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꿈’처럼 아름다운가?

꿈은 ‘꿈’처럼 아름다운가?

재미있는 두뇌상식

브레인 25호
2011년 01월 05일 (수)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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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생겨난 이유를 정확히 아는 이는 없지만, 몸집이 큰 동물일수록 조금만 자도 된다고 한다. 흰족제비는 하루 15시간, 고양이는 13시간, 사람은 8시간, 코끼리는 겨우 3시간 잔다. 또한 대부분의 꿈이 이루어지는 인간의 렘REM 수면 시간은 하루에 두 시간 정도지만, 일생을 두고 합하면 최대 6년이나 된다고 한다. 6년의 숨겨진 비밀, 꿈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꿈’이란 참으로 매력적인 단어지만, 하버드 대학교 수면센터 소장인 엘런 홉슨에 따르면 꿈은 매일 밤 일어나는 정신분열 상태에 가까운 넌센스다. 꿈은 뇌의 시상하부의 활성화에 의한 본능적 욕구분출로, 시상하부는 식욕, 성욕, 갈증 같은 본능적인 욕구를 다루는 곳이다. 말하자면 꿈은 본능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과학적 안목에서 꿈해몽이라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이 꾸는 꿈은 아름다운가?
‘꿈’이란 단어는 긍정성의 상징이지만, 실제 꿈의 내용은 떨어지거나 쫓기거나 공격당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감정도 불안, 두려움, 분노, 좌절이 지배적이다.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꿈의 3분의 2 정도가 불쾌한 내용이라고 한다. 인간은 행운보다는 불운이, 긍정적 정서보다는 부정적 정서가, 호의보다는 공격이 더 많이 포함된 꿈을 꾼다.

물론 태어나면서부터 그런 꿈을 꾸는 것은 아니다. 5세 이하의 꿈은 주로 짧고 온화하고 정적인 이미지로 이루어져 있다. 7,8세가 되면 자신이 적극적인 주인공으로 규칙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공격적 행동은 10대에 들어서면서 증가한다. 


꿈속의 시공간은 왜 뒤죽박죽일까?
꿈속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마구 뒤섞여 있다. 분명히 학교 앞이었는데, 문을 열면 거실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중학생이었는데,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이렇게 시공간이 뒤죽박죽인 이유가 뭘까? 이는 배외측전전두엽이 활성화되지 않아서이다. 배외측전전두엽은 감각기관과 기억 영역에서 들어가는 모든 정보를 비교, 예측, 판단한다.

작업기억과 주의집중 영역인 것이다. 작업기억은 현재의 입력을 처리하기 때문에 잠자는 동안에는 작업기억이 동작하지 않는다. 동시에 주의집중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꿈을 개인의 의지로 통제할 수 있을까? 자각몽을 제외한 대부분의 꿈은 의식적으로 조절이 불가능하다. 주의가 분산되어 있고 끊임없이 흘러만 간다. 하지만 낮에는 상황에 맞춰 생각이 모이고 선택된다. 배외측전전두엽이 동작하기 때문이다.


꿈에서 우리는 왜 대화하지 않는가?
꿈에서 주로 나오는 것은 시각 이미지로, 80%가 넘는다. 언어가 꿈에 나오는 일은 거의 없다. 언어라기보다 짧은 외마디 정도다. 진화적으로 보면 시각의 역사는 5억 년이나 된다. 하지만 언어를 사용한 것은 100만 년이나 될까.

동물의 역사에서 시각이 지배한 시기가 굉장히 긴 만큼 꿈에서도 영향력이 크다. 꿈꾸는 동안 봉쇄되는 것이 또 있다. 1차 운동 영역이다. 간혹 꿈의 내용이 운동으로 출력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몽유병이다. 또한 체감각과 청각신호도 꿈꾸는 동안 차단된다.


꿈은 왜 논리적이지 않은가?
꿈속에서 땅을 판다. 파면 팔수록 돈이 나온다. 하지만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현실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면 여러 가지 추리를 해볼 텐데 꿈꾸는 동안은 전혀 그렇지 않다. 반성적, 이성적, 논리적 사고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왜일까? 인간의 사고과정은 대부분 은유를 사용하는 언어체계와 관련되어 있다. 깨어 있는 동안의 생각은 주로 언어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꿈속에서는 언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때문에 인과적으로 연계된 생각, 즉 반성적 사고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꿈은 왜 그렇게 자주 잊혀지는 것일까?
꿈은 본질적으로, 진화적으로 잊혀져야 한다. 꿈을 꾸고 나서 짧은 시간 기억이 떠오를 때도 있지만 희미하게 사라져 버린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깨어 있는 동안에 꿈이 계속 기억되면 이 영상이 바깥에서 들어온 입력인지 나의 내부에서 만들어진 영상인지 구분을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이런 상태를 무엇이라 부를까? 정신분열증이다. 이는 생존에 위협적이다. 꿈과 현실을 분리하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꿈은 기억나지 않도록 진화된 것이다.


자각몽은 존재하는가?
영화 <인셉션>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꿈을 지각하고 행동한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 꿈꾸는 동안 자기가 꿈꾸고 있는 것을 아는 것, 이를 자각몽이라 한다. 물론 자각몽은 좀처럼 꾸기 힘든 특혜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인간은 꿈속에서 이성적 판단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각몽을 꿀 수 있다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자신의 꿈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대체로 자각몽은 평범한 꿈보다 더 재미있고 감정도 보다 긍정적이다. 자각몽을 꾸는 시간은 평균 2분 30초 정도 걸리며, 대체로 1~6분 정도 지속된다.

일반 꿈과 마찬가지로 자각몽도 주로 렘수면이 지배하는 깨기 전 2시간 동안 일어난다. 자각몽은 심각한 악몽에 시달리는 사람을 치료하는 기법으로도 이용된다. 바람과 연습만 있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이따금 자각몽을 꿀 수 있다.

글·최유리 yuri2u@hanmail.net
도움받은 책·《뇌, 생각의 출현》 박문호, 《꿈꾸는 뇌의 비밀》 안드레아 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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