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가 끝나면 왜 피로감이 몰려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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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가 끝나면 왜 피로감이 몰려올까?

한 시간 이상 앉아서 공부를 하거나 회의를 마치고 나면 피곤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몸을 쓰는 육체노동을 한 것도 아닌데 피로감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뇌는 평생 1초도 쉬지 않고 기능한다. 잠을 잘 때도 뇌의 신경세포들은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받는다. 정보 교신을 담당하는 것은 신경전달물질이다. 신경전달물질은 뉴런의 시냅스에서 분비되어 다른 뉴런으로 신호를 전달한다. 각각의 뉴런은 혈액 속에 있는 재료를 이용해 신경전달물질을 합성한다.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로는 아세틸콜린, 모노아민(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아미노산(글루타메이트, 가바, 글리신), 다양한 펩티드(두 개 이상의 아미노산 분자로 이루어진 화합물질), 기체(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등이 있다.
 

▲인지 피로의 행동 측정 실험설계 (출처:Current Biology) 


장시간 과제에 집중하면 뇌에 글루타메이트가 쌓여 피로감을 일으킨다.

최근 프랑스 파리뇌연구소(PBI)에서 인지활동과 뇌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신경대사작용의 관점에서 인지적 피로가 생기는 원인이 무엇인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실험을 통해 알아보기 위해 40명의 참가자를 모집했다. 40명의 참가자는 정신질환이 없으며 기능적으로 뇌에 이상이 없는 건강한 사람들로 구성했다.

연구팀은 어려운 인지활동 그룹(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과제-24명)과 쉬운 인지활동 그룹(쉽게 처리할 수 있는 과제-16명)으로 나눴다. 인지적 피로감의 발원지를 알아보기 위해 세포활동(대사 정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비침습적 영상 촬영법인 자기공명분광법(MRS)으로 하루 동안 뇌의 활동을 추적했다. 두 그룹에게 각각의 문제상황(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과제,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과제)을 주고 뇌 스캐너에 누워 문제를 푸는 동안 뇌의 변화를 관찰했는데, 신경세포 간 신호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를 비롯해 8가지 화학물질이 분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루타메이트는 중추신경계의 핵심적인 흥분성 신경전달물질로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중추신경계의 15~20퍼센트를 차지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글루타메이트는 뉴런 간 정보 전달의 90퍼센트 이상을 책임지는 핵심물질이다. 원활하게 뇌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와 긴밀하게 상호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글루타메이트의 양이 지나치게 많으면 뉴런에 흥분독성(Excitotoxicity)으로 작용해 산소가 부족해져 뉴런이 괴사하게 된다. 글루타메이트는 뇌의 혈관 일부가 막힐 때 증가하며, 혈관이 막혀 산소 공급이 되지 않으면 글루타메이트의 양이 많아져 주변 뉴런들이 괴사하면서 뇌 손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인지 피로의 행동 결과 (출처:Current Biology)


6시간에 걸친 인지활동 테스트(기억력 테스트)가 끝난 뒤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푼 참가자들의 글루타메이트 수치는 실험을 시작했을 때보다 훨씬 많이 올라갔다. 피곤한 상태에 있음을 보여주는 신체적 증상인 동공 확장 현상도 관찰됐다. 쉬운 문제를 푼 참가자들의 글루타메이트 수치는 처음과 거의 같았다. 쉬운 인지활동 그룹에서도 약간의 피로감을 호소했지만 동공 확장은 일어나지 않았다. 글루타메이트를 제외한 7가지 다른 화학물질은 변함이 없었다.

연구팀은 인지적 피로가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소액의 돈을 바로 받을지, 나중에 더 많은 돈을 받을지 선택하는 설문을 진행했다. 어려운 인지활동 그룹에서는 소액의 보상금을 바로 받겠다는 답이 많았다. 어려운 인지활동 그룹이 피로감을 더 느끼고, 글루타메이트의 영향으로 충동적인 선택을 10퍼센트 정도 더 많이 한 것으로 연구팀은 판단했다.

이 연구는 장시간 일에 집중하면 뇌 앞쪽의 전전두엽 피질에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가 쌓이고, 뇌에 피로감을 일으키며, 의사결정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아냈다. 하지만 글루타메이트 자체를 모니터링하지 않고 글루타메이트 축적과 관련된 현상(GABA 합성)을 모니터링 했고, 인지조절 영역이 시각피질 같은 다른 영역보다 글루타메이트를 더 많이 축적하는 원인을 찾지는 못했다. 또한 휴식이나 수면 중 글루타메이트 수치의 회복을 조사하는 연구를 진행하지 않아 글루타메이트의 양이 얼마나 줄어들고 회복되는지도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많은 인원이 참여한 연구가 아니어서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글루타메이트가 뇌에 쌓여 충동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확인한 연구이다. 이 연구는 《커런트 바이올로지 Current Biology》 지에 실렸다.[1]
 

인지 피로의 행동 및 자기공명분광법(MRS) 측정 간의 상관관계 (출처:Current Biology) 


깊은 수면을 유도하는 점진적 근육이완법

신경전달물질의 조화와 균형을 맞추는 최적의 방법은 깊은 수면이다. 최근 수면에 관한 연구결과를 보면, 체내 가바수용체가 가바와 결합하면 뉴런의 흥분을 억제하고 정신이 안정되면서 숙면을 하게 된다고 밝혀졌다. 수면을 유도하는 가바 신경전달물질을 활용(조절)하면 부작용 없이 깊은 숙면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바(GABA: Gamma-Amino-Butyric Acid)는 두뇌에서 작용하는 아미노산의 하나로 흥분을 억제하는 기능을 하며, 중추신경계의 신경전달물질 중 약 30퍼센트를 차지한다. 다른 신경전달물질에 비해 약 200~1,000배 높은 농도로 존재하는 만큼 인체에 매우 중요한 물질이다. 생체 내 가바 신경전달물질은 뇌의 혈류를 개선하여 뇌의 산소 공급을 증가시킨다. 또한 두뇌의 브레이크처럼 작용해 중추신경계의 뉴런 활동을 감소시켜 수면 촉진, 정신적 스트레스 감소, 불안 저하와 각종 중독에서 벗어나게 돕고 기분을 평온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가바 신경전달물질이 과하게 분비되면 과수면, 안면홍조, 구역질, 위장장애 등을 유발한다.
 

점진적 근육이완법(PRM)은 잠자는 동안 느린 파도 수면을 증가시킨다. (출처:Wily Online Library) 


깊은 수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몸이 이완된 상태에서 잠들어야 한다. 최근 미국에서 근육을 의도적으로 긴장시켰다가 이완하면 더 깊은 잠을 자고, 수면 패턴이 개선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총 50명(남성 26명, 여성 24명)의 대학생(평균 연령 20.17세)을 모집해 수면 연구를 진행했는데,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점진적 근육이완법’을 실시하고, 한 그룹은 편안한 환경에서 음악을 듣도록 했다. 이후 수면 시 뇌파를 분석한 결과, 점진적 근육이완을 한 그룹이 음악을 들은 그룹보다 125퍼센트 더 깊은 잠을 잤고, 수면 패턴 또한 개선됐다.[2]

점진적 근육이완법은 인위적으로 근육의 긴장을 최대치로 올렸다가 이완하는 방법이다. 수면 전에 할 수 있는 점진적 근육이완법을 소개한다. 눈을 꾹 감았다가 천천히 뜨기를 2회 이상, 10초간 주먹을 꽉 쥐었다 풀기를 반복한다. 그런 다음 주먹을 쥐고 양팔을 가슴 앞으로 굽혀 5초간 유지했다가 펴주는 동작과 어깨를 귀까지 끌어 올린다는 느낌으로 힘껏 올렸다 내리는 동작을 반복한다. 다음에는 의자에 앉아 종아리 근육이 당기도록 발가락을 몸쪽으로 당긴 상태에서 다리를 들어 올렸다가 내리기를 반복한다. 자기 전에 2번 정도 반복하면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

[1] Antonius Wiehler, Francesca Branzoli, Isaac Adanyeguh, Fanny Mochel, Mathias Pessiglione (2022),A neuro-metabolic account of why daylong cognitive work alters the control of economic decisions, Current Biology, August 11, 2022 (https://doi.org/10.1016/j.cub.2022.07.010).

[2] Katharine C. Simon,Elizabeth A. McDevitt,Rocco Ragano,Sara C. Mednick (2022), Progressive muscle relaxation increases slow-wave sleep during a daytime nap, Wily Online Library, 30 March 2022(https://doi.org/10.1111/jsr.13574).


글. 조용환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 재미있는 뇌 이야기와 마음건강 트레이닝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조와여의 뇌 마음건강’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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