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미디어] 조현병 가족이 마주한 침묵의 시간

[브레인&미디어] 조현병 가족이 마주한 침묵의 시간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가 묻는 것

누구에게나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다. 그 비밀이 부모나 가족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할리우드 거대 자본이 투입된 화려한 영화들 틈에서, 최근 일본에서 제작된 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입소문을 타고 화제를 모으고 있다. 조현병을 앓는 누나와 그 가족의 시간을 남동생의 시선으로 20여 년간 촬영한 다큐멘터리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다. 
 

▲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 포스터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4수 끝에 의대에 입학한 다정한 누나에게 스물넷의 나이에 조현병 증상이 나타났다. 부모는 모두 의사였지만, 누나에게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고령이 된 부모는 누나가 외출하지 못하도록 현관문에 쇠사슬과 자물쇠를 채웠고, 가족은 그렇게 닫힌 문 안에서 20여 년간 서로에게 침묵했다. 더는 외면할 수 없다고 느낀 남동생이 카메라를 들고 그 침묵 속으로 들어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는 배경 음악이나 자세한 설명 없이 가족의 실상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어느 가족의 봐서는 안 될 비밀을 몰래 들여다보는 듯해 숨조차 크게 쉬기 어렵다.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은 누나의 인권을 고려해 조현병 증상을 보이는 장면은 최소한만 담았다고 밝혔지만, 짧은 장면만으로도 이를 20년 넘게 지켜봐야 했던 가족의 아픔은 스크린을 통해 충분히 전해진다.  
 

▲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 스틸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조현병은 환각, 망상, 비정상적인 사고와 행동을 동반하는 뇌 질환이다. 과거에는 '정신분열병'이라 불렸으나, 편견을 줄이기 위해 현악기의 줄을 고르듯 뇌 기능을 조율한다는 뜻의 '조현병'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조현병은 전 세계 인구의 약 1%가 앓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약 25만~50만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추정'에 그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영화 속 누나처럼 많은 환자가 집 안에서 조용히 지내며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발병 후 25년이 지난 2008년, 누나가 마침내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부터다. 3개월간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한 누나는 영화 시작 1시간여 만에 처음으로 질문에 대답을 한다. 이리저리 흔들리던 눈빛이 카메라를 또렷이 응시하고, 동생의 물음에 스스로 답한다. 쉰이 다 된 나이에야 누나는 비로소 자신의 인생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든 이유에 대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부모를 비난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사실을 기록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1920년대 일본에서 태어난 부모는 의학과 약학 분야의 의사로, 해외 연수까지 다녀오며 교수로 재직한 이력이 있다. 발병 초기 아버지의 동료 의사에게 누나를 데려갔지만, 당시 진료를 맡은 의사는 문제가 없다며 오히려 정신과 진료가 누나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누나가 처음 발병한 1980년대는 치료법이나 약물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병원에서 환자의 인권침해가 빈번하게 일어나던 시기이기도 했다. 역설적이게도,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부모였기에 오히려 누나의 병을 직시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끝까지 누나를 돌보고 책임지려 한 부모의 모습은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

영화의 제목처럼 감독은 뚜렷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병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 돌봄의 책임이 가족에게만 집중되는 구조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감독은 관객에게 그대로 건넨다.

㈜엣나인필름이 수입·배급을 맡은 이 영화는 지난 29일 개봉해 현재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가족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극장 외 플랫폼에서는 상영할 예정이 없다고 한다.
 

글. 전은애 수석기자 hspmak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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