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젠 자유롭고 싶어, 황혼의 부부들

나도 이젠 자유롭고 싶어, 황혼의 부부들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 - 5

2012년 05월 11일 (금)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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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이혼은 1990년대 초반에 생긴 신조어이다. 일본 경제가 불황에 접어들자 봉급생활자들 가운데 퇴직금을 탄 후에 부인으로부터 이혼소송을 제기당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내용을 한국 언론에서 보도하면서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대체로 결혼생활을 20년 넘게 해왔던 50대 이상의 노년부부가 40대까지는 어린 자녀를 의식해 이혼을 미루다가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 쯤 이혼을 결정하게 된다. 

한국에서 황혼이혼 문제가 사회적으로 처음으로 부각된 것은 1998년 70대 할머니가 90대 남편을 상대로 낸 재산분할 위자료 청구 이혼소송을 법원이 기각한 사건에서였다. 당시 〈여성신문〉은 법원의 이 판결을 여론화하는 데 성공하였고, 2005년 9월 대법원 최종판결에서 승소하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이혼건수는 전년도 11만 6,900건보다 2,600건 감소한 11만 4,300건으로 연령별로 보면 5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이혼은 감소했다.

전체 이혼 가운데 20년 이상의 부부가 이혼한 황혼이혼의 비율은 갈수록 높아져, 1995년 8.1%에서 2000년 14.3%, 2003년 17.8%, 2004년 18.3%로 현재까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황혼이혼 연령층도 자녀들이 출가한 60대 이후에서, 자녀들의 대학 입학 이후인 50대로 내려가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기대수명이 늘기도 하였지만, 가치관이나 여권신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남자들의 권위적이며 가부장적인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이 가장 큰 문제의 원인이다. 황혼이혼의 대부분은 대화의 단절로 인한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파경에 이르고 만다.

하지만, 황혼이혼은 곧 노인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큰 걱정이 아닐수 없다.

작년 통계에 따르면 65세이상 노인인구가 542만 명으로 5년 사이 24%나 급증하고 노인인구비율은 11.3%로 처음으로 두자리 숫자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18년에는 14.3%로 증가할 전망이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가구주인 '고령가구' 비중은 17.4%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며, 이 중 홀로 사는 독거노인 가구의 경우 2010년 총 가구 구성비의 6%를 차지했다.

노인문제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소득감소에 따른 경제적인 기반상실, 각종 질병에 의한 과중한 의료비 부담과 간호문제, 역할상실에 따른 심리적인 고독감과 소외감은 이미 빈고(貧苦), 고독고(孤獨苦), 무위고(無爲苦), 병고(病苦)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노인문제가 주목해야 하는 심각한 사회적 이유는 이들을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사회참여의 기회도 박탈당하고 노인대상의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부족한 현실에서 노인들은 사회라는 테두리 밖에서 밀려나 있다.

견딜수 없는 사회적 소외감은 해마다 늘고 있는 노인자살 수를 통해서도 알수 있다. (2011년 3월 한림대 김동현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09년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65세 이상 노인 자살 수는 77명으로 1990년 14.3명에서 5.38배가 증가했다. 즉, 우리나라의 노인자살률이 전체 자살률에 비해 약 2.5배가 높으며, 매일 7~8명의 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것이다.)

결국 홀로 외로이 죽음을 맞이하는 노인을 사회가 다 떠안아야 하는 것이다.

글. 김묘정 기자 aycj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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