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가 아니라 단군을 주체로 봐야!

부처가 아니라 단군을 주체로 봐야!

[단군문화기획 20편] 충남 논산 개태사 창운각

▲ 충남 논산시 개태사(사진=윤한주 기자)

논산에서 만난 개태사는 일반 사찰과 달랐다. 정문에서 개태사 오층석탑 너머로 창운각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중앙이었다. 보통 사찰의 중심은 석가모니를 모신 대웅전이 아닌가? 그런데 단군을 모신 창운각이 중심이었다.

개태사를 중창한 김광영(金光營, 1883~1969)여사의 스토리를 만나본다.

태조 왕건이 세운 개태사는 임진왜란 때 화재로 소실됐다. 당시 천호리에 살던 김 여사는 43세 때 꿈을 꾼다. 관음보살은 김 여사에게 "본래 내가 셋이었다. 나머지 둘을 찾아 달라"며 계시를 내렸다. 그는 개태사 터에 묻혀있던 석불(石佛) 세 개를 찾아냈다. 이어 석불을 본래 위치에 복구하고 사찰을 중건한 뒤 주지가 됐다.

▲ 개태사 전경이다. 태극기가 있는 곳이 정법궁과 창운각(사진=윤한주 기자)

이강오 전북대 교수는 <한국신흥종교총람>에서 “주문을 외우고 안수를 하면 질병이 낫는다고 하여 김 여사를 도인으로 신봉하는 신도들이 모여들었다”라며 “그가 세운 불당은 순수한 재래불교의 사찰이라기보다는 새로운 불교를 펴는 불당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광복 후 추종하는 사람들을 모아 용화회(龍華會)를 조직했다. 유·불·선 삼교합일의 대법(大法)으로 후천 용화세계를 맞이한다는 기치 아래 본전(本殿)에 ‘삼천일지개태도광사(三天一地開泰道光寺)’라는 간판을 붙였다.

김 여사는 1947년에 창운각을 세우고 단군을 봉안하여 정부 수립을 기원했다. 흥미로운 것은 야산 이달(1889~1958)의 시주로 세웠다는 점이다. 그는 정역을 창시한 김일부(1826~1898)와 쌍벽을 이룬 인물이다. 주역의 대가 김석진(1928~)의 스승이다.

▲ 충남 논산시 개태사 창운각(사진=윤한주 기자)

김 여사는 대둔산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던 야산을 찾아갔다. 절에 해인이라는 도장이 있는데 풀이해달라는 것이다. 이 인연을 계기로 창운각(創運閣)에 단군을 봉안하게 됐다고 한다.

'창운각'에서 창운은 '후천의 운을 개창한다'는 뜻이다. 한국에 통일의 운수가 열리게 창건의 주관자는 단군의 뜻에서 본 단군전각을 창운각이라고 이름한 것이다.

야산은 1947년은 선천(先天)이 끝나는 해이고 1948년은 후천(後天)이 시작되는 해로 보았다. 대둔산과 계룡산의 중간에 있는 개태사를 선천과 후천을 이어주는 곳으로 여겨 단군을 봉안했던 것이다. 대둔산에 은거했던 야산은 선천의 마지막 날 산에서 나와 후천을 연다는 개태사에 가서 단군을 받들었다.

그는 한국전쟁이 끝난 뒤 가족과 제자들을 부여로 옮겨 살게 했다. 은산면 가곡리에 삼일학원(三一學院)을 설립했다. 삼일학원 뒤편에 단황단(檀皇團)을 모아 국조단군을 받들고 홍익사상을 알렸다.

▲ 개태사 창운각 내 단군영정이다. 왼쪽은 천부경이고 오른쪽은 백두산 천지(사진=윤한주 기자)

주목되는 것은 개태사도광사 앞에 붙은 삼천일지(三天一地)다.

이강오 교수는 “삼천일지는 본 교단의 사상인 불선유佛仙 儒 삼교합일이라는 뜻에 맞춘 것이다.”라며 “여기서 하나로 합해진다고 할 때의 일자는 단군의 교리”라고 밝혔다.

김 여사는 1949년 본당 남쪽 정면에 48간의 부속건물을 山자의 형으로 짓고 ‘우주당(宇宙堂)’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산자山字를 파자하면 삼三일一의 합성된 글자다. 삼은 불선유佛仙儒의 삼교요, 일은 단군교리를 뜻한다.

이 교수는 “위와 같은 뜻으로 본다면 개태사의 용화사는 부처님보다 단군이 신앙의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산의 삼일학원과 김 여사의 삼천일지에서 공통점은 삼일(三一)이라는데 있다. 이는 한국선도의 삼일철학을 연상시킨다. 대종교 홍암 나철은 삼일의 의미를 “나누면 셋이고, 합하면 하나이니 셋과 하나로써 하느님 자리가 정해진다”라고 ‘하느님 자리(神位)’로 설명했다. 이러한 나철의 해석에 대해 백포 서일은 삼신일체 사상으로 정의했다.

▲ 개태사 김영광 여사 공덕비(사진=윤한주 기자)

창운각에는 왼쪽부터 관운장과 석가여래좌상, 단군영정이 있었다. 관운장은 환난을 물리치기 위해 모신 것이다. 불상 아래는 남북통일 세계평화라고 적었다. 단군영정은 왼쪽에 천부경이 있고 오른쪽은 백두산 천지 사진이 걸려 있었다. 이 사진은 이규행 국학연구소 이사(1935∼2008)가 기증한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분향을 올리는 의식을 행했다. 어천절(御天節), 불탄절(佛誕節), 개천절(開天節)을 기념일로 삼았다. 의식 진행은 불교식에 준하여 행했다. 그러나 김 여사의 사후 절의 소속은 불분명했다. 2008년 대한불교조계종 개태사로 등록됐다. 현재 창운각에서는 단군 관련 행사는 하지 않는다.

■ 논산 개태사 가는 길(클릭)

글. 사진 윤한주 기자
kaebin@lycos.co.kr

ⓒ 브레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 뉴스

설명글
인기기사는 최근 7일간 조회수, 댓글수, 호응이 높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