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사이드 아웃2>가 불안을 다루는 방법

영화 <인사이드 아웃2>가 불안을 다루는 방법

[브레인트레이닝] 불안해도 괜찮아

브레인 106호
2024년 09월 05일 (목)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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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픽사에서 2024년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 2> 포스터


사춘기를 예고하고 끝난 전편에 이은 뇌 속 감정의 세계

디즈니 픽사에서 2015년에 개봉한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을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라는 5개의 캐릭터로 의인화해 뇌 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를 세심하게 표현해 전 세계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전편에서는 어린 시절 여러 경험과 변화를 감정 캐릭터들의 모험으로 묘사하며 슬픔을 포함한 다양한 감정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주인공 라일리의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리모델링 공사가 이루어지고 ‘puberty(사춘기)’라는 빨갛고 큰 버튼이 생기며 끝나, 다음 편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올해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 2>는 라일리가 사춘기에 들어서며 청소년에게 일어나는 여러 변화를 보여준다. 13살이 된 라일리의 감정 컨트롤 본부에는 불안이부터 당황, 따분, 부럽이까지 4가지 새로운 감정들이 등장한다. 라일리가 아이스하키 캠프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적응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새로운 감정들로, 좀 더 풍부하고 깊어진 감정의 세계를 보여준다.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미래 때문에 불안하고, 생각지 못했던 상황에 봉착해 당황하고, 때로는 모든 것이 따분하고 지루하고, 또래 사이에 인기 있는 친구를 보면서 부러워하는 등 라일 리가 처한 여러 상황에서 다양한 감정들을 볼 수 있다.
 

사춘기는 엉망진창이다

우리의 뇌는 출생 직후부터 주변 자극과 다양한 경험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셀 수 없이 많은 뉴런 간 시냅스 연결이 일어나며 신경회로를 형성한다. 청소년기에 들어서면 자신만의 가치관과 자아가 형성되고, 그에 맞춰 불필요한 시냅스를 가지치기하는 과정이 시작된다. 특히 전두엽이 성숙해지면서 의사 결정 능력과 감정 조절 능력이 발달한다. 이러한 변화는 11세에서 14세 사이에 시작해 20대 중반까지 이루어진다. 

이처럼 사춘기는 혼란스러운 가운데 자신을 이해하고 성장하는 시기다. 전편에서 라일리를 주로 컨트롤했던 감정은 ‘기쁨이’였다. 어린 시절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은 라일리가 보는 세상은 재미있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들로 가득해 생에 대한 기쁨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사춘기는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불안정한 상태로, 어린 시절의 자아로는 복잡한 세상을 살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새로운 자아는 아직 형성되지 않은 상태여서 불안이 극심해진다. 그동안 라일리의 삶은 대체로 행복했고 가끔 슬프거나 화나는 정도였는데, 사춘기를 맞아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고차원적 사고가 일어나면서 ‘불안’이라는 감정이 증폭돼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 <인사이드 아웃 2>에서는 '불안이'라는 캐릭터가 주요 등장인물로 나온다. (이미지_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안 보이는 무서운 것들에 대비해 미래를 계획하는 ‘불안이’

불안이라는 감정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그러나 불안은 생존에 필수적인 감정이다. 어떤 과정을 통해 성과나 결과를 내는 데도 적절한 수준의 불안이 필요하다. 불안은 때로 성장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불안하기 때문에 도전하고 성취한다. 불안은 위험을 감지하고 미리 대처할 수 있게 하는 마음의 신호이다. 생존하기 위해 우리 뇌는 불안을 느끼도록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영화 속 모든 감정은 라일리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 ‘불안이’ 역시 “난 안 보이는 무서운 것들에 대비해 미래를 계획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또 상상력 팀에 최악의 가능성을 고려한 수많은 가상 시나리오를 준비하게 해 라일리가 위기 상황에 빠지지 않게 한다. 

그러나 기쁨이와 불안이가 각각 생각하는 ‘라일리의 행복’에는 큰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기쁨이에게 하키는 ‘즐겁고 재미있는 놀이’라면, 불안이에게는 ’놀이가 아닌 스포츠‘이다. 불안이에게 하키는 라일리의 미래이며, 앞으로 겪을 고등학교 생활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라일리가 중학교 친구들과의 이별, 고등학교 하키팀 입단 여부 등 불안정한 상황에 처하면서 결국 불안이가 감정 컨트롤 본부를 차지하게 된다. 불안이는 라일리를 보호하기 위해 애쓰지만, 결국 감정 컨트롤러를 멈추지 못하고 그 소용돌이 안에서 얼어버리는 모습은 지나친 불안으로 인한 공황 발작의 표현이다. 

기쁨이가 그러한 불안이를 구하고 다른 모든 감정이 불안이를 안아주는 장면은 코끝을 찡하게 한다. 불안이는 눈물을 흘리며 “미안해. 나는 라일리를 도와주고 싶었을 뿐인데”라고 한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나를 방해하고 잘못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호하기 위해 작동하는 것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자신에게 좀 더 관대하고, 좋은 순간들을 음미하라

아이스하키 캠프에서 라일리는 새로운 이상형인 선배 ‘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이전의 자기를 부정한다. 미시간에서 왔다고 착각하는 선배에게 미네소타에서 왔다고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고, 자신이 평소 싫어하던 과자를 선배가 주니 맛있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좋아하는 가수마저 아니라고 부정한다. 

사춘기에는 또래 관계와 사회적 관계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라일리 역시 어린 시절 가장 큰 크기를 차지했던 가족섬은 줄어들고, 우정섬은 커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래 관계가 중요한 가치가 되면서 그 안에서 내가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이를 통해 자아정체성을 형성해 나간다. 

집단 안에서 나 자신이 어떻게 보일까, 나는 어느 정도에 위치해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필요 이상으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특성도 나타난다.  

진짜 내 모습이 무엇일까? 남 앞에서는 밝게 웃지만 혼자 있을 때는 한없이 무기력한데, 어느 것이 진짜 내 모습일까? 정답은 밝게 웃는 것도 무기력한 것도 모두 ‘나’라는 것이다. 영화에서도 여러 가지 부정적인 기억과 긍정적인 기억을 모두 수용해 나는 때로 강하기도 하지만 약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괜찮기도 한 모습들을 통합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는 사춘기가 된 라일리의 머릿속 신념들이 모여 자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매우 아름답게 그린다. 나무가 자라나는 것처럼 많은 기억이 심어지고, 그 기억들이 신념을 이루면서 자아라는 꽃을 피우는 장면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동안 라일리의 자아는 ‘나는 좋은 사람이야’라는 기쁨이의 기억들로 형성된 긍정적 신념이었다. 그러나 불안이가 감정을 컨트롤하면서 ‘난 부족해’라는 부정적 신념이 형성된다. 부정적인 신념과 긍정적인 신념은 서로 섞여 새로운 가지로 자라난다. 전편에서는 필요 없는 감정은 없고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라는 메시지를 줬다면, 이번에는 누구도 완벽하지 않으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라고 말하는 듯하다.
 

▲ 라일리의 신념저장소 (사진_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제작을 위해 과학 자문을 맡은 대처 켈트너 UC버클리대 심리학과 교수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모두 내 모습이다. 자신에게 좀 더 관대하고, 좋은 순간들을 음미하고, 우리의 복잡성을 인정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감정을 다루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불편한 감정을 억지로 밀어낼 필요는 없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부정적인 감정 역시 피할 수 없는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나쁜 감정을 현명하게 흘려보내며 자신에게 도움 되는 감정으로 채워나가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사춘기를 맞은 라일리가 새로운 나를 만나고, 진정한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은 불안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글_전은애 수석기자 hspmaker@gmail.com / 이미지 제공_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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