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호 국가과학자 신희섭 박사

제1호 국가과학자 신희섭 박사

거울없이 거울보기, 뇌안의 답

브레인 3호
2013년 01월 11일 (금)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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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박사들의 출근길을 따라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신경과학센터의 신희섭 박사를 찾았다. 그의 연구실은 산재한 연구의 분량을 확인시켜주듯 공간 가득 분주했다. 연구 자료들이 쌓인 테이블 한쪽에 취재수첩을 내려놓는데, 재미있게도 그 옆에는 설렘을 간직한 초콜릿들이 수줍게 쌓여 있었다. 50대 과학자의 뇌가 말랑말랑한 이유는 그의 뇌가 여전히 젊고, 사람을 향하기 때문인 듯했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우리의 뇌도 말랑하게 해줄지 귀기울여보자.







마음이 예쁘면 뇌도 예쁘다

예전에는 수학문제를 잘 풀고 암기력이 좋아야 머리가 좋은 것으로 알았습니다. 하지만 머리가 뇌라면, 뇌가 하는 모든 것이 머리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운동신경이 좋다는 말을 하는데, 이것도 결국엔 머리가 좋은 거죠. 연주자나 기술자의 능숙함도 손에 밴 것이라기보다 뇌에 뱄다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최근에는 여러 지능 개념이 등장하면서 좋은 머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운동, 연주, 노래, 연기, 그림 같은 특별한 재능뿐 아니라 숨을 쉬고 움직이고 원활한 대화를 나누는 것만도 뇌의 놀라운 기능입니다. 뇌의 여러 기능이 떨어진다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사람도 마음이 유독 착하다면 그에 해당하는 머리가 뛰어난 것입니다.

비전은 정보의 모자이크

사람들에게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물으면 대부분 ‘자신에게 잘 맞는 것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신에게 맞는 것을 어떻게 아나요? 모르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요즘엔 많은 학생들이 연예인이나 모델과 같은 직업을 선호합니다. 정보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즐기는 TV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수많은 정보로 아이들의 뇌에 기억됩니다. 문제는 정보입니다. 정보가 제한되어 있으니까, 그 제한된 정보  안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닐까요?

여러 가지 기회를 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TV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TV에 아이들의 발달에 필요한 적절한 프로그램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동서고금을 통해서 독서를 중요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독서는 TV보다 능동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게 도와줍니다. 

인터넷은 세상을 넓고 빠르게 접하게 해주지만, 책은 세상을 깊게 사고할 수 있게 해줍니다. ‘요즘 세상엔 책이 너무 많다는 것’도 옳은 말입니다. 저걸 뭐 하러 다 읽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이유로 독서를 포기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죠. 때문에 책을 선별하고 지도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학생들에겐 부모님들이 그런 역할을 해주셔야 하겠죠.

뛰어나다는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

꿈을 꾼다고 모두 그 꿈을 이루는 것은 아닙니다. 뛰어나고 싶다는 열망만으로 뛰어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보세요, 주위에 뛰어난 사람들은 어떤 사람인가요? 어떠한 일이든 어떤 분야든, 비록 단순한 작업이라 할지라도 뛰어난 사람들은 모두가 포기할 때 혼자 남아 뛰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뛰어나서 포기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뛰어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은 그 뛰어난 사람을 찾습니다. 그 어떤 분야라도 뛰어난 사람은 세상이 필요로 하거든요. 

10년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일을 붙잡고 마음을 쏟아가면서 무언가를 이루는 데는 적어도 10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렇게 10년이 넘게 어떤 주제에 대해 반복하고 연습하고 생각하고 분석하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날 수밖에 없는 전문가가 된다는 거죠. 뛰어난 사람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한 분야에서 그렇게 계속 물고 늘어지면 그 속에서 창의력은 저절로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기 혼자 고민해야지 누구에게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걸 심사숙고하면 그 아이디어가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자기 안에서 답을 얻게 합니다.

창의적인 것은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거인의 등에, 선조들ㆍ선배들이 쌓아놓은 지식과 업적들 위에 올라설 수 있었기 때문에 보게 되는 넓은 시각이죠.

창의력은 뇌의 정보를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뇌에는 엄청난 정보가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쓰는 것은 의식에 들어온 것뿐입니다. 시각을 예로 들어볼까요? 인간의 물리적인 시야는 매우 넓은데도 우리의 의식 속에 들어오는 주관적인 시야는 ‘사과’, ‘코’ 등 이렇게 한 가지씩입니다.

선택해서 인식하는 것이죠. 뇌 속에는 물리적 시야가 넓은 것처럼 어마어마한 원시적·경험적 정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보들을 선택하고 이끌어내는 것은 우리 자신의 몫입니다. 많은 종교로부터 우리는 이미 이러한 진리를 들어왔습니다.

‘네 자신 안에 답이 있다’, ‘너 자신으로 돌아가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부처다’…. 하나하나가 다 완벽하다는 겁니다. 모르고 있다는 것뿐이죠. 전 그걸 뇌의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뇌를 깨우는 것은 자신과 소통하는 것

생각을 깊이 하다 보면 머릿속의 정보들이 연결됩니다. 뇌 안 구석구석에 포장되어 잠겨있는 정보들이 열리면서 뇌가 유연해지는 거죠. 이럴 때 명상이나 참선, 요가, HSP(고등감각인지) 등이 도움이 됩니다. 자신 안에 막힌 것을 풀어주죠. 즉 소통을 잘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HSP는 기본적으로 뇌와 몸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눈을 가리고 글자를 읽는 것’ 이상의 근본적인 뇌의 문제를 다루고 있죠. HSP 현상과 같이 관찰할 수 있고, 측정할 수 있는 현상은 과학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종종 ‘자신과 대면한다’는 말을 합니다. 자기 눈을 자기가 본다는 거죠, 거울 없이.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인식하는 주체가 객체가 되는 것이니까요. 저 역시 그렇게 일치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어렵습니다. 그게 잘 안 되죠.(웃음)








뇌가 없으면 마음이 없다고 합니다. 마음은 뇌에 불과하다는 것이 아니라, 뇌의 작용이 마음에 필수적이라는 것이죠. 우리가 숭고하다고 생각하는 모성애도 뇌를 기반으로 생기는 것입니다. 뇌를 연구하는 것은 마음을 연구하는 것이고 뇌를 깨우는 것은 자신을 깨우는 일입니다. 앞으로 저도 제 자신의 뇌를 더욱 자유롭게, 편안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면 그것을 꿈에서 만나기도 한다. 신희섭 박사와 그의 연구원들은 꿈에서 쥐들을 만나곤 한단다. 실험실 쥐들의 출산을 기다리며 무슨 색깔을 가지고 태어날까 하는 고심이 꿈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마음이 뇌에 집중하면 꿈도 그 바람을 듣는다. 신희섭 박사는 기회가 되면 춤을 배워보고 싶다고 한다. 올해 말이면 우리는 그의 꿈에서 아기 쥐들과 함께 왈츠를 추는 그의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과학자는 항상 꿈을 꾼다.        

글·최유리
yuri2u@brainmedia.co.kr│사진·강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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