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없는 인생은 무미건조하고 지루할 수 있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이야기가 스며들어간 음식은 맛이 살아 있다. 시간과 정성을 맞바꾼 요즘 음식에 질린 이들이 언제든 오감을 만족시키는 음식 이야기를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스타 블로거이자 맛 스토리텔러인 ‘맛객’의 블로그 ‘소소한 맛을 따라 세상을 유랑하는 맛있는 인생’은 사람들로 하여금 추억을 끄집어내고 자연을 돌아보게 만든다.
맛객의 블로그 ‘소소한 맛을 따라 세상을 유랑하는 맛있는 인생’
추억이라는 양념은 미각을 홀린다.
고향의 맛은 늘 그립다. 한데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고향을 등진 사람들에게 고향의 음식이란 꼭 고향에 있는 음식만은 아니다. 서울 생활 초창기에 접한 음식 역시 고향의 음식처럼 그리운 존재는 아닐까 싶다.
20여 년 전 작가가 되겠다는 청운의 꿈을 품고 상경했던 촌뜨기 맛객. 오갈 데 없어 영등포역에서 노숙을 하다가 짐 가방을 도둑맞은 쓰라린 기억…. 식당에서 서빙을 하면서 배고픔을 달랬다.
(중략) 그곳에서는 만두를 직접 빚어 며칠에 한 번씩 커다란 철사 체에 명주를 깔고 찐 만두를 테이블 위에 펼쳐놓아 식혔다. 쇠라도 소화시킬 정도로 식욕이 왕성한 청년에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는 그렇게 군침 돌 수가 없었다. 결국 참다 못한 걸신은 대걸레질을 하는 틈틈이 만두를 훔쳐 먹고야 말았다. (중략)
요즘 대부분의 중국집에서는 만두를 빚지 않는다. 대량으로 생산한 만두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중국집의 만두는 탕수육 똘마니로 전락하는 신세가 됐다. 이제 누구도 중국집의 만두에 가치를 두고서 맛을 찾지 않는다. 그러던 차, 한 중국 음식점에서 반가운 맛과 조우했다.
20여 년 전 기억으로만 존재하던 만두의 맛을 이곳에서 다시 느꼈다. 남도가 고향인 내게 만두는 생경한 음식이었기에, 제대로 된 만두는 서울에 올라온 이후에나 맛본 셈이다. 따라서 20여 년 전의 만두는 고향의 맛이나 다름없다.
사실 만두를 입에 대기 전까지만 해도 큰 기대를 안 했지만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나의 오감은 만두에 집중력을 쏟기 시작했다. 단 한 개의 만두로 20여 년 세월을 거슬러 올라갔다. 20여 년 전 그 식당으로 나를 인도한 만두는 만두가 아니었다. 추억이고 향수였다.
당신에게도 마음의 밥상이 있겠죠?
이렇듯 맛객의 혀끝과 손끝에서 나오는 음식 이야기는 어느새 우리의 가슴을 흠뻑 적시고 때로는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어린 시절 TV 시청과 대화를 금기시하던 식사 시간 덕에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음식 맛에 집중하게 됐다는 맛객. 그것이 지금 그가 맛 스토리텔러로서 활동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음식 맛을 평하다 보니 자연에서 찾은 제철 재료의 맛이 최고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그는 본업인 만화가의 길을 접고 맛 스토리텔러로 전향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제철에 난 싱싱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으로 미식 쇼를 열어 인스턴트 음식에 길든 사람들의 미각 교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과 더불어 살 때 가장 평화롭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의 블로그에는 맛좋은 제철 재료로 만든 음식과 음식에 얽힌 이야기의 향기가 가득하다.
글·정소현 nalda98@brainmedia.co.kr | 사진·김용철http://blog.daum.net/cartoon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