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인간 대뇌피질의 방향성 신호 흐름의 위계를 규명해 뇌 영역 간 단순 연결 상태만 확인하던 기존 한계를 넘어, 신호의 출발지와 도착지를 비침습적으로 추적할 수 있게 됐다.
개발된 기술은 오픈 소스로 공개돼 전 세계 뇌 영상 빅데이터에 적용 가능하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홍원화)은 성균관대학교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IBS 뇌과학이미징연구단) 홍석준·우충완 교수 공동 연구팀이 서로 다른 유효연결성 알고리즘을 결합하는 새로운 방법론(iEC)을 개발해, 인간 대뇌피질 전반의 방향성 신호 흐름 위계와 역동성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유효연결성(Effective Connectivity)'이란, 뇌 영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뇌 영역 간의 단순한 동시 활성화 관계를 넘어, 한 영역이 다른 영역에 미치는 인과적인 영향과 신호의 흐름 방향을 추론하는 분석 방식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핵심연구, 신진연구, 기초연구실 지원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9월 1일 온라인 게재되었다.
▲ 통합 유효연결성(iEC)을 통해 도출한 인간 대뇌피질의 기능적 위계 지도 [그림=성균관대]
인간의 뇌는 외부의 감각 정보를 상위 영역으로 보내는 상향식 흐름과 과거의 경험·기억을 바탕으로 예측 신호를 하위 영역으로 보내는 하향식 흐름이 교차하는 정교한 ‘위계 구조’를 가진다.
지금까지의 뇌 영상(fMRI) 연구는 두 영역의 동시에 활성화되는 패턴만 보여주는 ‘기능적 연결성' 분석에 의존해, 신호가‘어디서 어디로 흐르는지 이동 방향을 알 수 있는 유효연결성 연구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을 받아왔다. 또한, 기존에 존재하던 유효연결성 방법론은 수학적 가정에 따라 상이한 결과를 만드는 문제가 많았다.
연구팀은 수학 알고리즘인 '베이지안 최적화' 기법을 통해 기존 알고리즘 9종의 장점만을 결합한 ‘통합 유효연결성(iEC)’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원숭이의 실제 신경 데이터와 컴퓨터 시뮬레이션 검증을 통해 기존 최고 성능의 단일 알고리즘보다 높은 정확도를 입증했다.
검증된 iEC 기술을 사람의 뇌 영상 데이터에 적용한 결과, 대뇌피질 전체의 '신호 흐름 지도'를 최초로 복원했다. 분석 결과 ▲감각처리 영역이 최하위, ▲복잡한 정보를 통합하는 영역이 중간층, ▲신체 내부상태와 감정을 조절하는 부변연계가 최상층으로 이어지는 피라미드 형태의 흐름이 확인되었다.
▲ 인지 상태에 따른 대뇌피질 기능적 위계의 역동적 재편 [그림=성균관대]
나아가 연구팀은 이 위계 구조가 고정되지 않고 뇌 상태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영화 감상' 중에는 외부 감각 신호가 강해지며 위계 구조가 평탄해진 반면, ‘만성 통증' 상태에서는 부변연계의 하향식 통제력이 강화되며 구조가 더 가팔라졌다.
홍석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살아있는 사람의 뇌에서 근본적인 정보 처리 방식을 직접 확인하는 길을 연 것”이라며, “신호 흐름 왜곡이라는 지표를 통해 조현병, 우울증, 만성 통증 등 뇌 질환의 진단과 맞춤형 치료법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