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성찰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한국의 문화 콘텐츠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미국 방송상인 에미상을 휩쓸었다. 지난해 이맘때 첫 방송부터 잔혹한 서바이벌 게임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지만 부채, 불평등 같은 현 사회의 문제들을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로 풀어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주연배우 이정재는 지난해 10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진정한 메시지는 ‘이타주의’라고 답했다. “<오징어 게임>은 서바이벌 게임이 아닌 사람에 관한 드라마”라며 “내가 인간으로서 저버리지 말아야할 것들을 잊지는 않았는가,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못 보고 있던 것은 아닌가 등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K팝 아이돌들도 섹스나 마약, 폭력에 대해 노래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BTS는 코로나 팬데믹과 청년 실업, 장기 경제불황 등 청년세대가 맞닥뜨린 문제들에 대해 ‘자신을 사랑하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노래한다.
우리나라는 인류를 위해 얼마나 기여하고 있을까?
한국 문화 콘텐츠의 글로벌한 대중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K’라고 범주화할 수 있는 정체성은 사라지고 글로벌 문화산업에 편입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류 열풍과 함께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 호감도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 문제, 양극화, 핵 위협 등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이 개별 국가들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세계화 시대에 살다 보니 각 국가가 인류를 위해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지표가 있다. ‘Good Country Index’*이다. 이 지표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은 세계에 미치는 문화적 영향력에서 169개국 중 6위를 차지했다. 같은 해 미국은 57위, 영국은 23위였다.
힘으로 남을 침략하는 나라가 아닌, 오직 높은 문화의 힘을 지닌 나라가 되길 갈망했던 김구 선생의 소망이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한국의 문화에 전 세계가 관심을 보이는 이때 대한민국은 어떤 메시지를 내야 할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있던 때에 마침 미국뉴욕에서 열리는 뇌교육 페스티벌(BE Festival)에 참석하게 되었다. BE Festival은 미국 전역에 100여 개의 트레이닝센터를 통해 뇌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바디앤브레인’에서 2019년부터 매년 상•하반기에 개최하는 힐링 축제의 장이다. 전국에서 회원들과 강사들이 참가하며, 한국식 명상과 기공을 깊이 체험하는 워크숍과 다양한 강연들이 진행된다.
▲ 특별강연에서 이승헌 총장은 우리의 내면에 숨겨진 인성을 회복하고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움을 회복하는 ‘공생의 기술’로서 명상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에서 열린 뇌교육 페스티벌, 공생과 공존의 문화를 탐색하다
코로나 팬데믹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번 페스티벌은 미국 동부의 뇌교육 연수원인 아너스 헤이븐에서 오프라인으로 열렸다.
아너스 헤이븐을 둘러싼 녹지는 원래 골프 코스로 사용되었지만, 몇 년 전 이를 자연 체험 교육 공간과 유기농 농장으로 바뀌고 친환경 삶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 했다. 페스티벌 프로그램의 일부는 이렇게 조성된 아너스 헤이븐의 숲과 폭포, 호수의 자연환경 속에서 이루어졌다.
특히 올해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재앙이 세계 곳곳에서 가시화되고 있는 시점에 열려, ‘지구시민 라이프스타일’과 ‘공생의 기술’을 부제로 내걸고 공생과 공존의 문화로의 전환을 위한 지구시민으로서의 책임 있는 실천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겸했다.
이 페스티벌에 올해는 한류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만큼 BTS 대학으로 잘 알려진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이승헌 총장의 특별강연이 마련되었다.
지난 20여년간 이승헌 총장은 뇌교육이 지향하는 홍익인간의 정신을 지구시민정신으로 확대하여 21세기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인성 회복과 인간 뇌의 올바른 활용에 있음을 국제사회에 알려왔다.
뇌교육에서 사용되는 360여 개의 수련법을 개발한 명상가답게 그는 최근 환경운동에서 자주 사용하는 ‘환경감수성’을 명상을 통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지구 명상’을 소개했다. 그는 이제 지구의 환경 문제는 지식의 차원에서 배울 문제가 아니라면서 ‘환경에 대한 감수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미국에서 열린 뇌교육 페스티벌에서 특별강연을 한 이승헌 총장
인간 본연의 자연성을 회복하고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공존의 기술’
보통 환경 교육에서 환경감수성을 키우기 위해 하는 것은 자연을 직접 접하며 관심을 갖게 하고 자연환경과 친해지게 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러한 정서적 공감이 없이는 자연환경을 소비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태도를 바꾸기 어렵다.
하지만 이승헌 총장이 제시하는 환경감수성의 방향은 약간 다르다. 물론 자연으로 나가 자연에 관심을 두고 친해짐으로써 공감능력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그가 제시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들의 의식 속에 들어있는 습관화된 사고방식과 관념들을 되돌아보고 그 가림막 너머에 인간이 본래 갖고 있는 자연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자연성이 인성의 핵심이기 때문에 결국 환경감수성의 회복은 인성의 회복과 같다고 말한다.
이 강연을 통해 이승헌 총장은 우리의 내면에 숨겨진 인성을 회복하고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움을 회복하는 ‘공생의 기술’로서 명상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많은 미국인들이 20세기의 물질문명 속에서 잃어버린 정신적 가치를 찾아 동양의 심신수련법에 열광한다. 그리고 지난 26년간 ‘바디앤브레인’은 수행을 통해 하늘과 땅과 인간의 조화로움을 회복하고자 하는 한국 선도를 뇌과학과 접목한 뇌교육으로 그들의 삶에 변화를 만들어왔다.
문화 콘텐츠에 대한 열광에서 시작된 한류 열풍이 대한민국에 대한 호감으로 발전하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이 내야 할 목소리는 무엇일까? 공멸과 공존의 갈림길에 선 인류와 나누어야 할 한국의 자산, 바로 인간의 자연성을 회복하고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공존의 기술’이 아닐까.
* https://index.goodcountry.org
글_김지인 | 국제뇌교육협회 국제협력실장.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지구경영학과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