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500 자리의 숫자를 외워 기억력 분야 세계 기네스북에 오른 에란 카츠가 한국을 찾았다.
"실제로 난 천재는 아니다. IQ가 좋아 기억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기술을 아는 것이다. 우리 두뇌는 컴퓨터와 같다. 컴퓨터에서 문서작업 후 저장 버튼을 눌러야 저장이 되듯이 기억도 선택적으로 기억하겠다고 했을 때 머릿속에 남는다."
천재적인 기억술로 기네스북에 오르고, 두뇌 계발 강연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에란 카츠(Eran Kats)가 한국을 찾았다. 최근 신간 <뇌를 위한 다섯 가지 선물>(민음인) 출간에 맞춰 방한한 카츠는 지난 27일 이스라엘 문화원에서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강연했다.

▲ 그는 강연에서 청중들이 무작위로 부른 영어단어 20개, 숫자 3여 개를 바로 암기했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거꾸로도 모두 즉석에서 기억했다.
"훈련만 하면 뭐든지 기억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관심과 열정이다."
우리가 정신을 산만하게 하고 주변환경을 다 잊을 만큼 집중할 때는 언제일까? 흥미로운 것, 특이한 것, 이미 잘 알고 있거나 쉽게 연상할 수 있을 때이다. 그는 연상기법과 상상력을 발휘해 암기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관심이 있는 것을 잘 기억한다. 얼굴이나 이름을 잘 기억하는 사람은 사람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고, 사소한 것을 잘 기억하는 사람은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여러분이 관심있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면 기억력이 향상되는 것이 느껴질 것이다."
한 가지 신기한 것이 있다. 20~30년 전 어린 시절은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어제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의 저자는 누구인지, 지난 주말 아침에는 무슨 일을 했는지는 도통 기억나지 않는 것이다. 카츠는 이처럼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나빠지는 것은 생물학적인 이유이기보다 삶에 호기심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렸을 때는 모든 것이 새롭고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왜 하늘이 파란색일까?', '아기는 어떻게 태어나는 것일까?' 등등 질문이 다채롭고 흥미로웠다. 지금 여러분이 주로 하는 질문은 무엇인가? '변호사가 누구야?", '왜 어제 전화 안했어?'등 재미없는 일들뿐이다. 기억을 잘하고 싶다면 삶에 관한 열정이 필요하다. 열정을 갖고 사소한 일에도 관심을 둘 때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다."

그는 기억을 잘하는 것 못지않게 기억을 잘 활용하는 능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든 것을 외우고 기억할 필요는 없다. 기억력으로 세계 기네스북에 올랐지만 나는 우리 집 쓰레기 버리는 일을 종종 잊어버린다. 그렇지만 기억하고자 하는 것은 항상 기억한다. 한국인과 유대인의 공통점은 과거에 좋지 않은 기억에 머물거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보다 항상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유대인은 실수가 있더라도 열정을 가지고 앞으로 간다. 이것이 나의 기억력 방법이다."
<천재가 된 제롬>, <슈퍼 기억력의 비밀>을 통해 유대인의 우수한 두뇌 비결을 소개해 국내에서 큰 호응을 얻었던 카츠는 지난 2008년에 이어 세 번째 한국 방문이다. 지난번 방문했을 당시 한국인의 열정과 한글의 우수성 등에 감동받았다는 그는 이번 신간에서도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쏟은 관심이 책 곳곳에 드러난다.
에란 카츠는 사람들이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지만 미처 깨닫지 못하는 잠재력을 깨워 주기 위해 <뇌를 위한 다섯 가지 선물>을 집필했다고 밝혔다. 전작들이 학습 능력과 기억력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이번 책은 원치 않는 기억과 불필요한 정보를 삭제하고 좋은 기억을 채워 넣는 법,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법, 욕망을 다스리고 스스로를 관리하는 법 등 삶을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는 실용적인 지침들을 담았다. 또한, '뇌' 뿐만 아니라 욕망, 갈등, 죄책감 등 인간의 감정을 다루는 방법도 함께 소개했다.
글, 사진.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