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스스로 비난하는 습관을 멈추려면

자기를 스스로 비난하는 습관을 멈추려면

닥터 양의 뇌 이야기

자기 비난은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이 반복된 적 있나요?
‘그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어’, ‘왜 그렇게밖에 못 했을까’, ‘사람들이 날 안 좋게 봤을 거야.’ 마치 머릿속에 나를 계속 심문하는 존재가 한 명 더 있는 것처럼 끊임없이 자신의 잘못을 찾고 심판합니다. 이런 상태에 대해 흔히 ‘자존감이 낮아서 그렇다’, 또는 ‘너무 예민해서 그렇다’고 하는데, 이는 성격의 문제라기보다 뇌의 작동 방식에 더 가깝습니다. 

우리의 뇌는 왜 자기 비난을 멈추지 못할까요? 어떻게 해야 자기 비난의 회로를 끊어낼 수 있을까요? 먼저 자신을 스스로 비난할 때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사진=게티이미지


2010년 영국 에스턴 대학의 론지 교수 연구팀은 흥미로운 실험을 했는데, 사람들에게 자신의 실수나 실패를 떠올리게 하고 뇌를 촬영했습니다. 자신을 비난할 때 활성화한 부위는 배측전전두피질과 배측전대상피질이었습니다. 

이곳은 감정을 느끼기보다 수학 문제를 풀거나 복잡한 작업을 할 때 오류를 탐지하고 행동을 수정하는 영역입니다. 즉 뇌는 자기 비난을 ‘너 문제가 있어’라고 공격하는 게 아니라 ‘이건 고쳐야 한다’고 수정 신호를 보내는 방식으로 쓰고 있었던 것입니다. 뇌 입장에서 자기 비난은 스스로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보호하고 다시 실수하지 않으려는 행동 수정 전략인 것입니다. 


뇌의 행동 수정 시스템이 꺼지지 않는 것이 문제 

문제는 이 오류 수정 시스템이 현대 사회에서는 쉽게 꺼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원시 시대에는 한 번의 실수가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에 뇌가 집요하게 오류를 잡아내는 것이 매우 합리적인 전략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끝난 일, 다시 바꿀 수 없는 일에도 뇌가 계속해서 수정 신호 보내는 난처한 상황이 된 것이죠.

연구에 따르면 자기 비난 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오류 수정 시스템도 더 강하게 활성화합니다. 내 뇌가 자신을 뜯어고치려고 할수록 나는 더 깊은 자기혐오와 끝없는 반추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이 상태가 지속되면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에서 보이는 것처럼 과거의 실수에 집착하고, 스스로 자신을 계속 비난하는 패턴이 굳어집니다. 


자기 비난 회로를 끄는 방법 

그런데 같은 연구에서 아주 중요한 결과가 하나 더 나왔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같은 실패 상황을 떠올리게 한 뒤에 자기 비난 대신 자신을 위로하며 안심하도록 하자 뇌에서 전혀 다른 회로가 활성화했습니다. 

활성화한 영역은 뇌섬엽과 측두극이었는데, 이곳은 우리가 타인에게 공감하고 돌볼 때 사용하는 연민과 돌봄의 회로입니다. 즉 자신을 스스로 위로할 때도 타인을 위로할 때와 같은 신경회로가 작동한다는 것이죠. 뇌는 위로하는 대상이 자신인지 타인인지를 크게 구분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문제는 우리가 어떤 회로를 사용할 것이냐인데, 중요한 점은 비난 회로와 안심 회로가 동시에 작동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비난 회로가 켜지면 안심 회로는 꺼지고, 안심 회로가 작동하면 비난 회로는 힘을 잃습니다. 자기 비난을 멈추는 방법의 핵심이 여기에 있습니다. 

자기 비난이 올라올 때 그 생각을 논리로 이기려 하지 말고, 자신을 위로하며 안심 회로를 작동시키는 것입니다.  

자기 비난은 성격이나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특정 부위가 만들어내는 전략적 현상임을 살펴보았습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자기 비난 성향이 강한 사람도 명상 훈련을 반복하면 뇌의 활성 패턴이 점차 안정적으로 변화합니다. 

자기 비난에 빠질 때 이 말을 떠올려 주세요.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뇌가 너무 열심히 오류를 수정하려고 하는구나.’ 뇌의 에너지를 비난이 아닌 돌봄의 방향으로 돌리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뇌는 반복되는 방향으로 반드시 바뀝니다. 
 

▲ 사진=게티이미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후회와 비난을 멈추는 ‘감각 명상’

몸의 감각을 생생하게 느끼는 순간, 비난의 목소리는 힘을 잃습니다. 판단하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오직 느끼는 마음만 열어두세요.

1. 편안하게 눕거나 기대앉아 눈을 감습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며 몸을 느껴봅니다.

2. 눈을 감고, 생각으로 과열된 머리의 무게를 느껴봅니다. 

3. 이마와 미간으로 주의를 옮깁니다. 긴장된 미간의 힘을 풀고, 입을 살짝 벌려 턱의 긴장도 풉니다. 

4. 얼굴이 편안해집니다. 이제 천천히 목을 타고 내려와 어깨를 느껴봅니다. 잘 해야 한다는 생각에 경직되고 위축되어 있던 어깨에서 힘을 뺍니다. 어깨가 조금씩 가벼워집니다. 

5. 주의를 가슴으로 옮깁니다. 답답하고 조였던 가슴의 감각을 있는 그대로 느낍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쉴 때 가슴에 쌓인 스트레스가 밖으로 빠져나간다고 상상해 보세요. 호흡과 함께 가슴이 시원해집니다. 

6. 가슴 아래 명치와 배를 느껴봅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배를 풍선처럼 부풀렸다가 내쉽니다. 날숨과 함께 뱃속에 뭉쳐 있던 응어리가 빠져나갑니다. 배가 점점 편안해집니다. 

7. 주의를 양손으로 옮깁니다. 꽉 쥐고 있던 주먹을 펴고 손바닥의 온기, 손가락 끝의 미세한 찌릿함을 느껴봅니다. 손을 펴는 순간, 상황을 통제하려던 마음도 함께 내려놓습니다.

8.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를 지나 발끝으로 내려갑니다. 발은 언제나 당신을 단단하게 지지하고, 땅은 당신을 온전히 받아줍니다. 이 안정감을 기억하세요. 당신은 안전합니다.

9. 이제 전신의 감각을 하나로 연결해 봅니다.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오직 평온한 존재감만 남습니다. 언제든 이 몸의 감각으로 돌아오세요. 몸은 언제나 당신의 가장 안전한 피난처입니다. 
 

글_양현정 한국뇌과학연구원 부원장,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통합헬스케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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