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인문학] 명상, 건강관리법에서 인간개발을 위한 도구로

[브레인 인문학] 명상, 건강관리법에서 인간개발을 위한 도구로

브레인 인문학

브레인 92호
2022년 05월 27일 (금)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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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서 뉴노멀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우리 삶의 방식이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란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코로나가 가져온 일자리의 변화가 그렇다. 미국은 지금 ‘대퇴직 시대(The Great Resignation)’를 맞았다. 2021년 9월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약 440만 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그만두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찾고자 하는 욕구가 늘어난 것이 퇴사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파악된다. 특히 지식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근무시간과 장소를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일자리를 찾는 경향이 커졌다.

이러한 흐름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마이크로소프트 사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70퍼센트가 유연한 원격근무 형태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기업의 61퍼센트가 명상 훈련 도입 

팬데믹 기간 동안 일어난 변화 중 주목할 만한 것은 직원들의 심신 건강이 기업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라는 인식이 가시화되었다는 점이다. 많은 기업이 팬데믹 상황 속에서 직원들의 웰빙 지원을 확대했다.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인 가트너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직원들의 웰빙 향상을 위한 복지제도에 투자를 늘린 기업들이 응답 기업의 94퍼센트에 달했
다. 기업들은 직원들의 웰빙 향상이 업무성과와 인재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심신의 건강을 통합 관리하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명상(meditation)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7년에 이미 35퍼센트의 미국 기업들이 명상 훈련을 시작했고, 26퍼센트는 시작할 계획이었다. 즉 미국 기업의 61퍼센트가 어떤 식으로든 명상 훈련을 사내에 도입한 것이다.

10여 년 전 필자가 미국의 출판사에서 일할 때만 해도 대형 서점에 가면 명상이나 심신수련 관련 도서는 ‘스피리추얼리티(spituality, 영성)’나 ‘뉴에이지’ 섹션에 꽂혀 있었다. 게다가 명상보다는 요가와 기공 관련 책들이 주류였다. 

그런데 올 초 미국 출장길에 미국의 최대 서점 반즈앤노블을 찾으니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 마음챙김)’라는 섹션이 따로 생긴 것이 눈에 띄었다. 스피리추얼리티에서 멀찍이 떨어진 심리학 섹션 옆이었다. 이는 최근 10여 년 사이 명상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메디테이션 대신 마인드풀니스

1979년 존 카밧진 박사가 개발한 마인드풀니스 기반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MBSR)은 종교 영역에 있던 명상 수행을 과학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국에서는 마인드풀니스가 ‘마음챙김 명상’으로 번역되어 명상의 한 가지 방법으로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영어권에서는 ‘meditation(명상)’이 종교적 수행이라는 선입견이 있어, 명상이라는 명칭을 사용해야 할 때 ‘마인드풀니스’라는 단어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명상과 마인드풀니스가 동일한 의미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뉴욕 주에서 공교육 교사들을 대상으로 뇌교육 훈련 과정을 제공하는 ‘브레인파워웰니스Brain Power Wellness’도 그런 이유로 프로그램 구성요소로 명상 대신 마인드풀니스를 사용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특정 신념이나 종교를 강요하면 안 되는 공교육에서 종교적 수행이라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다.

마인드풀니스가 종교적 색채를 걷어내고 일반 학문과 문화의 범주로 들어오고 있는 트렌드를 수치화해서 보여준 연구가 있다.

2021년에 발표된 이 연구*는 SCI급 논문 데이터베이스인(Web of Science)를 통해 검색된 문헌들을 대상으로 마인드풀니스의 연구 동향을 분석했다. 1966년부터 2021년 사이에 마인드풀니스를 제목이나 초록, 키워드에 포함한 논문들은 총 1만 6,581건이었다.

25개 주요 연구 분야의 분포를 보면, 50퍼센트 정도는 심리학 분야이고 20퍼센트는 정신의학 분야였다. 또한 2016년부터 2021년 사이 6년 동안 종교 분야에서의 순위가 9위에서 19위로 낮아진 반면, 공중보건과 근로자 건강(Public Environmental Occupational Health) 분야의 연구는 증가했다.

인간개발을 위한 도구로 확장돼야

2019년 미국에서 뇌교육 관련 박사학위 논문이 처음 나왔다. 주제는 ‘뇌교육이 직장인 스트레스 관리, 업무성과, 인간관계, 웰빙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연구(Examining the Effects of Brain Education on Employee Stress Management, Work Performance, Relationships, and Well-being)’였다.

당시 필자는 논문 저자인 에리카 크로포드 박사와 화상 인터뷰를 했는데, 그는 “아직 대부분의 기업은 명상이 또 하나의 건강 증진 프로그램이라고 인식하고 있고, 명상이나 마인드풀니스 프로그램이 업무성과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연구는 거의 없다.

명상의 요소가 포함된 뇌교육 훈련으로 개인의 웰빙이 향상되고 이것이 업무 성과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을 질적 연구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종교적 수행이라는 틀을 벗어나 심신 건강 관리법으로 자리 잡은 명상이 그 본래의 가치를 발현하려면 인간의 가능성을 실현하는 인간개발(Human Development) 도구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로 기업교육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변화는 이러한 확장을 위한 중요한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명상으로 인한 개인의 웰빙 향상이 어떻게 조직의 성과로 이어지는 지에 대한 논의가 올해는 더욱 활발하게 일어나리라 본다. 

* Baminiwatta, A., Solangaarachchi, I. (2021). Trends and Developments in Mindfulness Research over 55 Years: A Bibliometric Analysis of Publications Indexed in Web of Science.

글. 김지인 국제뇌교육협회 국제협력실장 jkim6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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