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으로 본 청소년의 뇌

뇌과학으로 본 청소년의 뇌

뇌과학 리포트

브레인 86호
2021년 08월 17일 (화)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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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회색질에서 일어나는 극적 변화

1백여 명의 건강한 청소년들의 뇌를 스캔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분석해본 결과 십대의 전전두엽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감지되었다. 전전두엽의 회색질이 극적으로 두꺼워졌다가 얇아지는 현상이 발견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두정엽과 측두엽에서도 관찰되었다. 

회색질은 뇌의 가장 바깥에 있는 약 0.63cm 두께의 부위로 신경세포와 거기서 뻗어 나온 수상돌기가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영역이다. 뇌가 두터워지는 현상은 신경세포의 수상돌기가 나뭇가지처럼 맹렬하게 뻗어나갈 때 일어난다. 사춘기가 되면 이러한 성장이 정점을 이루고, 그 후로는 불필요한 부분을 차츰 제거해나가는데, 성인이 되어서도 이러한 가지치기가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 

전전두엽이 팽창하면서 급변하는 십대의 청소년들은 때때로 여덟 살짜리 동생보다 더 대책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특히 배외측 전전두엽 피질이 팽창을 거듭하면서 전체적인 기능 연결이 제대로 이뤄지기 전 단계에 있는 십대 청소년들은 충동을 억제하고 기억을 잠시 저장시켜야 하는 부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친구들의 문자에 답하느라 숙제하는 것을 까맣게 잊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배외측 전전두엽 피질은 114에서 전화번호를 듣고 전화를 걸기까지 숫자를 기억하는 데 필요한 부위다. 한편, 팽창했던 전전두엽이 차츰 정리되어감에 따라 십대는 선의의 거짓말을 한다든지, 대여섯 가지를 머릿속에서 동시에 비교해보면서 그 상관관계를 연관짓는 등의 새로운 능력을 갖게 된다. 

운동을 조절하는 미상핵 부위는 십대 초반에 회색질 제거가 시작되어 13세를 전후해 막대한 양의 조직을 상실한다. 그렇기 때문에 13세 이전에 근육을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운동을 되도록 많이 경험하는 것이 좋다.

청소년기 두뇌변화의 상징 ‘수초화’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변화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수초화(미엘린화myelination)’이다. 수초화란 피복을 입히지 않은 전선 상태의 축색돌기 표면을 슈반세포의 세포막이 감싸면서 결과적으로 신경전달을 신속하게 해주는 변화다. 
 

▲ 신경세포 사이 시냅스

뇌는 부위에 따라 수초화가 일어나는 시기와 정도가 다른데, 십대의 뇌에서 수초화가 일어나는 곳은 대상회와 해마를 연결해주는 상수질판이다. 이 부위는 순간적인 반응을 전후 맥락과 연결해주는 회로의 핵심 부분이다. 이 부분이 수초화한다는 것은 좀 더 성숙한 행동을 하고, 충동을 잘 조절하고, 집중력이 향상된다는 것을 뜻한다. 

언어 기능에 관여하는 베르니케 영역의 왼쪽과 오른쪽을 연결하는 뇌량의 섬유세포도 13~14세 무렵에 수초화가 대부분 진행된다. 일기를 써도 간단한 단문만 쓰던 열 살의 아이가 차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구성도 풍부한 글을 쓸 수 있는 열세 살이 되는 것이다. 

청소년기, 억제 기능을 향상시켜가는 성장 과정

뇌는 기본적으로 억압 기제이고, 뇌가 발달한다는 것은 억제 기능이 점진적으로 향상되는 것을 뜻한다. 앞에 있는 사람이 커피를 마시면 성인의 뇌는 이를 보고 머릿속에서 이미 그 행동을 따라 하지만 운동으로 출력되지는 않도록 억압 기제가 작동한다. 이 덕분에 커피 잔이 없는 빈손을 들어 올리는 민망한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유아기와 유년기에는 무작정 따라 하기를 통해 학습을 하고, 그 이후에는 억압 기제를 통해 차츰 조절하면서 성인으로 성장해간다. 사춘기는 성인이 되기 전 마지막 단계로 판단, 예측, 계획 같은 통합적인 조절 기능을 하는 전전두엽의 발달이 가장 절실한 시기다. 이때 제거되는 시냅스의 상당 부분은 뇌를 자극하고 흥분시키는 종류다.

어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흥분성 시냅스와 억제성 시냅스의 비율이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7 대 1에서 4 대 1로 변한다고 한다. 글루탐산염을 방출하는 흥분성 시냅스가 청소년기에 적절히 제거된다면 청소년의 뇌도 차분하게 작용할 수 있다. 

불균형한 도파민, ‘오버’하는 십대

전두엽 연결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십대 초기의 청소년은 감정 처리를 주로 편도에서 하게 된다. 자신의 감정 상태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도 십대의 특성 중 하나다. 그래서 십대들은 흔히 두려움을 분노로 인식하곤 한다.

십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다양한 얼굴 표정이 담긴 사진을 보여주고 그 사진의 주인공이 어떤 감정 상태인지 말하게 했는데, 십대들은 표정을 정확하게 읽지 못하고 혼란에 빠졌다. 

청소년기에는 감정 파악 속도도 이전 시기보다 오히려 더 느려진다. 11~12세 때는 감정 파악 속도가 20%까지 느려졌다가 18세가 지나서야 정상으로 회복된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분비의 변화도 청소년기의 특성을 형성하는 데 일조한다. 도파민이 분비되는 수치는 아동기에 최고치에 이르렀다가 청소년기를 거치는 동안 감소한다. 도파민이 분비되면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된다. 

청소년기에는 뇌의 도파민 분비가 점차 줄어드는데, 그런 와중에도 전전두엽 피질에서는 상대적으로 도파민 분비가 증가해 이로 인해 중격의지핵을 비롯한 보상회로에서 도파민의 수치가 떨어지게 된다.

보상회로 부위에 도파민이 부족해진 십대들은 이전에 경험했던 만족감을 얻기 위해 더 자극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또한 전전두엽에서 도파민 분비가 증가함에 따라 십대는 자신이 경험하는 새로운 상황을 매우 중요하게 인식하게 되고, 그에 따라 바로 행동으로 표현할 확률이 높아진다. 도파민 때문에 뇌로 들어오는 정보가 과장되고, 결과적으로 출력도 과장되게 나가는 것이다. 

어른이 되기 위한 리모델링

청소년의 뇌는 어른의 뇌로 성장하기 위해 몇 가지 급진적인 변화를 거친다. 변화를 통해 얻으려는 것은 논리적이고, 스스로 통제가 가능하며, 계획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그런 변화를 일으키는 방법들 가운데 한 가지는 ‘팽창’과 ‘가지치기’를 통한 다듬기이고, 또 한 가지는 수초화를 통해 연결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얻는 것은 어른스러워진다는 것이고, 잃는 것은 어릴 적만큼 쉽게 새로운 경로를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춘기 이전에 외국어를 배우면 모국어의 억양이 나타나지 않지만 사춘기 이후에 외국어를 배울 경우 모국어의 억양이 나타난다거나, 사춘기 이전에 운동을 배우는 것은 쉬우나 사춘기 이후에 정교한 동작이 필요한 운동을 익히려면 훨씬 더 큰 인내심이 필요한 이유가 그것이다. 이 중요한 과정이 그리 짧게 지나가는 것은 아니어서, 전전두엽의 정리 작업은 25세 이후까지도 진행된다. 

이렇게 급격한 변화를 겪는 십대의 뇌와 늘 함께 지내야 하는 부모와 교사가 이들과 좀 더 잘 지내며 적절한 도움을 주려면 다음 몇 가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우선 아이에게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주문하지 말고 한 번에 한 가지씩 하게 하는 것이 좋다.

이야기할 때는 천천히, 조용하게, 반복해서 말해야 전달력을 높일 수 있다. 또 때로는 부모나 교사가 아이의 전전두엽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이런 행동에는 이런 결과가 따른다는 것을 아이에게 분명하게 알려주고, 대부분의 일은 아이가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하게 하되 중요한 일에는 부모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아이의 몸집이 훌쩍 커버린 탓에 무심코 청소년기 자녀를 어른으로 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아이의 뇌는 아직 질풍노도 상태에 처해 있다. 겉모습만 보고 성인 대접을 하다가 그들의 행동에 분노하고 경악하기보다는 청소년기의 발달 특성을 정확히 알고 아이의 상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글· 브레인 편집부
도움 받은 책·《매직트리, 뇌과학이 밝혀낸 두뇌성장의 비밀》 메리언 다이아몬드 외,《십대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바버라 스트로치,《의학신경해부학》 이원택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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