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네 살 새내기의 꿈

일흔네 살 새내기의 꿈

+함께 나누는 삶, 소셜 브레인

브레인 20호
2013년 01월 14일 (월)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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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사이버대학교 한국문화콘텐츠학부에 수석 합격한 심윤식 씨
고교 시절 품었던 수필가의 꿈을 이루려 74세의 나이에 글로벌사이버대학교에 진학한 심윤식 씨. 평생 책 읽고 글 쓰고, 만년에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자신의 꿈을 놓지 않은 그는 꾸준한 열정으로 꿈을 실현하고자 늘 노력해왔다. 또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건강 지도를 하는 국학기공 강사이기도 하다.


고교 시절 수필가의 꿈, 평생 놓지 않아
심윤식(74세) 씨는 어렸을 때부터 책 읽기와 글 쓰기를 좋아해서 수필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고등학교 작문 시간에 글을 쓰면 선생님이 잘 썼다며 늘 읽어줬다. 그러다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직장에 다니면서 차츰 글에서 멀어졌다.

“한국은행 춘천 지점에 입사했는데, 들어가자마자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직장 다니면서 돈 벌어서 대학 갈 생각이었는데, 집안일부터 챙겨야 해서 힘들고 속상할 때가 많았지요. 별로 맘에 없던 결혼까지 하고서는 갈등이 더 많았고요. 그런데 결혼해서 셋방살이하던 무렵에 주인집 부인에게 뜨개질을 배우게 됐어요. 뜨개질을 하다 보니 곰곰이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인생에 대해, 세상에 대해 생각의 나래를 펴는 거예요. 그때부터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평생 혼자만의 글쓰기를 해오던 심윤식 씨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글을 내보이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 인터넷에 <법화경>을 올리면서부터다. 마흔 살 무렵에 다도를 배우다가 그 인연으로 <법화경> 공부를 계속 해오고 있었는데, 그 내용을 컴퓨터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던 것이다.

“<법화경>을 공부하다 보니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집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컴퓨터를 하게 됐죠. 딸이 홈페이지를 만들어주고 인터넷 하는 법을 가르쳐줬어요.”

그렇게 해서 ‘법화경과 우리의 삶’이라는 홈페이지를 10년째 운영하면서 글을 계속 올리고 있다.


건강을 되찾으니 꿈을 이룰 기회가 보였어요
서울 중곡3동 주민센터 보건소 강당. 오늘도 어김없이 그의 우렁찬 목소리가 강당에 울려 퍼진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국학기공을 지도하는 그를 보고 74세라는 나이를 짐작하기는 어렵다.

“먼저 배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냥 하는 거죠. 내가 되는 동작은 하고, 안 되는 건 안 해요. 하하.”

무릎이 아픈 그에게 딸이 권해서 단월드 수련을 시작했는데, 이것이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 수련으로 건강을 되찾은 그는 이를 다른 사람에게도 전하고 싶어서 2009년 3월부터 강사 활동을 시작했다. 그 해 9월에는 국학기공대회에 나가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는 자신이 노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고, 늘 다투던 남편에 대해서도 이해하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건강이 회복되면서 가슴 저편에 묻어두었던 꿈을 펼치고 싶은 의욕이 생겨난 것이다. 힘이 생기자 기회가 보였다.

“글로벌사이버대학교가 생겼다기에 거기가 뭐하는 곳인가 알아봤어요. 설명을 들어보니 거기에 가면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글로 잘 표현해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나는 차 얘기가 나오면 차밭에 가서 차를 길러서 따고 끊이는 과정을 다 얘기하는 걸 좋아해요. 그렇지만 현대인들은 그런 거 필요 없다고 하죠. 그냥 마시면 되니까. 나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래서 글로벌사이버대학교 한국문화콘텐츠학부 문화스토리텔링학과에 입학했어요.”

변성광 담당 교수는 “심윤식 씨의 자기소개서와 학업 계획서는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문장력이 뛰어났고, 확실한 목표 의식이 있어서 올해 신입생 모집에서 최고점을 받았습니다. 학부 과정을 마치는 4년 뒤면 심윤식 씨 연세가 77세인데, 졸업과 동시에 수필집을 내 본인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도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글로벌사이버대학교의 한국문화콘텐츠학부는 전국 온·오프라인 대학을 통틀어서 최초로 시도되는 학부이며, 문화스토리텔링 전공은 국내 최초의 학과로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제 시작일 뿐
“내 삶의 활력소는 뇌파진동이에요. 여자들은 대부분 나이 들면 머리가 아프고 힘이 없어요. 그런데 뇌파진동을 하면 머리 무거운 게 없어지고, 몸이 가뿐해지면서 힘이 납니다. 자동차에 연료가 꼭 필요하듯이 나는 뇌파진동 해서 얻은 에너지로 하루를 살아요.”

이렇게 의욕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하는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 심윤식 씨에게 물었다.

“꿈이 있기 때문이죠. 꿈을 이루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에요. 꿈이란 건 빨리 이루어지지 않죠. 그래서 좌절하고 포기하기 쉬운데, 나는 꿈을 놓지 않았어요. 이제 시작일 뿐이에요.”

그는 요즘 사이버대학 입학을 앞두고 컴퓨터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동영상, 문서 작성, 인터넷 검색, 컴퓨터 운영 관리, 블로그까지 섭렵 중이다. 그야말로 성공적인 노년이다.

글·이수연
brainlsy@brainmedia.co.kr | 사진·김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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