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 아픔 공감, 공연으로 우리 역사 알리고 싶어"

"위안부 할머니 아픔 공감, 공연으로 우리 역사 알리고 싶어"

벤자민인성영재학교 2기 31명, '2015 천안 흥타령 춤축제' 춤경연 학생부 예선 참가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2기 31명은 지난 10일 천안삼거리공원에서 열린 '2015 천안 흥타령 춤축제' 춤경연부 학생부 예선에 참가했다.

하얀색 저고리에 검은 치마, 피 묻은 셔츠의 교복, 총과 황토색 군복... 왠지 의상부터 심상치 않다. 웅장한 음악 선율에 따라 움직이는 학생들의 몸짓 또한 비장하기만 하다. 무언의 목소리로 절규하듯, 그들이 온몸을 통해 표현하려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벤자민인성영재학교(교장 김나옥, 이하 벤자민학교) 2기 학생들이 지난 10일 천안삼거리공원에서 열린 '2015 천안 흥타령 춤축제'에 참가해 기량을 뽐냈다. 이날 춤경연 학생부 예선에서 31명의 학생은 나라사랑을 주제로 '위안부 소녀와 독립군의 사랑' 공연을 펼쳤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이 나라사랑을 주제로 '위안부 소녀와 독립군의 사랑' 공연을 펼치고 있다.

벤자민학교 학생들(강북학습관 18명, 충남학습관 11명, 강남학습관 2명)이 위안부 할머니를 주제로 공연을 준비하게 것은 현장체험학습으로 국학(國學) 활동을 하며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역사에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815 광복절행사에 참가한 이후 후속으로 이어갈 프로젝트를 찾던 중 아직 미제(未濟)로 남아있는 위안부 할머니 문제를 다뤄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충남학습관 김은비 학생은 "지역이 천안이라 흥타령 춤축제에 나가서 학교와 우리 역사를 알리는 활동을 해보자는 구상을 하게 됐다. 코리안팬크리에이트(K.F.C, Korean Fan Create) '한국의 전통 부채로 기적 창조하기' 활동을 하며 모은 금액으로 나눔의 집에 후원도 하고 있었다"며 "마침 강북학습관에서 같은 주제로 공연 준비한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직도 편견을 가지고 위안부 할머니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가슴 아픈 역사를 함께 공감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시간이 흘러간다고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 남 일이 아니라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일이다. 우리 퍼포먼스를 통해 많은 사람이 역사를 바로 알고 제대로 된 역사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공유하고 희망을 안겨드리고 싶다."

▲ '2015 천안 흥타령 춤축제' 공연을 준비한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과 멘토, 지역학습관 교사들이 함께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3개 지역학습관이 한팀이 되어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9월부터였다. 스토리 구상과 음악 선정, 무대의상 등 공연에 관계된 작업들은 주위의 도움 없이 학생들이 도맡아 했다. 특히 소품 구매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비누, 팔찌 등을 만들어 팔며 120만 원의 후원금도 직접 모았다. 공연 연습은 주 중에는 지역학습관끼리, 주말에는 지역학습관이 다 같이 모여 호흡을 맞췄다. 

공연은 총 4막으로 구성된 5분 분량의 뮤지컬이었다. 1막은 위안부 할머니의 소녀 시절 소년과의 사랑, 2막은 소녀의 위안부행, 3막은 소녀를 사랑했던 소년의 독립운동, 4막은 광복을 이루고 소녀와 소년이 재회하는 모습을 그렸다. 춤 경연대회인 만큼 안무 역시 현대무용 위주로 구성해 화려하면서도 전체적 짜임새가 알차고 예뻤다.

남자주인공 최종우 군(강북학습관)은 "요즘 청소년들이 역사에 관심이 없다. 역사를 교과서로만 공부하니까 그런 것 같다. 위안부나 독립군을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훨씬 더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며 "위안부 소녀를 사랑하는 역을 하면서 진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위안부에 끌려갔다가 돌아오면 나는 어떤 마음일까를 생각했다. 공연 내내 사랑보다는 애잔한 마음이 더 많이 올라왔던 것 같다"고 공연 소감을 밝혔다.

▲ (왼쪽부터) 벤자민인성영재학교 2기 김은비 양(충남학습관), 최종우 군(강북학습관), 임진경 양(강남학습관)

여자주인공 임진경 양(강남학습관)은 "주인공을 맡아서 기분이 좋았지만 책임이 큰 만큼 부담도 됐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내가 직접 당해본 일이 아니라서 소녀가 위안부로 끌려가는 장면을 100%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사람들이 위안부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내거나 손가락질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며 "할머니들이 용기 내서 살아오신 이야기를 하셨다. 우리가 그분들께 힘이 되어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벤자민학교 학생들은 앞으로 나눔의 집 공연이나 길거리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소에서 위안부 할머니를 돕기 위한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천안시와 천안문화재단이 주최주관한 '2015 천안 흥타령 춤축제'는 춤을 주제로 한 우리나라 최고의 춤 축제이다. 10월 7일부터 5일간 178개 팀의 춤 경연, 18개국 18팀의 국제민속춤대회, 부천(10월 3일), 서울명동거리(10월 6일), 천안제일고~신세계 백화점 구간 거리퍼레이드가 진행됐다.


글/사진. 이효선 기자 sunnim03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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