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 오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학생이나 직장인이나 일요일 저녁만 되면 내일부터 다시 일주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우울해진다. 오죽하면 ‘월요병’이라는 말이 있을까. 나 역시 월요일 아침 출근길이 차마 말하기 어려울 만큼 괴로웠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난봄부터 달라졌다. 월요일 저녁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 이유는 매주 월요일에 방송하는 JTBC <최강야구>라는 프로그램 덕분이다.
이 프로그램은 은퇴한 프로야구 선수들이 한 팀이 되어 고등학교, 대학교, 독립구단 등의 아마추어 선수 팀과 치르는 경기를 보여준다. 한 시즌에 30경기를 하는데 승률 7할을 달성 못 할 시 프로그램은 폐지된다. 최강의 선수들이 모였다는 의미로 팀 이름 또한 ‘최강 몬스터즈’다.
다만 방송시간이 월요일 밤 10시 30분에 시작해서 빠르면 12시 30분, 때로는 새벽 1시에 끝나 시청률은 3~4퍼센트 정도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화제성만큼은 최고다. 올해 다섯 번의 직관 경기 티켓이 오픈 즉시 매진되고, 관련 굿즈도 날개 돋친 듯 팔렸다.
특히 지난 시즌 하반기에 ‘야신(야구의 신)’ 김성근 감독이 합류하면서 최강야구는 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다큐가 되었다. 81세의 감독은 30도가 넘는 한 여름에도 매일 운동장에 나와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일일이 자세를 교정해주고, 배팅볼을 던져주었다.
최강 몬스터즈 선수들은 치열한 프로야구 세계에서 10년 이상 뛴 한국 프로야구의 레전드다. 국가대표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도 했고, 메이저리그에서 뛴 선수도 있다. 지금은 현역 시절만큼 몸이 따라주지는 않지만 선수들은 야구를 사랑하고, 이기고 싶다는 진심으로 경기에 진지하게 임한다.
나를 비롯해 야구를 전혀 모르는 ‘야알못’인 사람들까지 이토록 <최강야구>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몬스터즈 선수들에게서 내 모습을 발견한다. 은퇴 후 무거워진 몸, 떨어진 체력으로 40대 아저씨들이 고등학생을 상대로 이기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이 웃기고 재미있는 한편,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에서 떨어져나가지 않기 위해 애쓰는 나 자신을 보기도 한다.
프로야구 중계에서는 볼 수 없던, 덕아웃에서 선수들이 나누는 대화와 감독의 작전 지시 등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은퇴 전 프로 팀에서는 선배나 또래 선수 없이 스무 살 이상 차이 나는 후배들과 훈련하며 외로웠다는 몬스터즈 선수들은 다시 신인으로 돌아간 것처럼 선후배들과 투덕거리며 훈련하고 경기한다. 그래서 힘들지만 즐겁다고 말한다. 야구를 향한 열정과 승부근성이 다시 살아난다고 한다.
선수들이 말하는 외로움이 무엇인지 공감이 된다.
나이가 들수록 가정과 직장에서 져야 할 책임은 느는데 마음 편히 이야기 나눌 사람은 없고, 예전만큼 일에 대한 열정도 없는…. 그래,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구나 하며 위로를 받는다.
매주 월요일 저녁 설레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이 시작하기를 기다리다, 문득 이렇게 가슴 두근거리며 무언가를 기다린 적이 언제가 마지막이었던가 돌아봤다. <최강야구> 덕분에 인생의 희노애락에서 낙樂이 하나 생겼다. 그리고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생각들을 잊게 하는 바람이자 목표를 갖게 됐다. 최강 몬스터즈 팀이 올해 승률 7할을 꼭 달성해서 ‘시즌 3’ 방송 확정하기, 그리고 올해 다섯 번의 예매에 모두 실패했던 직관 경기를 내년에는 꼭 보고 싶다.
글_전은애 《브레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