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뇌과학계의 집중적인 하이라이트를 받고 있는 부위는 편도다. 감정적 정보처리의 주요 역할을 맡은 편도에 대한 관심이 점차 대중적으로 확대되어가고 있다. 이에 <브레인> 창간호에는 편도를 직접 만나 인기상승의 이유와 최근 근황에 대해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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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데 시간을 내줘서 고맙다. 먼저 아직도 당신에 대해 모르고 있는 이들을 위해 자신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하자면?
이름부터 밝히자면 한자로는 편도扁桃, 서양에서는 아미그달라amygdala라고 부른다. 편도체, 편도핵 등도 모두 나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이름은 아몬드 모양의 내 외모에 근거해 붙여진 이름이다. 감기에 걸렸을 때 부어오르는 목 주변의 편도와 같은 이름이니 헷갈리지 말고 구분해주기 바란다. 나는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에 속해 있으며 외부의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 반응을 뇌 전체에 전달해 상황에 맞게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매년 여름이 되면 특히 공포영화와 관련해서 당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공포를 느끼는 데 당신의 역할은?
내가 공포를 느끼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공포를 일으키는 대상이나 상황은 시상하부에서 전달되고, 나는 자율신경계와 같은 여러 배우들과 함께 반응을 연출한다. 온몸의 털을 세우고 피부에서 핏기를 사라지게 하는 것, 체온을 떨어뜨리고 부들부들 떤다든지 소리를 지르고 도망치는 것 등과 같은 것들이 모두 나와 관련된다.
물론 공포라는 것이 영화를 볼 때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높은 곳이나 사방이 막힌 곳에서 불안을 느끼는 등 일상적으로 척추동물의 생존에 꼭 필요한 두려움이나 경고와 관련된 반응들은 모두 내 역할이다. 이것은 인류의 오랜 삶 속에서 각자 우리가 속한 뇌의 주인을 안전하게 보호하고자 하는 일종의 안전장치의 역할을 한다.
소문에 듣자하니 공포뿐 아니라 멜로나 연애에 관해서도 상당히 많이 관여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내가 속한 영역이 감정을 관여하는 변연계이므로 나 역시 어떤 대상을 보며 좋고 싫다고 느끼는 것에 관여한다. 특히 ‘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처럼 어떤 사람이 한없이 좋거나 무조건 싫은 것, 좋아하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소유하고자 하고 지키려고 하는 감정은 모두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이것 역시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중요한 것을 선택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진화된 것이다. 성취감, 패배감과 같은 뇌의 보상작용 역시 마찬가지다.
그 외에도 사실을 해석하고 저마다의 색깔로 분류하는 것도 나의 역할이다. 나와 함께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해마가 기억생성을 맡고 있다면, 나는 기억에 색을 칠해서 어떤 기억들은 금방 없어지고 어떤 기억들은 오래 기억되도록 한다. 시험을 앞두고 벼락치기로 급히 외운 정보들이 시험이 끝나면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과 중요한 것이라는 것이 명확할 때 나는 그 기억을 더욱더 강렬하게 만들고 오래 기억되게 만든다.
최근 당신이 가장 주력하는 활동무대는 신경경제학분야인 것 같다. 다소 낯선 분야인데, 신경경제학이란 무엇이고 거기서 당신의 역할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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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건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된 것이다. 무엇이 사람들이 물건을 사게 만드는가 하는 것이다. 광고를 보고 사람들이 어떤 장면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부분이 장기기억으로 남는지, 어떤 색깔과 모양의 제품을 더 선호하는지 등에 대해, 좋고 싫음의 일차적인 반응을 맡은 나의 행동을 근거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단순한 설문지로 조사를 했다면 신경경제학에서는 뇌파와 뇌영상 촬영을 통해 나와 내 동료들이 보내는 신호를 측정하거나 살펴보면서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를 토대로 경제적인 부분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코카콜라, BMW, 켈로그와 같은 기업들이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 자사 제품들의 판매를 끌어올리고 있다.
당신의 설명을 듣고 있자니 당신은 매우 감성적인 면에 치중되어 일하는 것 같다. 그러나 어떤 기억이나 기호를 정하는 것은 다분히 이성적인 부분이 강해져야 하는 거 아닌가. 감정적인 당신이 이성적인 결정에 크게 관여한다는 것이 의아하다.
좀 복잡하나 멋진 질문이다. 흔히 이성과 감성을 분리된 것으로 생각하고 이성이 모든 판단을 한다고 여기는데, 잘못된 생각이다. 최근에야 연구자들은 대뇌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기 전에 이미 감정적인 판단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다시 말해 판단은 이성적인 부분의 작용도 크지만 궁극적으로는 감성적으로 축적되고 훈련된 경험에 의한 경우가 많다.
또한 제대로 된 감성이 있어야만 이성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이 가능하다. 내가 제 역할을 못하면 슬프거나 비참한 상황을 보아도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이성조차 제대로 발휘되지 못해 폭력적이 되거나 타인과 감정적 교류를 할 수 없게 된다. 알코올 중독, 식이장애와 같은 행동들도 나와 관련되어 있다. 이성과 감성 둘 모두 인간이라는 작품을 만드는 데 하나로서 작동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이성과 감성은 인간이라는 동전의 분리할 수 없는 양면이다.
이성과 감성에 대한 정리가 무척 도움이 되었다.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를 좀 더 사랑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출생 직후에도 이미 발달한 상태이기 때문에 어릴 때의 부모의 사랑과 관심은 매우 중요하다. 풍부하고 좋은 정서적인 경험들이 쌓여야만 내가 제대로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다. 외부의 정보에 민감하고 적절히 반응하는 것 역시 나를 긍정적이고 편안하게 다루어야만 가능하다. 나, 편도도 뇌의 모든 분야들처럼 노력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으니 앞으로도 나를 많이 활용해나가길 바란다.
글·김성진 daniyak@brainmedia.co.kr
일러스트·정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