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의 달콤한 중독 '러너스 하이'

달리기의 달콤한 중독 '러너스 하이'

뇌2003년6월호
2010년 12월 22일 (수)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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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시작한 후 30분이 지나면 다리와 팔이 가벼워지고 리듬감이 생긴다. 피로는 사라지며 새로운 힘이 솟는다. 마음은 텅 빈 상태에서 채워지기 시작한다. 주위는 굉장히 밝고, 아름답고 선명하게 느껴진다. 물은 빛나고 구름은 부드럽게 숨쉬며, 내 몸은 이 세상에서 분리돼 물 속을 유영하는 느낌이다. 만족감은 마음 속 깊이 밀려와 영원히 달리고 싶어진다.”

이렇듯 달리기를 지속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일정 단계가 지나면 기분이 굉장히 좋아진다고 말한다. 마치 헤로인과 같은 마약을 하는 사람에게나 나타날 법한 의식상태를 경험하는 것이다. 학자들은 이 현상이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사람에게 자주 나타난다고 해서 이를 ‘러너스 하이 runner’s high’라고 표현했다. 이쯤 되면 달리기는 이미 건강관리 차원의 운동이라기보다는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중독’에 가깝다.

때문에 달리기를 계속하던 사람이 달리기를 중단하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답답함이나 허전함을 느끼게 된다. 심할 경우 의기소침해지고 식욕까지 잃는 등 금단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러너스 하이를 일으키는 생화학적 지표에 대해서는 연구자 간에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부분 엔돌핀과 리포트로핀, 그리고 내인성 오피오이드 펩티드 분비가 증가돼 일어난다고 한다.

특히 뇌에서 분비되는 베타 엔돌핀은 운동을 할 때 평상시의 5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물질은 통증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뇌의 기억력을 증가시키고 감정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 과학자들은 달릴 때 두뇌 신경에 전달되는 물질의 농도가 변화하고, 베타엔돌핀 분비가 늘어나 평상시에는 겪을 수 없는 흥분상태가 된다고 한다. 달리기에 빠져든 사람들은 이 상태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황홀경이라고 표현한다. 달리기를 오래 하는 사람들이 육체적으로 건강해지고 삶의 방식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뇌의 활동이 활발해져 창조력과 자신감이 배가되는 것은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긍정적 중독은 미국의 정신의학자 윌리엄 글라서가 1970년대 중반에 처음 발표한 개념인데,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과 같은 부정적 중독이 당사자는 물론 사회악으로 기능하는 것과 비교해, 달리기나 명상으로 대표되는 긍정적 중독은 개인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이런 정신적 만족감과 긍정적 효과 때문에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달리기의 매력에 흠뻑 빠져드는 것이 아닐까.

<글. 전채연 기자 missingmuse@powerbr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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