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로 ‘담배 끊은 사람’이나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은 독하니 어울리지 말라는 말이 있었다. 요새는 말이 바뀌어 ‘담배 못 끊는 사람’은 내 건강에 안 좋으니 어울리지 말라는 말이 생겼다.
이런 말이 생길 정도로 금연은 어렵다. 매번 다짐하지만 결국은 금연에 실패한다는 사람들. 그들이 목표하는 대로 담배를 끊으면 어떤 점이 좋을까?
담배를 끊고 향기를 얻었다.
담배를 끊으면 ‘안 좋은 냄새가 나는 사람’에서 ‘향기로운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 담배를 끊고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효과가 ‘얼굴색’과 ‘냄새’다. 담배를 피우면 담배에 함유된 니코틴, 벤젠, 나프틸아민, 비소, 비닐크롤아이드, 카드뮴 등의 유해물질이 모공에 박힌다. 그리고 땀이 날 때 담배 성분이 스며들어 몸에서 나는 냄새 즉, 체취가 안 좋아진다.
체내 활성산소도 증가하면서 평소에도 담뱃진 냄새를 풍기게 된다. 참고로 ‘담배에 오랫동안 절은 냄새’와 향수 냄새가 합쳐지면 생화학 무기에 필적하는 냄새가 될 수 있다. 양치질을 아무리 한다고 해도 담배 냄새 가리기는 쉽지 않다. 어렵게 담배 냄새를 가리는 대신 담배를 끊어보자.
칙칙한 얼굴색이 걱정이라면 담배부터 끊어봐~!
담배를 오래 피운 사람들은 얼굴색이 검고 칙칙해진다. 멜라닌 지수와 홍반 지수가 많아지기 때문. 양산부산대병원 가정의학과 정동욱 교수는 금연 후 피부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금연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남성 49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 중 34명은 나중에 완전히 금연했다. 연구진은 4주간 매주 연구대상자의 멜라닌 지수와 홍반 지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멜라닌 지수와 홍반 지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특히 배와 광대뼈 피부색이 제일 환해졌다.
문제는 담배를 끊었더니 시간이 안 가.
물론 담배를 끊으면 시간이 천천히 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담배를 끊으면서 스트레스받아 초조해지는 심리적 이유와 다른 생리적 원인이 혼합되어 시간 감각이 달라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최대 50%까지 시간을 더 길게 느낄 수 있는데, 보통 사람들에겐 10초이지만 금연자는 15초로 느끼는 식이다.
담배를 끊고 뇌의 반응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도 생길 수 있다. 담배를 끊은 지 8시간이 지나면 흡연자 뇌에서 평상심 유지 등에 도움되는 호르몬을 제거하는 마오-A라는 효소 수치가 약 25%가량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담배를 일정 시간 피우지 못하면 평상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슬프다고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끊고 나면 스트레스가 줄어들어!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대부분이 담배를 끊지 못하는 이유를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한다. 담배를 피우면 스트레스가 줄어든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담배를 피우는 것보다 끊는 것이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더 효과적이다.
영국에서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기호품으로 담배를 즐기는 사람도 물론이지만 ‘식후 담배’나 ‘기상 담배’를 무조건 피워야 하는 강박적 흡연자일수록 담배를 끊었을 때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담배를 끊으면 스트레스 수치가 줄어든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담배를 대신할 다른 습관 없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담배를 끊느냐고? 아예 다른 습관을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사람의 뇌는 자주 사용하는 회로는 유용하다고 판단해 강화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자주 쓰지 않는 회로는 가지치기해 없애기도 한다. 그래서 특정 행동을 자주 하면 능숙해지고, ‘생활의 달인’도 되는 것.
담배 대신할 다른 습관으로는 운동을 추천한다.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마다 조깅 같은 운동을 하면 흡연 욕구를 이기는데 도움도 된다. 영국 엑서터 대학은 운동하면 니코틴 패치같은 보조제 도움을 받지 않아도 흡연 욕구를 줄어들고 흡연 시도 자체를 포기하게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그 이유를 “운동이 정신을 산만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기분을 좋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추정하며 “사람들이 굳이 흡연으로 기분을 좋게 만들어도 되지 않기 때문에 흡연이 줄어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후의 수단은 백신?!
담배가 주는 건강 피해나 담배를 피워서 오는 이득을 생각해도, 하다못해 운동까지 해도 담배를 끊기 어렵다면? 미국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담배를 피워 생기는 쾌감 자체를 없애는 백신을 개발했다. 뇌로 들어가는 니코틴을 차단하는 원리다. 연구팀이 개발한 백신을 쥐에 주사하면 본래 양보다 68% 적은 양의 니코틴만 뇌에 남게 된다. 연구팀의 미국 웨일코넬의과대학 로널드 크리스털 유전의학 교수는 “니코틴이 뇌로 가지 않으면 아무리 담배를 피워도 쾌감을 못 느껴 결국 담배를 끊게 된다”고 백신의 원리를 설명했다.
일전에 인터넷 게시판에 ‘금연하면 살 수 있는 것’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와 한동안 화제에 오른 적 있다. 하루에 1갑씩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금연하면 담뱃값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을 기간별로 정리한 내용이었다. 이 게시물에서는 금연하고 10년이 지나면 자동차를 살 수 있다고 했다.
나 자신의 건강뿐 아니라 가족의 건강까지 해치는 담배.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담배를 피운다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담배를 끊었을 때 스트레스는 더 많이 줄어든다. 담배를 피워야 한다는 강박적인 생각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싶다면 담배 대신 운동이나 취미 생활 등이 더 효과적이다.
어떤 목표를 세웠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작심삼일이라도 꾸준하게 이어서 하는 것이다. 담배를 끊고 싶다면 먼저, 대뇌피질에 흡연의 위험성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확고한 목표를 세워 담배에 가진 정신적 의존 현상을 이겨 나가야 한다.
글. 김효정 기자 manacula@brain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