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소비자와 농촌의 생산자는 얼마든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도시와 농촌이 어우러진, 생태 가치가 살아 있는 삶을 일구는 (주)이장 임경수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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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마을을 잇는 징검다리
(주)이장은 농촌 생태사업 컨설팅 업체다. 2001년 설립 당시부터 생태사업을 했던 건 아니다. 언젠가는 시골에서 살고 싶은 막연한 꿈을 가진 도시민을 위해 임경수 대표는 그 꿈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그러던 중 ‘초록바람’ 이라는 단체에서 생태운동을 했던 친구들을 만나 (주)이장을 설립했다.
(주)이장은 현재 경기도 안성에 본사를 두고 춘천, 서천 등 7개의 지역에 지사를 두고 있다. 함께 일하는 직원은 모두 50여 명이다. (주)이장의 첫 사업은 전국 60여 개 마을에 오리농법과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폐교를 생태농업 교육장과 숙박 시설로 만든 일이다. 또 물레방아와 돌담길, 등산로 등을 조성해 마을의 수입을 평균 10배 이상 올렸다. 지금의 규모를 갖추게 된 것은 이런 초기 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자 여러 지자체에서 마을 컨설팅을 의뢰하면서부터다.
임경수 대표는 (주)이장이 하는 일을 ‘사람을 만나서 뜻을 모으고, 그 뜻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은 후에 다같이 실행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농촌에도 컨설팅이 필요해
(주)이장이 하는 일의 절반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특히 마을 주민과 나누는 대화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마을 회의 시간에 주민들이 모이면 서너 명씩 조를 짜 회의를 합니다. 회의 전에 지켜야 할 것들을 살펴보고 그중에 ‘큰소리로 말하지 않기’, ‘말 중간에 끊지 않기’ 같이 공통적으로 나온 것들을 규칙으로 정합니다. 주민들은 스스로 정한 것이기 때문에 대체로 잘 지킵니다. 우리 회사는 지역 개발의 하드웨어만 고민하는 게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회의 방식 같은 소프트웨어 도 중요하게 고려합니다.”
임경수 대표는 생태적인 삶은 도시에서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다만 한계가 있기에 농촌에서 그 대안을 찾는 것이라고.
“생태적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생태적인 것의 가장 큰 특성은 유기성이라고 봅니다. 생명체에는 기가 있고, 기의 작용에 의해 ‘1+1=2’가 아닌 ‘2+α’라는 결과물을 낼 수 있어요. 생명 에너지는 모두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죠. 그런 유기적 관계를 자각하고 두루 보살피면서 사는 것을 생태적인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고, 집과 골목길의 관계를 살피고, 담장을 쌓을 것인가 말 것인가 결정할 때 항상 ‘관계’를 중심에 놓고 해답을 찾습니다. 생태적으로 살기 위해 억지로 무엇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소통을 통해 상생하는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과정 속에서 생태적 삶으로 변화해간다고 생각합니다.”
생태 가치를 실현하는 산너울 마을
올해 완공하는 충남 서천 생태마을은 (주)이장이 주관하고 서천군을 비롯한 지방 자치 단체가 힘을 모아 조성한 전원 마을이다. 총 15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 받아 입주민과 마을 주민들에게 가구별로 태양광 설비를 지원했다. 또 게스트 하우스, 복합 문화관, 생태 연못, 공동 텃밭 등의 편의 시설도 만들었다.
“아직 완공되지 않았지만 이미 와서 살고 계신 분들이 있습니다. 미안하죠. 그분들은 오히려 동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즐겁다고 이야기합니다. 1호로 입주한 분은 텃밭을 가꾸면서 낮에는 작은 승합차에 다코야키를 파는 기계를 놓고 마을로 나가 판매를 해요. 산너울 마을에 입주한 주민들은 매달 정기 모임을 갖고 생활 전반에 걸친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죠. 소소하게는 목공 의자 만드는 시간도 마련하고요.”
(주)이장은 생태 건축과 지역 활성화 시설 같은 하드웨어 분야, 소규모 농촌 창업이나 지역사회 관광, 커뮤니티 비즈니스와 같은 소프트웨어, 지역 주민 교육과 역량 강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풀뿌리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팀원이 팀원을 뽑고,
직원이 월금을 정하는 회사
사회적 기업의 요건 중 하나인 민주적 의사결정은 (주)이장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다.
“제가 대표지만 모든 일을 제가 다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회사 지분을 제일 많이 갖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종업원 지주제여서 종업원이 주식을 갖고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어요. 그래서 월급도 팀별로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지요. 연초가 되면 팀장들과 마주 앉아서 각 팀의 상황에 맞게 월급을 인상하거나 동결합니다. 이렇게 하면 직원 개개인이 자기 팀과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훤히 알게 되죠. 이는 팀원 각자에게 일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동기를 유발합니다. 또 팀장에게 인사권이 있어서 함께 일할 팀원을 팀장이 직접 뽑습니다.”
마흔 초반의 임경수 대표가 오늘에 이르기까지는 실패도 많았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공부하다가 농촌을 살리는 것이 환경 문제의 대안이라는 확신을 갖고, 도시민에게 농촌의 먹을거리를 공급하는 사업을 두 차례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때 제가 깨달은 것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거였어요. 제가 자신 있는 분야는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그는 자신을 ‘커뮤니티 디자이너’로 불러달라고 했다. 도시민과 농민이 소통하면서 관계를 맺게 하는 것이 그가 하는 진짜 일인 셈이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이 사회를 건강하게 변화시키는 한줄기 땀방울이 되기를 바랄 뿐이라며 소박하게 웃는다.
글·김보희 kakai@brainmedia.co.kr | 사진·김경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