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책을 반드시 사야 한다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책을 반드시 사야 한다

무조건 많이 읽기에서 뇌활용 독서법으로 ④

중요한 내용을 머릿속에 담는 게 중요하다ㅡ책을 읽을 때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을 정리하는 법이 중요해졌다. 많이 책는 것보다 조금 읽어도 잘 정리해서 활용하는 게 중요하는 점을 강조한 책ㅡ『자신의 사고 정리법』(와시다 코야타 지음, 성윤아 옮김, 세경북스, 1997)은 '초스피드 시대의 초스피드 사고'라는 말에 끌려 읽었다. 급변하는 시대였고 그만큼 많은 정보가 쏟아져 생각이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실감하던 차였다. 매일 배달되는 신문에서는 면마다 새로운 용어를 소개했다. 생경한 용어들이 친해지기도 전에 점차 일상에 파고들어 새로운 자리를 차지했다.

 

『자신의 사고 정리법』저자 와시다 코야타 일본 삿포로대학 교수는 철학, 윤리학을 담당한다. 와시다 교수는 초스피드 시대에 적용할 만한  '매뉴얼 사고법'을 이 책에서 제시했다. 매뉴얼 사고법? 일본인 다운 발상이다. 매뉴얼이 초스피드 시대에 맞을까 의문을 가지 마시라. 인류가 오랜 기간에 걸쳐 쌓아온 성과에서 발견한 것이니까.

 

저자는 『자신의 사고 정리법』을 크게 세부분으로 나누어 제1부 삼분할(삼분법)으로 생각한다, 제2부 실천독서법, 제3부 '어려운 문제' 돌파법으로 구성하였다. 제2부 실천독서법을 읽어보려고 구입했는데 제1부 삼분할(삼분법) 사고법도 매우 유용했다. 삼분할이란 서론, 본론, 결론 식으로 세 가지로 나누어 생각을 정리하거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다. 어떤 주장을 반대할 때는 그 근거를 세 가지 제시하고 찬성할 때도 마찬가지다. 둘만 제시하면 불충분하고 넷은 너무 많다. 셋이 적합하다.

 

역사를 보면 고대, 중세, 근대로 삼 분할하고 계층도 상류, 중류, 하류로 나눈다. 인생도 삼분할ㅡ 초년, 중년, 노년으로 나눈다. 이러한 사례는 무의식중에 삼분할로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생리에 맞기 때문이다. 셋, 즉 세 개는 인간이 기억하기 가장 좋은 갯수라는 근거도 있었다.

 

이 책을 읽은 뒤로 토론에 나가서나 글을 쓸 때 의견을 말한 다음 그 근거를 세 개를 들어, "첫째는ㅡ 둘째는 ..., 세째는 ...이기 때문이다"라고 하게 되었다. 이렇게 삼분할로 나누는 습관을 들이니 짧은 시간에 논리있는 글을 쓰거나 말을 하게 되었다. 책을 읽을 때도 ' 이 책이 주장하는 바 세 가지는 뭐지'라고 정리를 하니 요약하기도 쉬워졌다. 그 뒤 여러 책에서 '삼분할'을 강조하는 내용을 보았다.

 


제2부 실천독서법은 고도지식의 대중사회ㅡ대중이 지식을 대가로 살아가야 하는 사회ㅡ에서 누구나가 익힐 필요가 있는 실천적 처세술(살아가기 위한 기술)의 중요한 일환이라는 점을 강조한다(88쪽) 이게 무슨 의미인고 하니 책을 읽는 일 중 가장 중요한 점은 생활의 양식을 얻기 위한 기본 기술의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다. 독서는 이 시대에 살아가는 기술이다.

 

그런데 저자는 정작 공립도서관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제시해 놀랐다. 첫째, 공립도서관에 아무 기대도 하지 말자.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은 자기가 사라. 이것이 기본이다. 둘째, 도서관이 책을 읽는 데 돈을 쓰지 않으려는 사람의 구제센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 도서관은 쓸모없는 책의 보관장소가 되어서는 안된다. 괜찮은 책만을 엄선해야 한다. 이런 주장을 전국 도서관페스티벌에서 피력했다가 큰 반발에 부딪혔지만 저자는 굽히지 않는다.

 

그러니까 책을 읽기 위해서는 사야 한다는 게 저자의 지론이다. 심지어 책을 사지 않는 사람을 '싸구려인간'이라고까지 말한다.

 

"돈이 있는데도 책을 사지 않는 사람은 머리가 빈곤해진다. 다만 책을 샀다고 해서 풍요로운 인간, 고귀한 인간이 된다는 의미로 말한 것은 아니다. 책을 사지 않으면 싸구려인간이 된다는 의미이다.
책 한 권 정도 읽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의 생존가치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읽을 필요가 있는데 그 비용을 아까워하는 사람, 다른 사람의 샅바로만 씨름을 하려고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은 확실히 머리가 빈곤해진다는 것이 나의 경험에서 나온 생각이다."(98-99쪽)
 
나는 다른 사람의 샅바로 씨름을 하려는 사람이 되기 싫었다. 책을 사봐야 비로소 필요한 책을 알게 된다. 필요한 책은 항상 자기 곁에 두고 이용 가능한 상태로 해 놓아야 한다. 책은 한 번 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책은 비싸다 그러나 싸다. 이는 책을 읽어본 사람만이 안다. 글쓰는 일에 종사하다보니 저자의 주장에 크게 공감했다. 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대신 집에는 둘 곳이 없는 책들이 늘어갔다. 2, 3년간 보지 않은 책들도 많아졌다. 언젠가 볼 것인가, 하지만 버리지 못한다. 남에게 주었다가 나중에 필요해 재구입한 경험이 있기에. 참고하기 위해서라도 책은 보관하자. '인용'은 당연히 '필요한 부분을 반복하여 참조'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도의 참조할 수 있는 책은 항상 보관해야 한다.

 

책을 구입할 때 어떻게 해야 하나? 새로운 분야를 공부할 때는 좋은 입문서가 필요하다. 입문서 두세 권을 사서 비교해본다. 기본문헌이나 참고문헌에 공통으로 기재되어 있거나 입문서가 권하는 전문서 두세 권을 읽어본다. 입문서 외에 한 가지 주제를 조사하기 위해 필요한 책은 그 주제에 관한 가장 최근의 정보나 지식으로 꽉 차있는 책이다. 좋은 책은 최첨단의 문제를 저자가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분석했는가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저자의 문제의식이나 분석, 그리고 선행자의 연구성과(문헌) 등을 적절하게 소개한 책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저자는 입문서건 최첨단의 책이건 우선은 책을 한아름 사서 훑어보고 '이것이구나'하고 맥을 집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며 이러한 방법이 오히려 나중을 생각하면 싸게 먹히는 셈이라고 한다. 젊어서 이런 습관을 몸에 익혀놓으면 틀림없이 좋은 결과가 생길 것이라 한다.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노트를 해봐야 보지 않으므로 하지 말라. 속표지에 메모나 참고페이지를 적어둔다. 밑줄과 표시는 최소한으로 한다. 마음에 드는 작가의 저서는 모두 읽는다. 책은 참모역할을 하므로 항상 참고한다. 잊어버리는 건 좋은 일이다ㅡ책 내용을 모두 기억하려고 여러 방법을 찾았는데 저자는 그 반대 주장을 했다. 모두 외우려면 부담이 가고 고통스러워지고 책에서 멀어지게 되니까. 읽은 것은 반드시 잊어버리게 마련이니. 어떤 책이건 요약하면 세 가지 명제 세 줄이다. 컴퓨터 시대는 암기력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암기하는 시대는 끝났다.

 

독서에는 때가 있다ㅡ시기가 지나면 의미를 잃는 독서가 있다. '청춘 시절의 책'은 눈에 띄는 곳에 두고 싶다. 젊었을 때 혹은 필요할 때 독서를 하지 않으면 나중에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소용이 없다. '청춘의 책', '중년의 독서', '노년의 독서'가 있다. 각 시기에 해당하는 책을 한 권씩 들어보라.

 

이 책을 통해 독서에 대해 더욱 폭넓게 생각하게 되었다. 책은 자기 돈으로 사야 한다. 좋은 입문서를 구입해야 한다. 반복해서 보라. 좋아하는 저자의 책은 모두 읽으라. 내용을 모두 기억하려 하지 말고 요약하면 명제 세 가지다. 전부는 아니어도 실천에 옮겼다. 이미 익힌 목차 활용법을 통해 전체를 파악하고 기둥을 세워 줄기를 잡아가면 외우는 데 힘들지 않지만 명제 세 가지로 요약해보라는 저자 말도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독서에는 때가 있다는 말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공자도 말했지 않은가."배우고 때에 맞게 익히니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不亦說乎)"라고.

 

글. 정유철 선임기자 npns@naver.com
전 전남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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