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변이 생쥐 실험으로 ‘마음의 지도’ 그린다

돌연변이 생쥐 실험으로 ‘마음의 지도’ 그린다

KIST 뇌과학연구소

브레인 32호
2012년 02월 14일 (화)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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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뇌과학연구소는 돌연변이 생쥐를 통해 마음과 행동의 뇌 지도를 작성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융복합 뇌 연구 조직이다. 국가과학자인 신희섭 박사를 소장으로 지난해 1월 발족한 KIST 뇌과학연구소를 찾았다.

현재 선진국의 뇌 연구는 개별적으로 진행되던 기존의 연구 방식에서 벗어나 뇌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위한 융합 연구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KIST 뇌과학연구소는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에 발 맞춰 뇌를 중심으로 한 융합 연구를 추진하기 위해 발족했다.

신희섭 박사를 소장으로 신경과학연구단, 뇌의약연구단, 바이오마이크로시스템연구단, 기능커넥토믹스연구단(WCI)으로 구성된 세계적인 수준의 뇌과학연구소다.

‘뇌 기능 조절과 뇌 질환 정복’이 최근 뇌과학의 화두로 떠오름에 따라 뇌에 대한 연구도 단편적인 이해에서 벗어나 종합적인 이해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KIST 뇌과학연구소는 ‘마인드맵, 브레인 업Mind Map, Brain Up’을 연구의 키워드로 삼고 있다.

‘마인드맵’은 한마디로 마음과 행동을 주관하는 뇌 회로를 유전자와 단백질, 시냅스, 신경회로, 기능시스템까지 아우르는 통합적인 지도로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작성한 뇌 회로를 바탕으로 뇌 질환이나 치료 방법 등 뇌의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브레인 업Brain Up’이다. 뇌과학연구소에서는 현재 약 2백여 명의 연구원이 이 두 가지 키워드로 대변되는 뇌 융합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뇌과학연구소는 뇌 기능을 유전자와 신경회로 수준에서 밝히는 연구에서 이미 세계 수준에 올라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신희섭 소장은 전기생리학적 방법에만 의존하던 기존의 뇌과학 연구에 유전학과 분자생물학, 신경세포 생물학 등을 접목해 독창적인 연구 성과를 일궈왔다.

특정 유전자를 없애거나 조작한 ‘유전자 변이 생쥐’가 대표적인 성과다. 특정 단백질을 제거한 돌연변이 생쥐는 그 단백질이 뇌에서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즉각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에 뇌 연구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

뇌과학연구소는 뇌 기능 관련 특정 유전자가 변형된 돌연변이 생쥐 2백여 종을 보유하고 있다. 생쥐의 이상행동을 연구해 인간의 감정과 행동이 뇌의 어느 부위에서 비롯되는지, 우울증이나 치매 같은 뇌 질환의 원인은 무엇인지 규명한다.



눈에 띄는 연구 성과들
신희섭 소장이 이끄는 KIST 뇌과학연구소 연구팀은 그동안 유전자가 변이된 쥐를 이용해 간질, 학습장애, 주의장애와 정신분열 등 인지 기능과 관련한 뇌의 메커니즘을 규명해왔다.

2001년 간질, 운동마비 증상과 관련한 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발견해 신경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 <뉴런>에 소개한 데 이어 2003년에는 세계 처음으로 통증 억제 유전자를 찾아내 <사이언스>에 소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의 연구 성과도 눈에 띈다. 지난해 6월 기능커넥토믹스연구단 박미경 박사팀은 스탠포드 대학과 공동으로 시냅스 사이의 신호 전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2개의 단백질을 찾아내 <뉴런>에 게재했다. 연구팀이 찾아낸 단백질은 기억의 형성과 소멸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치매 등의 뇌 질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어 김진현 박사팀은 지난해 12월,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시냅스를 찾아내는 원천 기술을 생명공학 분야 권위지인 <네이처 메소드>에 소개했다. 그동안 시냅스를 쉽고 빠르게 찾아내는 것은 뇌 연구자들의 숙원이었지만, 광학현미경은 해상도가 낮고 고해상도 전자 현미경은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는 한계가 있었다.

김진현 박사팀은 ‘mGRASP 기술’을 개발해 20년 이상 걸릴 쥐의 해마 속 신경 네트워크 지도를 단 2~3주 만에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전 기술로는 거의 불가능했던 복잡한 뇌의 신경 네트워크를 탐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신희섭 박사와 이석찬 박사 연구팀 또한 공포 기억 소멸에 관여하는 유전자와 뇌의 메커니즘을 밝혀내고, 특정 전기자극으로 공포 기억 소멸을 유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게재했다. 이석찬 연구원은 “아직까지 외상후 스트레스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없는데, 이번 연구로 관련 장애를 겪는 환자들을 치료할 길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KIST 뇌과학연구소는 질병이나 뇌 질환 자체보다는 기본적인 인지 기능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구에 설립되고 있는 ‘한국뇌연구원’이 뇌 질환 중심의 연구에 초점을 맞춘 것과 대비된다.

말하자면 학습, 기억, 정서, 사회활동 등 인간의 행동에 대한 뇌의 메커니즘을 분자 수준에서 시스템까지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지도’를 그리는 게 연구소의 일차 목표다. 마음과 행동에 대한 뇌 지도가 있어야 어떤 회로가 잘못돼서 우울증 같은 증상이 일어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치료 방법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전채연 ccyy74@naver.com | 사진·박여선 pys03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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