를 주어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남길 가능성이 크다. 이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라 한다.
PTSD의 주요 증상
PTSD의 주요 증상 중 하나는 PTSD의 원인이 된 충격적인 사건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관련된 상황이나 자극에서 도망치는 행동을 하거나, 해리 현상, 공황발작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부수적으로는 공격적 성향을 보이거나 충동조절 장애, 우울증, 약물 장애, 인지기능 장애 등을 겪을 수 있다. PTSD 발병은 원인 사건 이후 보통 한 달 내 나타나지만, 일 년 이상 지난 후에도 드러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구지하철 참사, 삼풍 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사건 등 많은 사람이 PTSD를 앓게 된 사건이 많다. 대구지하철 참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중 129명을 대상으로 PTSD 여부를 조사한 결과, 50%가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의 피해자가 아닌, 직접적 사고 경험자도 PTSD 발병 상황은 심각하다. 서울 백병원 신경정신과 우종민 교수는 부산에 있는 지하철, 열차 기관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그 중 사고를 경험한 기관사의 14%는 PTSD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뇌를 물리적으로도 변화시켜
PTSD를 겪는 사람은 정신과적인 증상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변화가 뇌에 나타난다. 가천의대 정신과 김석주 교수는 2003년에 PTSD 진단을 받은 대구 지하철 참사 생존자 19명의 뇌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인체 감각 신경인 청각, 시각 촉각 등이 거치는 ‘시상’으로 흘러가는 혈액량이 일반인보다 감소한 것이 드러났다. 그리고 시상으로 가는 혈액량이 감소한 사람일수록 당시 기억이나 충격이 되살아나는 PTSD의 ‘재경험’ 증상이 감소하는 증상이 나타났다. 김 교수는 “뇌가 스스로 감각을 둔하게 만들어 충격을 줄이려는 방어기전”이 나타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PTSD의 치료 방법
PTSD는 방치하면 불안, 불면, 우울 반응 등이 심해져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초기 치료의 성공 비율이 높아 후유증 없이 치료할 수 있다. PTSD 환자에게는 공감이나 격려를 해 주면 치료에 도움된다. 증세가 심할 경우, 정신과 의사의 심리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이때, 집단치료, 약물치료, 최면치료 등이 병행되기도 한다.
글. 김효정 · manacula@brain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