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dy-Brain-Mind] 명상은 감정시계를 리셋하는 루틴

[Body-Brain-Mind] 명상은 감정시계를 리셋하는 루틴

정신과전문의 강도형 원장의 브레인트레이너 토크콘서트

브레인 114호
2026년 01월 16일 (금)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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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상은 감정시계를 리셋하는 루틴 [사진=게티이미지]


최근 《감정시계》를 출간한 정신과전문의 강도형 원장이 브레인트레이너를 대상으로 토크콘서트 형식의 특강을 진행했다. 강도형 원장(서울청 정신건강의학과)은 20년 넘게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감정과 생체리듬, 명상과 신경생리학의 영향 관계를 규명하는 연구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감정시계로 만드는 행복의 기술’을 주제로 열린 이번 특강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몸-뇌-마음을 통합적으로 임상연구하면서 현장에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감정의 시간성이었다. 내담자들의 우울은 대개 하루 중 특정 시간대에 집중되어 있었다. 아침 기상 직후, 오후 3시경, 밤 11시 무렵. 패턴은 다르지만 리듬은 분명했다. 
공황장애 환자들은 대개 이른 오후에 증상이 심해졌고 우울증 환자들은 아침이 가장 괴롭다고 했다. 강박 증세는 잠자리에 들 무렵 기승을 부렸고 불안은 퇴근 직후의 텅 빈 시간대에 자주 출몰했다. 나는 그 시간대를 일일이 기록하며 그들이 무엇을 먹었는지, 언제 잠들었는지, 소화 상태가 어땠는지, 햇빛을 얼마나 쐬었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감정이 스트레스나 사건의 결과가 아니라 신체 리듬의 파동이 만들어낸 산출물이라는 점이다.”

강도형 원장이 새롭게 제시한 ‘감정시계’는 감정을 단순한 마음의 반응이 아닌, 몸과 뇌가 함께 만들어내며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리듬의 흐름으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으로 감정의 균형과 회복을 돕는 새로운 접근법이기도 하다. 

“감정을 뇌의 작동으로만 설명하는데, 오히려 몸이라는 태엽을 돌면서 감정이라는 시계가 작동한다. 감정시계를 작동시키는 우리 몸의 열 가지 주요 태엽들이 서로 공명하고 연결되어 리듬을 만들면 감정이라는 반응이 일어난다. 누구나 저마다의 감정시계가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감정시계는 단순한 시적 은유가 아니다. 감정이라는 생리적 입력과 작동이 만들어내는 시간표다. 이 시계를 움직이는 것은 몸 곳곳에 흩어져 있는 열 개의 ‘태엽’이다. 지난 임상 경험과 뇌-신체 생리학을 바탕으로 열 개의 태엽을 설정했다. 이 태엽들은 감정이라는 시간을 산출하는 감각기관이자 조율 시스템이다. 비서처럼 하루를 설계하고 기록하는 무형의 도구다.

열 개의 태엽은 독립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정밀한 시계의 톱니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장의 상태가 송과체의 작동에 영향을 미치고, 척추의 긴장이 심장의 리듬을 바꾸며 해마의 기억이 편도의 공포회로를 자극한다. 이 때문에 감정의 원인은 하나의 사건이나 생각으로 환원할 수 없다.”
 

▲ 감정시계를 작동시키는 열 개의 태엽


감정시계를 작동시키는 열 개의 태엽은 감정의 생화학적 엔진인 ‘장gut’, 감정과 연결된 심장박동의 기지인 ‘심장’, 외부세계와 내부감각이 맞닿는 ‘피부’, 멜라토닌 분비를 담당하는 ‘송과체’, 감각신경의 통로인 ‘척추’, 생존 본능과 연결된 감정반응의 허브인 ‘편도체’, 기억을 저장하며 감정에 맥락을 부여하는 ‘해마’, 기분과 자존감, 추진력, 안정감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생식선’, 감정을 발생시키는 배경을 제공하는 ‘뇌간’, 감정이 느껴지는 상태가 되게 하는 통로인 ‘섬엽’이다.

감정시계는 감정을 시계처럼 객관화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감정이 원래 가지고 있던 리듬을 다시 느끼는 훈련이다. 우리는 시계를 통해 시간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느낀다’. 낮과 밤, 흐림과 밝음의 패턴을 몸이 먼저 인식한다. 감정도 그렇다. 이미 흐르고 있지만, 우리가 읽지 못할 뿐이다.

강 박사가 제안한 관점은 기존 심리학의 통념과 거리를 둔다. 감정은 뇌의 판단이나 인지적 해석의 결과물이 아니라 장·심장·피부·호흡 등 몸의 내부감각 체계(내수용감각, interoception) 가 보내는 신호라는 것이다. 통증, 배고픔, 불안, 긴장, 안도감. 이 모든 감각은 각각 다른 문제가 아니라, 동일한 신경 경로를 따라 흐르는 생존 정보다. 우리는 이를 ‘기분’이나 ‘성격’으로 오해해 왔을 뿐이다. 

“감정을 관리한다는 말은 어쩐지 너무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다. 감정은 원래 제어되지 않는다. 때론 통제하려 할수록 더 격해진다. 감정은 억누를수록 뒤틀리고 밀어낼수록 깊어진다. 그래서 감정시계가 지향하는 것은 통제가 아니다. 감정시계는 감정을 듣는 도구다. 정확히 말하면 감정이 오기 전의 미세한 진동을 감지하고 그것의 리듬을 조율하는 감각이다. 

그 감각을 기르는 방법 중 가장 강력하면서도 근본적인 도구가 바로 명상이다. 우리는 명상을 정신적인 행위로 오해하고 살아왔다. ‘생각을 비우는 것’, ‘무념무상의 상태에 도달하는 것’, 혹은 ‘잡념을 없애는 집중 훈련’ 따위로 생각한다. 하지만 현장을 겪어온 내 생각은 다르다. 

명상은 마음을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몸의 미세한 리듬을 감지하는 기술이다. 명상은 감정을 억제하거나 없애지 않는다. 대신 감정의 파동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느낄 수 있게 한다. 명상이 효과적인 이유는 마음을 단련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호흡과 체온, 맥박과 자세 같은 몸의 흐름을 조율하기 때문이다. 명상은 감정시계를 초기화하거나 리셋하는 루틴인 셈이다.”

강 원장은 내수용감각을 회복하는 효과적인 접근법으로 ‘명상’을 강조한다. 강연 현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복잡한 설명이 아니라 아주 단순한 요청이었다. “배꼽 아래에 손을 얹어보세요.” 어떤 종교적 요소나 의식 없이, 잊고 있던 감각을 되찾는 순간이었다.
 

소화 기관인 장은 감정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주요 생산 공장이기도 하다. 장이 굳어 있으면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감정시계에서도 특히 ‘제2의 뇌’라고 하는 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진료 현장에서도 환자들에게 ‘아랫배에 싱잉볼이 있다고 생각하고 두드려라. 아랫배의 느낌에 집중하는 게 핵심’이라고 늘 이야기한단다. 

그는 감정의 70퍼센트 이상이 몸의 상태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한다. 이는 의지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생리적 리듬의 문제에 가깝다. 인간은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 장내미생물, 신체 세포, 환경과 함께 살아가는 하나의 생태계다. 감정 역시 몸과 환경, 관계가 함께 만들어내는 상태다. 이 지점에서 감정은 심리가 아니라, 생명 시스템의 문제로 확장된다.

또 하루를 기록할 때 ‘일어난 일’보다 ‘느낀 감정’을 표현해 보라고 제안한다. 이 작은 습관이 감정의 패턴을 드러내고, 삶의 리듬을 회복시키는 출발점이 된다는 것이다. 

생각의 영역은 이미 인공지능이 넘보고 있다. 정보 처리, 판단, 계산의 영역에서 인간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그러나 느낌과 감정은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강 원장이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도 이것이다.  

“AI가 우리의 일들을 대체하면 우리는 어떤 감정과 경험으로 인생을 채울 것인지 준비해야 한다. 속도와 효율에서 인간을 월등하게 앞서는 초지능시대에 우리에게는 더 빠르게 계산하는 능력 대신 더 섬세하게 감정을 감지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감정은 우리가 인간이라는 증거이며 우리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나침반이다.”
 

정리_≪브레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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