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 전략보다 도울 방법을 찾아야 하는 시대

이길 전략보다 도울 방법을 찾아야 하는 시대

브레인 인문학

무엇으로 인류와 지구에 기여할 것인가

AI 기술은 특정 산업에 활용되는 단계를 넘어 사회 전체를 변화시키는 범용 기술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는 노동 시장과 교육의 본질을 바꾸고, 인간의 역할과 가치까지 다시 정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단기간에 AI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초기 기술 주도권 선점이 중요한 만큼, 우리나라도 경쟁력 확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최근 언론 기사들을 보면 국가 차원에서 주로 이러한 질문들을 던진다. ‘대한민국은 AI 패권 경쟁 속에서 어떤 생존 전략을 가져야 할까?’, ‘대한민국의 강점은 어디에 있는가?’, ‘한국은 AI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길러내고 있는가?’

이 질문들은 국가의 주권을 지키고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그 해답을 찾아야 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힘의 우위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한, 이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래서 질문을 조금 바꿔보고 싶다. ‘대한민국은 AI시대에 무엇으로 이길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으로 인류와 지구에 기여할 것인가’로. 그리고 이 질문 속에서 한국에서 정립된 뇌교육의 가치를 다시 살펴보고자 한다.
 

인간 뇌의 가치를 꿰뚫어본 수행 전통에 뿌리를 둔 뇌교육

뇌교육은 서양에서 수입된 뇌과학이나 뇌 기반 교육 패러다임이 아니다. 한민족이 오랫동안 이어온 정신문화와 교육 전통을 21세기 ‘뇌의 시대’에 맞게 정립한 학문이다. 그 철학적 뿌리는 천지인天地人 사상, 즉 하늘과 땅과 인간이 하나라는 세계관에 있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이기 때문에 만물이 평등하며, 그 평등 위에서 조화와 평화를 이루자는 것이 기본 철학이다.

그렇다면 이 철학에서 인간의 뇌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우리 수행 문화의 전통을 담은 고전 《삼일신고》에는 ‘강재이뇌降在爾腦’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는 ‘모두가 하나라는 최고의 진리를 너의 뇌 속에서 찾으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간의 뇌 안에 이미 하나됨을 깨닫고 평화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서구의 뇌과학과 구별되는 한민족 고유의 뇌철학이다. 뇌교육은 바로 인간 뇌의 본래 가능성, 다시 말해 평화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고 계발하는 원리와 방법론을 담고 있다.

'나는 가치 있는 존재'라는 자각

몇 해 전, 중동의 CNN이라 불리는 ‘알자지라 미디어 네트워크’에서 연락이 왔다. 초경쟁 사회인 한국에서 청소년들이 정신건강과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찾고 있는 한국식 브레인트레이닝을 취재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제작된 다큐멘터리 <마인드셋MindSet>에는 뇌교육 철학을 기반으로 한 아동·청소년 마음건강 프로그램 ‘화풀이 캠프’가 소개되었다. 

BR뇌교육은 오랫동안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이 캠프를 운영해 왔으며, 여러 지자체와 초·중·고등학교에서도 청소년 정신건강 프로그램으로 도입하고 있다.

오늘날 아이들은 놀 시간은 줄고 공부 시간은 늘면서 자신의 몸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동시에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감각 역시 약해진다. 화풀이 캠프는 감정이 몸과 뇌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체험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또한 부정적 감정을 건강하게 발산하고, 긍정적인 감정과 정보를 선택하는 힘을 기르도록 구성되어 있다.

명상 단계에 들어가 감정을 걷어내고 나면 아이들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구나”, “나는 무엇을 하고 싶지?”라는 자각이 일어난다. 이 자각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부족함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뇌교육은 내부감각에 집중하는 순간, 타인과의 비교와 무관하게 ‘나는 가치 있는 존재’라는 자각이 일어날 수 있음을 체험하게 한다. 자신을 존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타인을 존중하고 평화로운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세계로 확산하는 뇌교육 프로젝트

뉴멕시코 주 상원의회는 2026년 뇌교육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뉴멕시코 뇌교육 프로젝트는 학생과 교사, 가족, 건강 분야 실천가들에게 영감을 주며 지역사회에 지속적이고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왔다. 이에 뉴멕시코주 상원은 뇌교육 프로젝트가 교육과 건강,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탁월한 공로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깊은 경의를 표한다.”

2012년부터 뇌교육 강사들은 뉴멕시코주의 교육대학과 초·중·고등학교 등에서 뇌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또한 2017년에는 하원의회에서 ‘뇌교육의 날’ 법안이 통과되어 교사 직무연수와 학생 교과과정에 뇌교육을 포함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현장 교사들의 사례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조절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학습과 관계에서 주도성을 회복한다는 점이다.

한 5학년 담임교사는 ‘파워브레인 인사’를 가장 효과적인 활동으로 꼽았다. 한 학생이 실수하면 “나는 파워브레인이야!”라고 외치고, 친구들이 “맞아, 너는 파워브레인이야!”라고 함께 응원하는 방식이다. 성장 마인드셋과 긍정적 태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다.

또 다른 1학년 담임교사는 학생들이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 다시 집중하는 방법을 찾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에너지 명상이나 단전 두드리기 등 자신에게 맞는 활동을 통해 수업에 몰입한다는 것이다. 자기 몸과 하루의 주인이 자신이라는 감각을 익히는 셈이다.

뉴멕시코 프로젝트에 처음부터 참여해 온 한 뇌교육 강사는 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내면의 힘이 깨어나는 것 같아요. 뇌교육을 통해 ‘나는 가치 있는 존재’라는 감각이 생기는 것을 느낍니다. 다른 아이들만큼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도, 나는 내 삶의 주인이라는 걸 알게 해주죠.”

인간 뇌의 가치를 회복하는 교육

이러한 변화는 복잡한 이론이나 어려운 방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뇌교육은 인간 뇌가 가진 본래의 힘을 스스로 깨우도록 돕는 비교적 단순하고 실천적인 방법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남미 국가인 엘살바도르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전국 교사들에게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엘살바도르 뇌교육 교원연수 사업의 파트너로 참여했던 ISBM(엘살바도르 교원복지연합)의 라파엘 로페즈 회장은 사업의 성공 요인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참여자들이 습득한 지식과 훈련 내용을 지역사회 안에서 다시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트레이너를 위한 트레이닝(training of trainers)’ 방식은 참여자들이 스스로 프로그램의 주체가 되어 지역사회에 변화를 만들어 가도록 했습니다.”

AI 시대의 경쟁은 결국 인간의 집중력과 감정, 관계와 선택까지 기술의 영향 아래 두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중요해지는 것은 인간 뇌의 가치를 어떻게 회복하고 활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일 수 있다.

뇌교육은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것은 평화를 추구하는 인간 본래의 방향성을 회복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함께 단련해 온 한민족의 정신문화 자산이다. AI 기술이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일수록, 대한민국이 뇌교육을 통해 인간 뇌의 가치와 평화의 가능성을 실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글_김지인 국제뇌교육협회 국제협력실장. 지구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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