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정서 뱃심으로 잡는다

불안한 정서 뱃심으로 잡는다

뇌교육 현장 속으로

브레인 13호
2010년 12월 21일 (화)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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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맞추지 못하는 아이

요즘에는 많은 아이들이 부족함이 없는 환경 속에서 자라납니다.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먹을 것이며 입을 것, 갖고 노는 장난감까지 차고 넘쳐납니다. 받기만 하다 보니 교류하는 방법을 모르고, 서로 나누어주며 고마움을 느낄 줄도 모릅니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태교를 받고 4~5세만 되어도 학원에 다니기 시작합니다. 이런 과잉 학습의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표현하는 것에 점점 서툴러집니다. 그러다 보니 아는 건 많은데 혼자서는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는 심각한 상태에 이르기도 합니다.

민수도 그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였습니다. 민수가 엄마의 손을 꼭 잡고 뇌호흡 교실의 문을 처음 열고 들어왔을 때, 민수는 저와 눈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이라고 말하는 아이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습니다. 엄마와 먼저 상담을 하고 난 뒤 저는 민수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으면 방문을 쳐서 부술 정도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어머니의 안타까운 심정이 느껴졌고,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아이의 답답한 마음을 생각하니 무척 걱정되었습니다. 저는 민수에게 먼저 자신의 몸을 바르게 쓰는 법을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뱃심부터 기르자

두뇌 프로그램의 기본 단계인 뇌체조를 하는 민수의 모습은 어색했습니다. 중학생인 자신이 몸을 움직이는 것은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탓인지 남에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는 아이의 동작을 하나하나 바로잡아주는 데는 많은 인내가 필요했지만, 아이가 변화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민수가 중학교 1학년이지만 어린아이에게 설명하듯이 아주 자세하게 왜 뇌체조를 해야 하는지 이야기했습니다. 아랫배에 힘이 생겨야 몸이 건강해지고, 그러면 감정 조절도 잘할 수 있게 된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4개월이 지나자 민수는 차차 뱃심이 생기고 몸의 균형을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나자 자신보다 늦게 들어와서 수업을 잘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를 도와주기도 하고, 붕어빵을 사와서는 쑥스러워하며 저와 다른 선생님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는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런 기쁨이 있기에 뇌호흡 교사를 9년째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변화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가슴 뿌듯한 행복입니다.

‘난 참 소중한 사람이구나’

그동안 뇌호흡 교사를 하면서 아이들에 대해서 알게 된 중요한 사실은, 아이도 어른처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많다는 것입니다. 명상 프로그램인 ‘지감’ 수업을 하다 보면 많은 아이들이 눈물을 흘립니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차분하게 앉아 몸을 바로 세우고 자신을 느껴보라고 하면 아이들은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느낍니다.

민수는 지감 수업을 하면서 불안정했던 눈동자가 편안해졌고, 친구와 선생님들과도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부쩍 잦아졌습니다. 민수는 ‘브레인 멘토’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를 찾을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꿈을 그려나갔습니다. 해외 캠프 프로그램인 ‘아이비리그 투어’를 다녀오고 나서 민수는 더 의젓해졌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민수야, 엄마는 네 꿈을 응원하고 있어

그런데 순조롭게 변화하던 민수에게 새로운 갈등이 생겼습니다. 민수는 유학을 가고 싶어 했지만 부모님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때가 아니라며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민수는 당장 유학을 가지 않으면 꿈을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조바심에 힘들어했습니다. 갈등의 기간이 6개월이나 지속되면서 어머니도 힘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는 민수와 대화를 잘하기 위해서 자신을 성찰하는 뇌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유학을 보내주기에는 경제 형편이 여의치 않지만 엄마는 네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대화를 나눴습니다. 저는 민수가 바라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민수가 직접 만날 수 있게 주선을 해주었습니다. 이 만남을 통해 민수는 유학을 가기 위해서는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지금은 공부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민수를 만난 지 벌써 3년. 내년에 고등학생이 되는 민수가 3년 동안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과정은 저 자신에게도 성장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민수뿐 아니라 세상의 많은 아이들이 밝고 건강한 꿈을 가지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창조해나가는 모습을 생각하면 제 발걸음은 더 바빠집니다.

글·임윤희 HSP Life 대구·울산 지역 경영이사.
두뇌의 힘을 키우는 뇌호흡 교육 교사로 9년간 일해왔고, 현재는 경영 책임자로서 후배 교사들이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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