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들은 “열 길 물속을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고 했다. 이와 같은 속담이 아직도 통용되는 것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마음을 알기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다양한 단서들을 조합하여 사람의 행동과 생각을 유추해 볼 수는 있지만, 이 역시 다양한 변수가 있고 모든 사람이 똑같지 않은 탓에 완전히 예측할 수는 없다. 이처럼 다른 사람의 생각을 완벽히 들여야 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능력을 갈망하는 것인지 모른다.
▲ 뇌과학 분야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의 뇌를 객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날이 도래할 수 있다. <사진=Pixa bay 이미지>
뇌 과학 분야에서도 이러한 갈망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의 뇌는 여러 신경세포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신경세포들은 독특한 패턴으로 활성화 되면서 다양한 정보들을 처리한다. 이때 나타나는 독특한 패턴을 파악하고 분류하는 것을 신경해석(neural decoding)이라고 한다.
가령 우리가 푸른 바다를 볼 때 나타나는 신경세포의 활성화 패턴을 분류할 수 있다면, 해당 패턴을 이용하여 대상자가 바다를 보고 있는지 또는 아닌지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신경세포의 활성화 패턴만으로 대상자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잭 L.칼란트(Jack L. Gallant)가 2011년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한 논문에 나와 있다. 3명의 피험자들에게 10~20초 정도의 비디오 클립을 10분씩 12번을 보여주고, 시각영역(visual ereas; V1, V2, V3, V3A and V3B)의 뇌 활성화 패턴을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기능성 자기공명 영상법)를 통해 분석하였다.
이후 논문의 저자는 피험자들에게 다시 1분가량의 비디오를 보여주고 이때 시각영역의 활성화 패턴을 이용해 영상을 복원하여 원본영상과 복원영상을 비교하였다. 이때 뇌의 활성화 패턴만으로 복원된 영상을 원본영상과 비교하여 높은 수준의 유사함을 보여주었으며,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뇌과학 분야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고, 많은 연구자들이 이와 같은 연구를 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주었다. 해당 영상은 유튜브YouTube를 통해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sjDnYxJ0bo)
물론 이후에도 다양한 연구가 시도되었지만 간접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뇌 영상 장비 등의 한계와 개개인들의 다른 뇌 활성화 패턴을 보여주는 것에 의해 큰 발전을 이루진 못하였다.
하지만 2016년 잭 L.칼란트(Jack L. Gallant)는 다시금 이 분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논문을 네이쳐(NATURE)지에 발표한다. 그들은 총 7명의 피험자에게 약 10~15분 분량의 이야기를 2시간동안 들려주고, 이때 활성화 되는 뇌 영상 패턴을 분석하여 뇌 단어사전(Brain Dictionary)를 만들었다.
쉽게 설명해서, 약 만여 개의 단어들이 어떠한 뇌영역에 저장되어 있는지를 그린 지도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개개인의 뇌지도를 따로 그린 것이 아니라 7명의 데이터를 통합하여 보편적인 지도를 분석해 냈다는 점이다. 물론 개개인의 차이는 있었지만 통계적 처리를 이용하여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뇌지도를 완성했다. 해당 영상 역시 유튜브(YouTube)를 통해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61nJkx5aDQ)
위의 연구 결과는 fMRI가 가지는 한계를 진보적인 분석 방법을 통해 극복하였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 이처럼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점차 우리의 뇌를 해석할 수 있는 방법이 발전하고 있으며, 다양한 사람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보편성까지 갖추고 있다. 즉, 우리의 뇌를 객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날이 도래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이와 같은 마인드 리딩과 관련된 기술의 발전은 다양한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해당 분야가 어떠한 발전을 보여 줄지 기대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글. 한국뇌과학연구원 강호중 연구원 br-m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