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속에서 공간이 기억되고 학습되는 원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세바스티안 로이어 박사(Sebastien Royer)와 김진현 박사가 미국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 산하 자넬리아 팜(Janelia Farm) 연구팀과 공동으로 해마 속 신경세포와 뇌파 간 작용을 규명했다고 3일 밝혔다.
해마는 대뇌의 좌우 측두엽 안쪽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기관으로 ‘기억의 제조공장’이라고 불린다. 해마 내에는 장소세포(Place cell)라는 신경세포가 존재한다. 이 세포는 실험생쥐가 특정장소에 있을 때 강하게 활성화하며 생쥐가 이동하면 다른 장소세포가 다시 활성화된다. 하지만, 이러한 활성화 패턴을 억제성 신경세포들이 조절한다고만 알려져 왔고, 구체적인 조절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
Royer박사 연구팀은 실험동물 훈련장치인 ‘트레드밀’과 최신 뇌 회로 분석기술인 광유전학 기법을 이용하여 뇌가 공간정보를 습득하는 원리와 이와 관련된 다양한 억제성 신경세포의 역할을 규명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번 실험은 실험생쥐 뇌 속 해마의 특정지역에 광학탐침을 장착한 후, 그 지역 세포체주위와 수상돌기에 영향을 주는 고유의 억제성 신경세포(소마토스테틴형·파브알브민형)들의 작용을 빛으로 억제하면서 학습기억과 관련된 뇌파인 세타파의 변화를 전기생리학적으로 기록하였다.
실험 결과, 소마토스테틴형 신경세포의 작용을 억제한 경우, 세타파 진행중 다발적 활성화 현상이 증가했고, 파브알브민형 신경세포의 작용을 억제한 경우 세타파의 위상변이가 발생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해마의 공간학습 메커니즘 규명을 통해 기억습득의 원리를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간질과 알츠하이머 등 해마 손상으로부터 오는 뇌질환을 치료하는 데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 분야의 권위있는 학술지 ‘네이쳐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誌 온라인판에 3월 25일자로 게재되었다.
글·사진. 윤관동 객원기자 kaebin@brain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