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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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트레이닝

브레인 104호
2024년 04월 19일 (금)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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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컴퓨터칩 이식한 사지마비 환자, 생각만으로 체스 게임 즐겨 

올해 1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뇌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인간의 뇌에 컴퓨터 칩을 심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시험을 승인받은 지 8개월 만이다. 

뉴럴링크는 그동안 신체 손상을 입은 사람이 생각만으로 각종 기기를 제어할 수 있도록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장치를 뇌에 이식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뉴럴링크는 지난해 9월 임상 참가자 모집을 했고, 불과 4개월 만에 첫 수술을 했다. 아직 칩 이식이 뇌에 미치는 영향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장애를 극복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참가 신청을 했다고 한다. BCI를 통해 환자가 마우스의 커서나 키보드를 제어할 수 있게 하는 게 뉴럴링크의 첫 목표였다. 동전 크기의 '텔레파시'를 두개골에 이식해 미세한 실 모양의 전극을 통해 신경세포와 신호를 주고받는 방식이다.
 

▲ 뉴럴링크의 칩을 세계 최초로 이식한 놀란드 아르보 (사진_뉴럴링크 X)
 

그리고 지난 3월 20일 뉴럴링크는 엑스(X, 구 트위터)를 통해 사지마비 환자인 놀란드 아르보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이식받아 몸을 움직이지 않고도 노트북 화면의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고 체스를 두는 모습을 생중계했다.

아르보는 8년 전 다이빙 사고로 어깨 아랫부분이 사지 마비된 29살 젊은 남성이다. 그는 뉴럴링크 임상에 참여해 올해 1월 두개골에 칩을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는 휠체어에 앉아 밝은 얼굴로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고 게임의 설정을 바꾸거나 온라인 체스 게임 속 말을 움직였다.

아르보는 “화면에 저 커서 보이나? 내가 하는 거다. 모두 뇌의 힘이다”라며 기뻐하면서 “칩을 활용해 비디오 게임인 문명 VI(PC 게임)을 플레이하기도 했다”며 “뉴럴링크는 다시 게임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줬다. 나는 8시간 연속 게임을 즐겼다”고 말했다. 그는 칩의 배터리가 모두 닳은 뒤에야 게임을 멈췄다고 덧붙였다.

아르보는 칩을 활용하는 방식에 대해 “마치 스타워즈의 포스(스타워즈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화면 한 곳을 응시하면 커서를 움직일 수 있고, 이를 자유자재로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연습했다고 전했다.
 

▲ 아르보가 생각만으로 컴퓨터 체스 게임을 두는 모습 (사진_뉴럴링크 X)

아르보는 칩을 이식받는 수술도 아주 간단했다고도 말했다. 뉴럴링크에 따르면 BCI 이식은 로봇을 이용해 두개골의 작은 부분을 잘라내고 머리카락의 4분의 1 수준의 가느다란 전극을 뇌의 특정 부위와 연결한 뒤 다시 구멍을 덮는 방식으로 수술한다. 흉터는 작은 절개 자국만 남는다. 무엇보다 전신마취 없이 진행되는 30분짜리 짧은 수술이기 때문에 환자들이 당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이 수술을 “두개골의 한 조각을 스마트워치로 교체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뉴럴링크가 이번에 이식한 칩의 이름은 '텔레파시'로 생각만으로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제어한다는 뜻에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칩을 통해 신경세포(뉴런)의 전기신호를 반도체와 주고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 뉴럴링크의 BCI 칩 '텔레파시'


 ‘신경 실’을 뇌의 표면에 박음질하는 ‘바느질 로봇’ 개발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주인공인 네오의 머릿속에 주짓수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는 장면이 나온다. 무술을 전혀 할 줄 모르던 네오는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자 바로 주짓수 고수가 된다. 

2016년 머스크가 인간의 뇌와 컴퓨터의 연결을 연구하는 ‘뉴럴링크(Neuralink)’라는 회사를 설립했을 당시 많은 사람들은 가까운 미래에 뇌에 칩만 심으면 모르던 외국어도 할 수 있게 되거나, 영화처럼 헬기를 처음 타는 사람이 헬기 조종법을 바로 익히는 세상이 펼쳐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충분히 갖게 되었다.

뉴럴링크는 인간의 뇌에 컴퓨터 칩을 심어 뇌에서 만들어낸 신호를 수집해 분석하고 의미를 파악한 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디지털 신호로 바꿔 뇌와 컴퓨터를 연결한다면 데이터를 읽고 쓰거나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인간은 외부 자극을 받으면 감각 기관에서 받아들인 정보가 말초신경 통해 뇌로 전달되고, 뇌는 말초신경으로 명령을 내려 적절한 움직임이나 생체 반응을 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이 과정은 우리 몸의 약 1,000억 개 이상의 신경세포(뉴런)를 통해서 일어난다. 뉴런은 감각 정보나 운동 명령을 전달할 때 나트륨, 칼륨, 염소 등의 화학 물질을 교환하면서 일종의 전류를 발생시켜 전기 신호를 생성한다.

그리고 뉴런과 뉴런 사이 연결 부위에 존재하는 시냅스가 뉴런에서 생성한 전기 신호를 화학 물질로 변환해 다음 뉴런에게 전달하고, 화학 물질을 받은 뉴런은 또다시 전기 신호를 생성하면서 일종의 활동 전위들을 발생시켜 전기장을 만들어낸다.

뉴럴링크는 이 과정에서 어떤 장치를 뉴런의 파괴 없이 전기적인 파장을 수집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심으면 뇌의 전기신호를 수집해 분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뇌 신호를 정밀하게 수집하기 위해 아주 많은 전극을 뇌에 심는 장치를 개발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2019년 뉴럴링크 유튜브 라이브로 공개했다. 뉴럴링크가 선보인 ‘신경 실’은 머리카락 굵기의 20분의 1에 불과한 4~6 마이크로미터 굵기의 가느다란 실에 32개의 전극을 코팅한 뒤 이 실을 뇌 표면에 바느질하듯이 박아 넣는 방식이다. 가로와 세로가 각각 5밀리미터 정도인 신호 측정 유닛 하나에는 총 96개의 실이 장착되는데, 이는 새끼손가락 손톱 크기의 5분 1에 불과한 센서로 3,072개의 전극에서 측정되는 신경신호를 동시에 읽어 들일 수 있다.

뉴럴링크는 이 ‘신경 실’을 뇌의 표면에 박음질할 수 있는 초정밀 ‘바느질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뇌혈관을 피해 출혈을 최소화하면서 자동으로 분 당 6개의 실, 총 192개의 전극을 뇌 표면에 박음질할 수 있다.  그리고 2020년에는 뇌 안에 삽입이 가능한 인터페이스 ‘링크 v0.9’를 공개했다. 측정된 신경신호를 무선으로 스마트폰과 같은 외부 장치로 보내는 이 시스템은 무선 충전도 가능하다. 
 

▲ 일론 머스크 (사진_뉴럴리크 유큐브 화면 갈무리)


"정말 중요한 것이 생기면, 성공할 확률이 적을지라도 실행하라"
 

뉴럴링크는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로 장애로 손과 발, 의사소통 능력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을 위해 쓰이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고 말했다. 실제 뉴럴링크는 2023년 9월 임상 참가자를 모집할 때 성인 중 사지, 하반신 마비 또는 절단, 실명, 실어증, 청각 장애 등을 겪는 사람으로 한정했다. 다만 뉴럴링크의 임상 시험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안전한 이식을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론 머스크는 과거 "정말 중요한 것이 생기면 성공할 확률이 적을지라도 실행하라"라는 말 한 바 있다. 

많은 뇌과학자들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이 인류의 미래를 혁신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가까운 미래에 알츠하이머와 같은 치매부터 각종 뇌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수단으로 고통받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다. 또 언젠가는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여러 기술을 단숨에 다운로드하여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글_전은애 수석기자 
참고도서_<뉴럴링크> 임창환,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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