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시청 앞 지하상가의 옥외광고물에 웃음갤러리가 열렸다. 한 기업에서 기획한 캠페인으로 '웃는얼굴'그림으로 유명한 이순구 화백의 그림이 전시되었다.
작가는 초등학생 아들의 아빠 얼굴에서 영감을 얻어 '웃는얼굴'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 화면을 가득 채운 이 그림은 누구나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한두 번쯤 보았을 법한 그림이다. 노란, 초록, 파랑 등 경쾌한 색상의 화면 속에서 소년 혼자, 때로는 오누이, 가족들 모두가 보는 이들에게 함박웃음을 지어 그림을 보는 사람이라면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 이순구 그림 <웃음꽃-남매>
사람이라면 누구나 웃는다. 반가워서, 놀라서, 기뻐서, 난처한 상황에서도 웃는다. 웃음이 무엇을 의미하고, 무엇을 전달하는지 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웃음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웃음은 단순히 즐거운 표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웃음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회적인 행동이다. 어떤 사람이 나를 향해 입꼬리를 특정한 방식으로 끌어올리는 순간, 내 마음은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경쟁자나 적수가 나를 바라보며 웃음을 보이는 순간, 나 역시 의지와 무관하게 그를 향해 되웃어준다.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다면 웃음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한 연구에서 피실험자들에게 똑같은 사람이 여러 표정을 지은 얼굴 사진을 보고 평가하도록 했다. 그 결과 웃고 있을 때 사교적이고 친절하고 능력이 있어 보인다는 평가는 물론, 더 매력적이고 지적이고 믿을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매력적인 얼굴은 매력적이지 않은 얼굴보다 더 잘 웃는 것으로 여겨지고, 웃는 얼굴은 웃지 않는 얼굴보다 훨씬 매력적이라고 여겨진다. 이는 더 나아가 두뇌 활동을 자극한다. 웃는 모습이나 매력적인 모습을 보면, 보상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을 자극하는 두뇌 영역이 활성화된다. 웃음은 측좌핵(nucleus accumbens)이라고 불리는 뇌의 보상회로 부분을 자극한다. 바로 이 부분이 활성화되고 도파민의 농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카테콜아민과 스트레스 호르몬이 감소하고 즐거운 감각이 오는 것이다.
40세 이후에는 자신의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심리학자들은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표정이 그대로 얼굴에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흥미로운 연구가 있었다.
사회심리학자 다커 켈트너(Dacher Keltner)는 장기적인 실험을 통해 특징적인 얼굴표정이 개인의 삶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우선 1950년대 말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 있는 밀스대학 졸업앨범에서 여자들의 얼굴표정을 분석했다. 그런 다음 그들이 27세, 43세, 52세가 될 때 면접을 하고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 기록했다.
연구결과는 놀라웠다. 젊은 시절 얼굴표정과 이후 삶의 경험 사이에 연관성이 매우 컸다. 졸업앨범에서 크게 웃던 여성들은 몇 십 년 후 자신들의 삶에 훨씬 만족하며 살고 있었다. 정신적·육체적으로 거의 문제를 겪지 않았으며 만족스러운 결혼생활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졸업앨범에서 웃고 있었던 여성들은 집중력 테스트에서도 높은 점수를 보이며 성취욕도 훨씬 높았다.
심리학자들은 웃음을 인생의 우산으로 삼으라고 말한다. 웃는 사람은 자석처럼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한 번 다 내려놓고 시원하게 웃어보자! 하하하하하!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
도움. <웃음의 심리학> 마리안 라프랑스, 중앙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