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

체험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

뇌2003년7월호
2010년 12월 06일 (월)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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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제일기획이 발표한 마케팅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사회 변화의 주역은 P세대라고 한다. P세대란 사회 전반에 걸친 적극적인 참여(Participation) 속에서 열정(Passion)과 잠재력(Portential Power)을 바탕으로 사회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세대(Paradigm-shifter). 한마디로 P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내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에 있다. 붉은 악마의 거리응원, 네티즌의 선거운동, 촛불시위 등으로 이어진 한국사회의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 P세대가 있다.


사실 이전에도 시대별로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젊은 세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80년대 민주화와 사회변혁이라는 거대담론을 외쳤던 386세대를 거쳐 전체보다는 ‘나’ 자신의 개성을 중시하기 시작한 1990년대의 X세대, 인터넷을 중심으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확립한 N세대를 지나 2002년 월드컵을 통해 집단적으로 발산되는 공동체의 열기를 체험한 W세대까지. 이러한 세대 구분을 통해 젊은 세대가 어떤 생활패턴과 의식을 창조해 왔는지를 가늠하는 것은 흥미로운 작업이다. 

돌이켜보면 무슨 무슨 세대는 상황에 따라 명칭만 달라졌을 뿐 이미 오래 전에 태어나 역동적으로 성장해 온 한국의 젊은 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게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변화의 주역으로 떠오른 P세대가 나이로 치자면 18세에서 39세까지를 폭넓게 아우르고, 386세대의 사회의식, X세대의 소비문화, N세대의 라이프스타일, W세대의 공동체 의식을 고루 통합한 세대라는 것이다. 그들은 무정형의 혼란 속에서 자생해(X세대) 스스로 인터넷의 발신자이자 수신자가 되어(N세대) 개인적 열정과 전체의 목표에 조화를 이룬 뒤(W세대), 이제 스스로의 의지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확신에 찬 세대(P세대)가 되었다.


시대를 대변하는 세대별 키워드

386세대는 대학캠퍼스의 낭만은 사치로 느껴질 만큼 이념 지향의 가치를 중심에 두었던 세대였다. 이후 의식의 초점을 사회의식에서 ‘나’에게로 돌린 세대가 X세대다. 그들은 기존의 가치와 관념이 흔들리던 시대에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간 세대다. 그래서 기존의 가치관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기성세대에게는 도대체가 알 수 없는, 규정되지 않은 세대(X세대)로 불렸다.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X세대가 전환기를 맞게 된 것은 인터넷이 급속히 확산되면서부터. 90년대 후반에 나타나 새로운(new), 인터넷(net) 세대라 불렸던 N세대는 두뇌의 인지능력이 생길 때부터 인터넷에 접속하여 인터넷이 삶의 일부가 된 세대. 이들은 PC나 PDA, 휴대폰, MP3-player 등을 장난감처럼 다루고 언제 어디서나 방대한 양의 정보를 자연스럽게 활용할 줄 안다. 이들에게 사이버 공간은 현실세계 못지않은 중요한 삶의 터전이다.

무엇이든 자기 두뇌에 저장되어 있지 않으면 자기 것이 아니라고 믿었던 이전 세대와는 달리 N세대에게 정보는 인터넷상에서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인류 공통의 자산에 다름 아니다. 그들은 세상의 모든 정보를 자기 것인 양 가져다 쓰고, 그들 스스로도 정보를 생산하고, 변형하고, 재창조하는 역할에 스스럼없이 동참함으로써 의식을 확장했다. 그들이 정보의 교류와 커뮤니티 활동에 그토록 개방적이고 열린 사고를 갖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게다가 N세대는 방문을 닫아걸고 인터넷 속으로 더 깊이 침잠할수록 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와 조우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통해 현실사회와 더 자연스럽게,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었고, 그러한 현상이 오프라인에서 포착된 것이 바로 월드컵 때의 W세대의 출현이었다.

W세대에 이르러 사회의식은 더 명료해지고 가벼워졌다. W세대는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 참여하지만 386세대처럼 암
울하고 진중한 접근이 아니었다. 그들은 2002년 서울에서 열린 월드컵이라는 축제 속에서 ‘재미’라는 새로운 가치를 찾아냈다. W세대는 자기중심적인 경향을 갖고 있지만 공동체의 일원으로 참여하는데 적극적인 성향을 지녔으며 누구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길거리에 나올 수 있는 행동력을 지닌 세대이기도 하다. 그들의 두뇌는 세상에 대해 개방적이고 투명할 뿐 아니라 유연하다. 

P세대 또한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의견과 정보를 공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넘치고 기존 관습이나 관념에서 탈피해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조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P세대의 90% 이상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고, 그 중 80%는 ‘하루라도 인터넷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고 토로할 정도로 인터넷 활용도가 높다. 이들에게 인터넷은 과학기술이 가져다 준 편리한 기술 이상이다. 인터넷은 ‘즐거움과 정보가 가득한 인간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셈이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젊은 세대의 두뇌는 훨씬 더 핵심에 접근하여 정직하고 건강해진 것 같다. P세대가 가능성이 있는 이유는 그들이 시대사적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온몸으로 체험하면서 자란 세대이기 때문이다.


자극과 도전이 두뇌 개발 열쇠

두뇌는 끊임없는 체험을 통해 진화한다. 개인의 관점에서 두뇌를 변화시키는 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모든 생각과 선택인데, 일생을 통틀어 어떤 선택과 체험을 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존재 자체가 송두리째 바뀌기도 한다. 인간의 두뇌를 성장, 진화시키는 원동력은 바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경험’인 셈이다. 경험이 풍부하고 다양하면 두뇌에서는 더 많은 수의 신경세포들이 연결된다. 심지어 풍부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갖게 될 두뇌의 종류를 결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경험이 미미하면 신경세포들은 전혀 연결되지 않거나 이미 있던 연결망까지 끊어져 버린다.

신경과 전문의인 리처드 레스택은 “우리의 신체기관은 평생에 걸쳐 반복해서 사용함에 따라 결국 노쇠하지만 두뇌는 자극과 도전이 주어지면 주어질수록 그 기능이 더욱 향상된다”고 했다. P세대의 성향이 경쾌하면서 진지하고, 복합적이면서도 단순명료한 것은 그들이 두뇌를 활성화하는 도전과 자극을 흔쾌히 받아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젊은 세대는 그 이전 세대에 비해 확실히 지성(대뇌피질)보다는 감성(변연계)적 동기를 더 중시하며, 텍스트(좌뇌)보다는 영상에 익숙한 우뇌적 인간형이다. 너무 많이 고민하느라 정작 실천하지 못하는 기성세대와는 달리 생생한 체험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행동하는 인간이며,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나’에게 물어볼 줄 아는 직관적 인간이다.

그들은 한마디로 잘 놀 줄 아는 세대이다. 논다는 것은 이성을 관장하는 두뇌의 영역이 아니라 정서를 자극하는 두뇌 영역을 쓰는 것이다. 정서는 전염성이 강하고 공유할수록 그 내용이 풍부해진다. 잘 노는 사람은 남도 잘 이해하고 의사소통도 잘 한다. 그러고 보면 요즘 세대는 전 세대보다 한결 유연하고 조화로운 두뇌를 소유한 게 틀림없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젊은 세대가 체험을 통해 개발되는 두뇌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도전과 새로운 체험을 즐길 줄 안다. 보다 다양한 분야를 체험하고 싶어 하고 여건이 어려울지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주저하지 않고 행동한다. 그들에게 시행착오는 있을지언정 실패는 없다. 실패는 두뇌에 한계를 긋지만 시행착오는 끝없이 확장해 가는 두뇌의 한 과정일 뿐이니까. 자신의 뇌를 ‘안 된다’, ‘못한다’, ‘모른다’, ‘처음이다’ 하는 장애 속에 가두고 있지 않은지. 두뇌는 사용하고 도전하는 만큼 개발된다. 두뇌의 장애를 극복하는 방법은 다른 것이 없다. 가능성을 믿고 한 번 더 시도하고 도전하는 것 뿐.

글│전채연
missingmuse@powerbr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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