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의 명절, 추석이 다가온다. 이번 추석은 여름의 기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성급하게 오는 듯하다. 예전에 추석 때는 으레 민족의 대이동이라 하여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는 귀성 인파로 붐비었다, 하지만 요즘은 부모가 오히려 자녀를 보기 위해 서울로 역귀성 하거나 아예 해외여행을 가는 추세로 바뀌었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송편을 빚으며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고 푸짐한 음식을 함께 나눠먹는 모습은 점점 보기 힘든 광경이 되어버렸다. 그중에서도 점점 사라져가는 우리의 명절 문화가 제사(祭祀)이다.
왜 이러한 우리의 전통 문화가 퇴색되어가고 있는 걸까. 가장 큰 원인은 핵가족화이다. 같은 지붕 아래 2대, 3대가 같이 살던 시대에서 이제는 가족들이 전부 떨어져서 각자의 삶을 영위해가는 시대가 되었다. 그로 인해 유대감이 느슨해졌거나 사라졌다. 생활권이 완전히 다르다 보니 의식이나 문화, 관습에서도 차이가 난다. 그래서 좋은 날 오히려 의견이 달라 말싸움이 일어나거나, 형제간의 갈등, 고부간의 갈등도 심해진다.
또 다른 이유는 외래 종교문화의 침투이다. 제사 문화를 미신이나 심지어는 우상 숭배라 주장하는 종교인들의 인식이 확산되면서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 문화가 그 빛을 잃어버린 것이다. 제사는 조상에 대한 예의이며 최소한의 도리이다. 명절날 어른들에게 인사를 드리듯 돌아가신 조상에게 예를 갖추는 것이다.
조상을 향해 어른들이 고개 숙여 큰절을 하고 잔을 올리는 모습은 자라나는 후손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이었다. 제사에는 어른에 대한 공경과 효(孝)에 대한 자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의 뿌리에 대한 존중과 감사, 살아있는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오곡과 과일을 풍성하게 내려주신 땅에 대한 고마움이 어우러진 한민족 고유의 전통문화이다. 우리의 전통 문화에는 조상뿐만 아니라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천제(天祭) 문화가 있다. 천제는 모든 생명을 보살펴주시고 늘 함께 하여 주시는 하늘에 감사드리는 신성한 의식이었다.
우리 민족은 이런 제사 문화를 통해 조상과 나와 남이 한 뿌리임을 깨닫고, 우주만물의 근원인 하느님과 만나고자 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명절은 서양의 명절처럼 단순히 먹고 즐기는 축제가 아니었다. 하늘을 공경하고 의지하며 하늘에 지극한 정성을 들이는 경천(敬天)의 시간이었으며, 물질과 정신세계가 둘이 아니라는 우주의 이치를 되새기는 산교육의 장이었다.
요즘 사회 곳곳에서 ‘인성’ 이 무너졌다고 말한다. 학교 폭력부터 군대 폭력까지, 인성의 사라진 대한민국의 모습에 우리 스스로 말문이 막힐 때가 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전통문화 속에 숨어있는 ‘인성’의 가르침을 되찾아야 않을까. 그 시작이 바로 우리의 추석 문화를 찾는 것에 있다고 본다.
자녀에게 예(禮)와 정성을 알려주고 싶다면, 추석날 아침에 차례상을 준비하는 것부터 가르쳐보자. 옛날 우리 선조들은 조상님께 올리는 차례 음식 하나하나에도 정성을 담아 올렸다. 차례상을 차리고 송편을 빚는 것 모두가 가족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일이다.
또한, 명절 때 가족이 함께 일하고 함께 즐기는 문화가 필요하다. 오랜만에 함께 장을 보고 음식을 장만하고, 청소하는 모든 것이 살아있는 교육이다. 산책, 윷놀이, 영화보기, 노래방가기 등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이벤트도 마련해본다. 다양한 놀이와 이벤트는 가족 친지간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필요하다.
러브핸즈(Love Hands, 사랑의 마음을 담아 하는 마사지)도 가족 간의 사랑을 돈독하게 해준다. 명절날 부모님의 목과 어깨 등 몸 전체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주무르고, 두드려 드리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효도 선물이 될 것이다. 스킨십을 통해서 사랑하는 마음을 직접 표현하고,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어드리면 부모님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날 것이다. 자녀에게도 기운을 담아 러브핸즈를 해주면 아이도 어느새 부모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싹틀 것이다.
한가위는 보름달을 보며 1년 동안 내려 주신 축복에 감사하는 날이다. 하늘에 감사하고 조상님께 감사하고 살아있는 가족에게 감사하는 마음, 이런 감사와 사랑으로 더욱 더 풍성한 한가위 추석이 되기를 바란다.
글. 김보숙 기자 bbosook7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