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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세기 동안 철학자들은 인간이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을 어떻게 인지하고 상호 반응하는지에 대해 논쟁을 벌여왔다. 신경과학자들은 기본적으로 같은 수수께끼를 다룬다. 우리는 방을 가로질러 놓여 있는 의자를 본다. 그런데 이때 뇌는 이 의자가 의자라는 사실을 어떤 식으로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일까?
뇌는 어떻게 시각적인 세계를 인지하는 것일까? 지난 수십 년 동안, 신경과학자들은 뇌의 어떤 부분이 인지능력과 관련 있는지 밝혀냈다. 그러나 뇌가 어떤 식으로 작용해 인지하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MIT의 신하연구소(Sinha Labaratory)의 핵심 연구과제는 두뇌 인지능력의 기저에 있는 연산원칙을 밝혀내는 것이다. 신하연구소는 이를 위해 경험모델과 연상모델 기법을 써서 연구를 수행한다.
1. 외부의 대상이 뇌에서 표현되는 메커니즘은 무엇인가?
2. 뇌가 대상을 인지하는 것은 어떻게 시각 경험에 의해 학습되는가?
MIT의 ‘시각과 연산 신경과학’ 분야의 부교수이자 연구소장인 파완 신하 박사는 캠브리지, 매사추세츠, 뉴델리 대학에서도 시간을 쪼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인도에서 신하 박사는 선천적 맹인에 대해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전 세계 맹인 인구의 30퍼센트가 인도에 있으며, 이들 중 50퍼센트는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
2003년에 신하 박사는 ‘프라카시Prakash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이는 인도주의적이면서도 과학적인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것은 선천성 맹인 아동에게 의학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동시에, 뇌가 시각적 신호를 처음 전달받았을 때 대상을 인식하는 법칙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다.
신하 박사로부터 뇌가 어떻게 시각적인 정보를 습득하는지, 그리고 선천성 시각장애자의 연구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를 듣는다.
브레인 월드(이하 브레인) 시각적 정보를 뇌가 어떻게 학습하는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달라.
파완 신하(이하 신하) 그것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을 요약해서 이야기해달라는 이야기처럼 불가능하다. 다만 나는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각체계의 기본 원리에 대해 설명할 수 있을 뿐이다. 시각 신경과학 분야에서 지배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론 중의 하나는, 눈에서 받아들인 정보는 단일화된 정보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여러 속성으로 쪼개져서 전달된다는 것이다.
즉, 색깔, 움직임, 휘도(輝度, brightness), 고해상 정보, 저해상 정보 등으로 말이다. 또한 이런 다양한 속성은 여러 그룹의 뉴런에 의해 처리된다고 알려져 있다. 뉴런의 출력물은 결국 모종의 처리 과정을 통해 하나로 통합되는데, 그 과정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우리는 이런 조합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여전히 하나도 알지 못한다.
브레인 시각적 속성이 쪼개진다는 게 어떤 식으로 일어나는 것인가?
신하 뇌의 다양한 부분에 있는 뉴런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기록해보면, 다양한 선택성이 있음을 알게 된다. 어떤 뉴런들은 동작 자극에 반응하고, 어떤 뉴런들은 색채 자극에 반응하며, 또 다른 것들은 또 다른 개별적인 속성에 반응한다. 즉, 어떤 신호에 의해 갈라진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쪼개진 신호가 어떻게 통합되는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훨씬 흥미로운 의문은 시각 대뇌피질의 일부 뉴런들이 어떻게 그토록 정교하게 시각 신호를 선택하는가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하측두 피질(Inferior temporal cortex)의 일부 뉴런들은 얼굴 이미지에만 반응하며 다른 대상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뉴런 하나의 차원에서 봐도 이미 인지 과정에 대한 증거를 찾을 수 있다. 이것은 마치 그 뉴런이 “맞아, 눈이 얼굴을 보고 있어.” 또는 “흠, 이건 얼굴이 아니야.” 하고 신호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브레인 시각 장애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당신의 연구소에서는 다른 방식의 시각 메커니즘에 흥미를 가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 연구 대상이 달라진 까닭은 무엇인가?
신하 그렇다. 내 연구소의 프로젝트는 그전까지 고차원적인 인식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는 뇌가 대상을 어떻게 인지하며, 어떻게 더 세분화된 방식으로 인지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대상을 식별하는 것을 뇌에서 어떻게 습득하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그러나 우리가 과연 시각적 정보 습득 메커니즘을 밝혀낼 수 있을지는 정말 자신할 수 없는 과제였다.
시각장애 연구인 프라카시 프로젝트를 하기 전까지 우리 연구소는 갓 태어난 유아를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했는데, 그 까닭은 유아기가 시각적 정보를 능란하게 처리하기 시작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아들은 하루 18시간씩 잔다는 점에서 연구의 크나큰 장벽에 부딪혔다.
또 유아들이 깨어 있을 때도 아이들은 내 연구가 아니라 다른 것에 훨씬 많은 흥미를 보이기 때문에 연구가 끊임없이 난항을 겪었다. 그러니 나로서는 더욱 온전한 연구를 위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만 했다.

브레인 프라카시 프로젝트를 통해 당신은 태어날 때부터 맹인이었던 아이 7백 명에게 무료로 개안 수술을 해주었다. 이 프로그램은 어떻게 해서 시작하게 된 것인가?
신하 그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것은 순전히 뜻밖의 행운이었다. 나는 인도의 한 병원에 근무하는 친구를 만나러 인도에 갔는데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한 가족을 발견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굉장히 가난한 부모와 아이였다. 나는 그 가족과 잠시 대화를 나누면서, 그 아이가 양측성 백내장에 걸린 것을 알게 되었다. 부모는 아이를 치료하려고 시골에서 델리까지 온 상태였다.
그러나 아이가 적절한 치료를 받으려면 적어도 1천 루피가 필요한데(환산하면 대략 2백 달러, 한화로 약 25만 원 정도이다) 부모는 그런 큰돈이 없어서 아이를 치료하지 못하고 그대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단돈 2백 달러 때문에 맹인에서 벗어날 기회를 잃게 된 것이다.
나는 이 일을 통해 인도에 앞을 못 보는 어린이가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아이들 중 얼마나 많은 수가 치료 가능한지도 알게 되었으며, 그중 절반이 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하기도 전에 죽어간다는 끔찍한 사실도 알게 되었다. 당시에는 여기에 과학적으로 연구할 측면이 있다는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고, 그저 이 일을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브레인 과학적으로 연구할 측면이란 무엇인가?
신하 그 가족을 만나고 나서 꽤 시간이 흐른 뒤, 나는 이런 아이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시각적 학습에 관해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전망이 열린 것이다. 서구 사회에서 선천성 맹인은 매우 드물고,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연구하기도 어렵다. 이것은 대단히 놀라운 연구 분야였지만, 서구에서는 연구할 대상이 부족해 힘겨운 분야이기도 했다.
브레인 1981년에 과학자인 허벨Hubel과 비젤Wiesel은 ‘시각에 있어서 결정적 시기’에 관한 연구로 노벨상을 받았다. 그들은 갓 태어난 새끼 고양이의 한쪽 눈에 몇 개월 동안 안대를 씌웠다 벗기면 시력이 회복되지 않지만, 다 자란 고양이는 시야를 한동안 차단해도 이후에 얼마든지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을 발표했다. 당신의 연구는 그들의 연구에 도전장을 던지는 것인가?
신하 프라카시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에서는 나 역시 시각적 학습에서 결정적인 시기가 엄격하게 지켜질 것이라는 가설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했다. 그러나 우리는 맹인에게 수술을 하자 엄청난 시각적 진전이 있다는 증거를 매번 발견하고는 기쁘면서도 매우 놀랐다.
나는 허벨과 비젤이 인간에게도 동물 실험이 똑같이 적용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직접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한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그런 결과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데이터가 있다면, 그들 역시 다른 식으로 추론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브레인 아이들에게 개안 수술을 한 후에는 어떤 식으로 실험을 진행하는가?
신하 아이들이 사물을 보기 시작한 후 가장 단순한 실험은 아이들에게 과제를 주고 과제 수행을 지속적으로 체크하는 것이다. 50개의 얼굴 이미지가 있고, 50개의 얼굴이 아닌 이미지를 주었다고 상상해보라. 아이들이 시력을 얻은 후에 나는 1백 개의 이미지를 주고, 일주일이 지난 후에 또 다시 1백 개의 이미지를 준다. 다음에도 계속 그런 식으로 얼굴과 얼굴이 아닌 것을 구별해보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시각적인 세계를 해석하는 정보의 종류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브레인 얼굴 이미지를 해석하는 게 왜 그렇게 중요한가?
신하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우리가 취하는 이론적인 입장은 있다. 동적인 정보는 시각적인 학습에서 매우 중요하다. 실제 세계에서 아이들이 맞닥뜨리기 쉬운 움직이는 대상은 얼굴이다. 얼굴은 대개 움직인다. 머리가 움직이고 표정에 따라 고유한 움직임이 있는데, 그에 비하면 시각적 세계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요소는 정적이다.
움직임은 뇌가 얼굴에 집중하도록 도움을 주고, 다른 부분으로부터 표정만 따로 떼어 해석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이런 특징들 때문에 나는 얼굴을 통한 시각적 학습이 매우 빠르게 이루어진다고 추측한다. 왜냐하면 자연적인 환경에서 얼굴보다 나은 시각적 학습 대상은 드물기 때문이다. 그 동적인 특성이라는 견지에서 말이다.
브레인 아이들의 뇌를 촬영한 적이 있는가? 아이들의 시각적 학습에서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신하 이 실험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우리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점이 있다. 우리는 뇌에서 엄청난 가소성을 발견했다. 한 예로 개안 수술을 하고 일주일이 지난 후, 우리는 시각피질에서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재조합이 이루어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우리는 개안수술을 하고 나서 곧바로, 그리고 한 달이 지난 후, 다시 몇 달이 지난 후 뇌를 주기적으로 촬영한다.
우리는 이런 뇌의 반응이 어떤 패턴을 이루며 진행되는지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연구를 진행한다. 뇌는 엄청난 속도로 가소성을 발휘한다. 뇌는 배우려는 속성을 유지하며, 매우 유연하게 삶에 적응해나간다.
글·므리두 쿨라 렐프 Mridu Khullar Relph | 번역·구승준 wcandy@empas.com
이 기사는 국제뇌교육협회(IBREA)가 발행하는 영문 계간지 <Brain World>와 기사 제휴를 통해 본지에 게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