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살예방의 날] 눈부신 경제발전 뒤 대한민국의 어두운 그림자

[세계 자살예방의 날] 눈부신 경제발전 뒤 대한민국의 어두운 그림자

'자살' 뒤집으면 '살자' 되듯이, 문제 결과가 아닌 원인에서 해결책 찾아야

대한민국을 설명하는 많은 숫자가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 경제 규모 15위를 자랑하고(2012년 IMF가 조사한 GDP) 경제 경쟁력은 100개국 중 3위를 차지했다. (뉴스위크 2010년 조사) 정보통신 활용도는 전체 138개국 중 1위에 올랐고(세계경제포럼 2011년 조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30개국 중 학업성취도는 세계 두 번째로 높았다. (2009년)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급속도로 세계 무대에 주요국으로 등장한 대한민국은 눈부신 영광에 버금가는 상처를 안고 있다. 그중 오랫동안 세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자살률이다.


대한민국은 2004년부터 한 해도 빠지지 않고 OECD 회원국 중 자살 사망률 1위(인구 10만 명 당 자살 사망률)를 기록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기존 자살률 1위였던 헝가리를 제치고 줄곧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 OECD가 발표한 인구 10만 명 당 자살 사망률 (2010년). 매년 OECD는 회원국을 대상으로 자살률 지수를 조사한다. 우리나라는 2004년 이후 한 번도 자살률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2011년을 기준으로 한 해에 1만 5,90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루에 43.6명이, 매 33분마다 1명이 생을 스스로 마감했다. 1일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14명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다. 외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온라인 한류 사이트에서 대한민국은 '세계 자살의 수도(South Korea - The suicide capital of world)'라고 소개되고 있다.

인구 10만 명 당 자살 사망률 1위에는 청소년 자살률 1위와 노인 자살률 1위라는 슬픈 현실도 한몫했다. 이는 청소년 행복지수 꼴찌와 노인 빈곤율 1위와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미래를 꿈꾸지 못하고 황혼을 보내는 노인들이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지 못하는 나라, 바로 2013년의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는 자살문제 예방과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위한 공동의 노력과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지난 2003년부터 매년 9월 10일을 '세계 자살예방의 날'로 지정, 기념하고 있다. 특히 WHO는 세계 정신건강(Mental Health)의 한 축으로 '자살 예방'을 강조하고 있다. 정신건강, 즉 멘탈헬스가 악화되면서 자살률 역시 매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도 이러한 국제 사회의 움직임에 발맞춰 자살 예방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에 맞춰 각 언론단체에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전달하는가 하면 자살 예방을 위해 노력해온 16인에게 표창을 수여할 예정이다.

포털사이트도 이에 동참한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는 9월 중 '정신 건강 특집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의 도움을 받아 우울증과 자살예방, 중독 등과 관련한 전문지식을 전한다.

특히 네이버는 정신건강 상담기관 목록을 제공해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편, 스스로 자신의 정신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14종의 자가진단 프로그램도 함께 제공할 예정이다. 
 

▲ 지난 5년 동안 110명이 투신 자살을 한 서울 마표대교에 쓰여진 문구. 다양한 문구들 덕분에 마포대표는 최근 '생명의 다리'로 불리고 있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최근 5년 동안 한강 다리 중 자살을 가장 많이 기도한 곳(110명)으로 조사된 마포대교는 최근 '생명의 다리'로 거듭나고 있다. 마포대교는 CCTV를 20대로 늘리고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 '조금 늦는다고 속상해하지 마' 등 다양한 '힐링(Healing) 문구'로 투신 시도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한편, 시민들의 휴식처로도 사랑받고 있다.

정부와 기업, 지자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자살예방은 갈 길이 멀다. 근본적인 정신건강, 즉 멘탈헬스 증진보다는 자살에 대한 상담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멘탈헬스를 전문으로 하는 브레인트레이너협회 김나옥 이사는 "어떤 선택이든 우리 뇌에서 비롯된 정신, 즉 멘탈에 의해 이뤄진다.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 역시 뇌, 즉 멘탈 행위의 결과"라며 "멘탈헬스를 평소에 관리하며 긍정적, 적극적인 태도로 삶을 창조하는 것이 자살 문제의 근본적인 예방,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답은 이미 우리가 갖고 있다. 지난 8월 18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된 '2013 청소년 멘탈헬스 심포지엄'에서는 교육부 원조로 중남미 엘살바도르에서 진행된 뇌교육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사례가 발표되었다. 엘살바도르에서 온 호아낀 로데스노 학교 글로리아 뮐러 교장은 "갱단(조직폭력배)과 마약으로 찌들었던 학생들이 뇌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변화하고 있다"며 한국의 교육 원조에 감사의 뜻을 표한 바 있다. 이는 국내 최초로 개최된 멘탈헬스 심포지엄이었다.


'자살'을 뒤집으면 '살자'가 된다. 자살예방의 해답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과가 아니라 원인을 잡아야 한다. 현재의 자살예방책을 뒤집어 보면 답이 나온다. 바로 대한민국 국민의 '멘탈헬스' 증진이 그 답이다.

글. 강만금 기자 sierra_leon@l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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