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웃을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인가?

인간은 웃을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인가?

[Body & Brain] 뇌과학이 밝혀낸 인간 웃음의 비밀-①

브레인 38호
2013년 02월 26일 (화)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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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라는 행성에는 무리짓기 좋아하는 영장류에 속하는 동물이 있다. 
이들은 떼를 지어 어두운 동굴 속으로 들어가 거의 기절할 때까지 함께 헐떡인다. 
함께 모이지 못하면 상자를 바라보며 가상의 무리를 짓고 똑같은 내용을 보면서 다함께 이상한 소리를 낸다.” 
- 천체학자 칼 세이건이 영화관과 텔러비전을 풍자해 인간의 웃음에 대해 한 농담-

뇌 속 웃음보

우리가 웃을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뇌가 웃을 수 있는 회로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간의 어떤 기능에는 반드시 해당하는 뇌의 부위가 있다는 것을 안다. 웃음과 관련된 뇌 부위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차츰 드러나고 있다. 

먼저 뇌의 ‘웃음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캘리포니아대학의 프리드 박사 연구팀은 16세 소녀의 간질 발작 부위를 찾기 위해 전기자극을 가하던 중 특이한 현상을 접했다. 좌측 전두엽에서 1인치 크기의 부위를 자극하면 어떤 상황이든 웃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웃겨서 웃는 것이 아니라 먼저 웃고 그 이유를 찾는 것처럼 보였다. 이 부위는 운동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보완운동 영역(supplementary motor area)에 속한다. 프리드 박사에 따르면 웃음의 실행단계인 운동 영역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변연계도 웃음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위다. 변연계에 속한 해마와 편도, 시상 사이의 연결은 친근감, 사랑, 애정, 기분의 표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시상하부, 특히 가운데 부분은 크고 조절할 수 없이 터져 나오는 웃음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웃음은 뇌의 연결성을 높인다

웃음에는 변연계, 운동 영역 외에도 여러 영역이 함께 작용한다. 자신이 웃는 것을 떠올려보자. 가령 코미디 프로그램을 본다고 하자. 출연자의 동작, 말장난 같은 것을 눈과 귀로 듣고 해석한다. 웃기는 대목이라면 안면의 근육들이 움직이고 입을 벌려 소리를 낸다.

배를 잡고 웃으면 복근뿐 아니라 횡격막이 크게 움직인다. 눈물까지 난다. 감각신호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시각과 청각피질, 말의 뜻과 소리를 구분해내는 언어 영역, 기억과 관련된 영역들, 몸의 무의식적인 생리작용을 관장하는 뇌간 등이 관여한다.

좌뇌엽의 청각 영역에서는 주로 농담의 구조를 분석하고 우뇌엽에서는 농담을 알아듣는 지적인 분석을 수행한다. 1999년 토론토대학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우측 전두엽이 손상된 환자는 논리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유머감각이 매우 떨어졌다.

또 농담의 종류와 관계없이 복내측 전전두엽 피질(medial ventral prefrontal cortex)은 항상 활동했고 웃기는 정도가 클수록 활동량이 증가했다. 이 부위에서 농담이 얼마나 웃기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이처럼 웃음은 주로 변연계에 집중된 다른 감정들에 비해 많은 영역들의 종합으로 나타난다.


인간은 웃을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인가?

그렇다면, 인간만이 웃을 수 있을까? 이 지구상에서 인간이 유일하게 무리지어 웃어대는 동물임에는 틀림없지만 웃을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은 아니다. 다윈은 많은 종류의 원숭이들이 기쁠 때 특정한 소리를 반복적으로 낸다고 기록한 적이 있다.

영화 <타잔>에서 보듯 침팬지는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줄 안다. 실험실의 유인원들은 종일 서로 간질이며 웃는 데 열중한다. 단지 그들은 사람들과 다른 웃음소리를 내기 때문에 우리가 잘 모를 뿐이다.

유인원뿐 아니라 실험실의 쥐들도 웃는다. 실험실의 쥐들은 연구자들이 간질이면 손가락을 장난스럽게 물면서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초음파로 재잘거린다. 간질이기를 좋아할수록 더 크게 소리를 낸다. 또 ‘개가 웃을 노릇’이라는 말도 있지만 실제로 개들도 헉헉거리며 웃는다.

이처럼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일부 포유류에서 웃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공통적인 것은 웃음의 사회성이다. 흔히 감정의 주관적이고 내적인 면만을 인식하기 때문에 웃음을 즐거움의 표현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웃음은 사회적인 감정의 표현이자 도구다.

혼자 보다 함께 있을 때 30배 더 웃어

인간은 대개 일생 동안 50만 번 이상 웃는다고 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웃음이 많고 대체적으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그 빈도가 줄어든다고 한다. 인간은 왜 이렇게 자주 웃는 것일까? 그리고 뇌는 어떻게 웃음을 만들어내고 웃음은 뇌에 어떤 영향을 줄까?

1990년대 후반부터 웃음에 대해 연구해온 메릴랜드대학의 로버트 프로빈Robert Provine에 따르면 웃음은 유머나 개그에 대한 본능적인 신체반응이 아니다. 오히려 웃음은 사회적인 상호작용과 밀접하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때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30배 가량 더 웃는다. 

대화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는 순간의 말은 실제로 웃기는 말이 아닐 때가 많다. 고작 15퍼센트 정도만이 농담에 해당한다. 또 두 사람이 이야기할 때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보다 46퍼센트 정도 더 웃는다. 사람은 웃기는 말과 상황에도 웃지만 그보다는 더 근본적인 이유, 즉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연결하는 감정적 배경을 만들기 위해 웃는다. 

글·브레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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