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마다 증상과 진행 경과가 크게 달라 치료가 까다로웠던 ‘루이소체치매’가 서로 다른 두 가지 경로로 진행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정석종, 연세대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박찬욱 교수 연구팀은 루이소체치매가 아밀로이드 축적과 도파민 신경계 퇴행 중 무엇이 먼저 나타나는지에 따라 두 가지 진행 유형으로 나뉜다고 15일 밝혔다.
루이소체치매는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치매다. 환각을 보는 환시, 수면 중 소리를 지르거나 움직이는 렘수면행동장애, 인지기능 변동 등이 대표적 증상이다. 그동안 루이소체치매 환자의 뇌에서는 도파민 결핍, 대뇌 기능 저하,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 등이 관찰됐으나, 이러한 변화가 어떤 순서로 일어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루이소체치매 환자 83명의 뇌 정밀 영상(PET)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질병의 진행 경로를 추정했다.
루이소체치매의 진행 과정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됐다. 첫 번째 유형은 아밀로이드 축적이 먼저 나타난 뒤 뇌관류가 감소하고 기저핵의 도파민 결핍이 이어지는 경로였다. 두 번째 유형은 기저핵 도파민 결핍이 먼저 발생한 뒤 뇌관류 저하와 아밀로이드 축적이 뒤따르는 경로였다.
두 유형은 질병의 진행 순서뿐 아니라 임상 증상과 뇌영상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아밀로이드 축적이 먼저 시작된 환자군은 알츠하이머병과 유사한 형태의 뇌위축과 높은 아밀로이드 축적을 보였다.
반면 도파민 결핍이 먼저 시작된 환자군에서는 렘수면행동장애와 환시가 더 흔했으며, 특히 뇌의 특정 영역이 상대적으로 보존되는 루이소체치매의 전형적인 영상 특징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정석종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루이소체치매가 아밀로이드 병리가 먼저 진행하는 유형과 도파민 신경계 퇴행이 먼저 진행하는 유형으로 구분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라며, “환자마다 다른 증상과 진행 경과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뿐만 아니라 향후 환자의 병리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치료와 임상시험 설계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브레인(Brain, IF 12.6)’에 게재됐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