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6월 북극의 얼음물에 흰돌고래와의 교감을 위해 알몸으로 뛰어들어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었던 러시아 프리다이버 아브세옌코(37, Natalia Avseenko) 박사가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제1회 브레인엑스포 2012>에서는 5천여 명의 인파가 몰린 가운데 미래교육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뇌교육의 현황과 전망을 제시했다.
아브세옌코 박사는 이날 브레인엑스포의 체험 세션인 '호흡과 명상을 통한 두뇌 훈련'에 호흡 전문가로 특별 초청되어 강연을 펼쳤다. 모스크바 대학의 커뮤니케이션 교수였던 그는 2006년, 2008년 세계 프리다이빙대회 우승자로 세계 신기록 보유자이기도 하다. 이미 지난해 우리나라 언론에 소개된 후, 유명인사가 된 그를 보기 위해 1천여 명의 사람들이 강연장을 찾았다. 또한 강연 시작 전부터 사진과 사인을 요청하는 등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였다.
강연 직후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만난 그는 봄비가 내려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러시아에 비하면 덥다며 어깨를 시원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한국에서의 3일간의 빡빡한 일정에도 시종일관 밝게 웃으며 여유롭고 느긋했다.
원래 스쿠버 다이빙을 하던 박사는 어느 날 공항에서 장비를 다 도둑맞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부터는 장비 없이 하는 '프리다이빙'을 하게 되었다. 통상 잠수복, 물안경, 오리발과 무게를 늘려 물 위로 떠오르는 것을 막아주는 납덩이를 장착하는 '스쿠버 다이빙'과 달리 '프리다이빙(free diving)'은 산소통 등과 같은 장비 없이 물속으로 뛰어드는 극한의 스포츠(extreme sport)이다.
(4).JPG&filepath=BrainEducation)
▲한국 방문은 처음인가? 한국 방문한 소감은 어떠한가?
한국에 처음 왔다. 그런데 정말 꼭 고향에 온 것처럼 낯선 느낌도 들지 않고, 언어장벽도 느껴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굉장히 따뜻하고 마치 집에 온 것 같다.
▲프리다이버 하기 전에 어떤 일을 했나? 그리고 프리다이빙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모스크바 주립대학에서 다문화간 커뮤니케이션과 인류학 교수로 재직했다. 프리다이빙은 취미로 했었다. 커뮤니케이션이 프리다이빙과 전혀 다른 분야인 것 같지만 비슷한 점이 많다고 본다. 프리다이빙을 하다 보면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만나고 다이빙을 하기 위해 세계 곳곳을 다니다 보니 모두 연결이 되는 것 같다. 또한, 물에 들어 갈 때마다 다른 물속의 문화를 체험하게 된다. 물속 세상도 어떤 원리와 질서 속에서 움직이기에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물에 들어 갈 때마다 물과 교감을 해야 가능하다. 유연해야 하고 마음이 열려야 하며 공격적이어서는 안된다. 물처럼 부드럽고 투명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야 한다.
▲기억에 특별히 남는 바다가 있는가?
동아시아는 처음 방문했지만, 동남아 쪽은 자주 갔었다.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태국, 카리브해, 바하마, 쿠바, 미국 플로리다, 홍해 등에서 프리다이빙을 했다.
▲동남아 바다와 러시아 인근의 바다는 느낌이 다른가?
러시아 물은 더 차갑다. 하하. 러시아는 아름다운 호수가 많고 바다는 보기 어렵다. 하지만 호수가 얕아 전문적으로 하기보다 취미로 한다. 열대 쪽 바다는 다정하고 친절한 느낌이다. 북극해는 매우 춥지만 에너지는 매우 다정하다. 겁을 먹을 만큼 무섭거나 하지는 않다.
▲북극해에서 자주 프리다이빙을 하는가?
지난 3월 이후 한 번 더 했고, 내년에는 학생들과 갈 예정이다.
▲강연에서 물속에서 5분이 지나면 일반인은 위험하다고 했는데 처음 북극해에서 프리다이빙을 할 때는 두렵지 않았나?
숨을 참을 때 심장박동을 조절해서 산소공급이 원활하여지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프리다이버들은 연습을 통해 저산소증을 견딜 수 있도록 훈련한다. 프리다이버들도 물속에서 정신을 잃을 경우가 있기에 저산소증을 심각하게 느끼게 되면 스스로 조절한다. 나 같은 경우 요가를 통해 정신의 힘으로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훈련을 했기에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지금까지는 편안함을 유지하는 선까지 해서 나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한계를 넘으면서까지 프리다이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목표를 깨겠다는 결과 중심이 아닌 과정에서 내면에 있는 트라우마나 막혀있는 어떤 부분을 정화하기 위해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가 아닌 과정 자체가 나에게 뇌교육(Brain Education)인 것 같다.
어떤 면에서는 이러한 과정 자체가 나의 에고를 없애는 과정이다. 내 안에서 계속 일어나는 부정적인 목소리들을 없애고, 가슴을 열어서 메시지를 받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기 자시만을 삶이 아닌 다른 사람을 섬기는 삶을 살고 싶다.
한번은 프리다이빙을 하다 부상당한 적이 있다. 그때는 무언가 결과를 보여주겠다는 결과에 집착했었다. 물이 나에게 ‘그건 네가 아니야’라고 교훈을 주었던 것 같다. 그때 오른쪽 폐에 압착증이 와서 50% 정도 기능을 못할 정도로 부상당했다. 의학적으로는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고 물속에서 치유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2달 반 동안 물속에서 호흡법을 통해 완치됐는데 그전보다도 폐활량이 더 커졌다.
.jpg&filepath=BrainEducation)
▲강연에서 한국 호흡도 열심히 따라 하던데 자신이 하는 호흡과 비교해 어떻던가?
매우 흥미로웠다. 체험해볼 기회가 있어 좋았다. 어떤 부분에서는 통하는 게 있는 것 같다. 내가 느낀 한국의 호흡은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굉장히 파워풀했다.
▲다른 프리다이버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호흡법을 개발한 것인가?
처음 모스크바에 있는 요가센터에서 호흡을 배웠다. 거의 많은 프리다이버들은 스포츠나 의학 쪽으로 접근하려고 한다. 피부로 호흡하는 체식호흡(體息呼吸), 명상을 활용하는 프리다이버는 많지 않다.
▲당신은 물속의 극한의 상황에서 호흡하는데 일반인들도 호흡을 제대로 하는 것이 도움되는가?
건강에 문제가 있다면 호흡을 통해 균형을 잡음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다. 호흡은 생명이다. 또한, 생명은 호흡이다. 제대로 숨을 쉰다는 것은 우리 몸속에 있는 세포에 충분한 양의 산소를 공급해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호흡을 바르게 하면 심장박동 수도 조절할 수 있고고, 혈압도 조절 가능해진다. 일상생활에서 인내심이 강해진다.
▲당신은 호흡 강사인가? 프리다이버인가?
프리다이버이다. '국제 무호흡 다이빙 협회(AIDA, Association International for the Development of Apnea)'와 '스쿠버 스쿨 인터내셔널 (SSI, Scuba Schools Intertaional)'에 소속되어 있는 강사이다.
모스크바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리다이버 학교에서 나는 호흡과 정신력을 결합하여 가르친다. 정신력의 상태는 호흡과 관계가 깊다. 호흡은 마음을 다스리는 도구이고 마음이 조화로운 상태일 때는 호흡이 저절로 잘된다.
교육과정의 85%는 호흡을 활용하여 정신력을 기르는 데 집중하고, 15%는 신체 강화 트레이닝을 한다. 우리 신체의 중요성을 저평가해서는 안 된다. 신체는 영혼을 담고 있는 성역이다. 위대한 정신과 영혼을 갖고 있다면 그만큼 육체가 강하기에 가능하다. 모든 것이 균형이다.
▲평상시에도 항상 명상 상태를 유지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예전에는 참을성이 없고 감정적이었다. 나 자신을 스스로 통제할 수가 없었다. 호흡을 통해 감정이 몸도 정신력도 파괴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트레스를 받아 속에서 부글부글 끓으면 호흡을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필요 없다. 왜냐하면 이 많은 과정을 통해 성격이 너무나 바뀌었고 현실과 사람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폭력적이고 부족했던 참을성이 사랑으로 대체되는 경험을 했다.
▲종교적 체험 같다.
나는 여전히 러시아 정교회 신자다. 나는 프리다이빙이 도(道)가 아니라 도를 이루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물속에서 돌고래와 있던 사진이 마치 명상을 하는 것 같았다.
진짜 깊은 명상 상태였다. 물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나의 내면으로도 깊이 들어가게 된다. 어떤 저항감도 압력도 느끼지 못했다.
▲돌고래와 교감하겠다는 생각한 계기는 무엇인가?
돌고래가 매우 민감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돌고래는 시각으로 인지하기보다 초음파로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어떤 과학자들은 돌고래가 인간보다 더 발달한 신경계를 가지고 있다고도 이야기한다. 생물학자들은 돌고래들이 에너지를 느끼고 조화롭게 만들고 치유(healing)하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나는 우주 내의 아주 작은 전자(particle)부터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다. 심지어 돌같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에너지를 가지고 있고 영혼이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한가?
5월에는 학생들과 홍해에 가서 세미나를 연다. 홍해에도 돌고래들이 많아 프리다이빙을 할 예정이다.
나탈리아 아브세옌코 Natalia A. Avseenko
프리다이빙 세계 챔피언. 2006년도 및 2008년도에 세계 프리다이빙 대회에서 우승했다. 세계신기록 수립 당시 6개월 전에 겪은 폐압착증(lung squeeze) 때문에 그의 폐용량은 평상시의 50%밖에 되지 않았다. 이 경험을 통해 프리다이빙은 신체적인 면 보다는 정신적인 측면이 더 많음을 증명할 수 있었다.
아브세옌코 박사는 요가와 명상 수련을 하고 있으며, 프리다이빙이 물속에서의 역동적인 호흡수련이라고 말한다. 명상과 요가는 그가 러시아의 북극권에서 수행한 놀라운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게 도와줬다. 그는 러시아 서부 북극해에서 수온 -2도의 얼음 밑 바닷물 속에서 흰돌고래 2마리와 함께 12분간 머물렀었다. 2011년 12월에는 러시아 발카리아의 블루레이크의 차가운 물 속에서 (당시 섭씨 9도) 모노핀만 착용하고 61미터를 잠수하여 비공식 세계기록을 세웠다.
최근 박사는 사람들이 물과 호흡을 통해 내적인 조화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리다이빙 교육에 더 집중하고 있다. 그녀는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프리다이빙 및 요가 스쿨을 운영하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또한, 그녀는 모스크바 주립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10년간 학업과 100건 이상의 학술 작업을 진행한 국제 커뮤니케이션 박사이기도 하다.
글. 전은경 객원기자 / 사진. 임선환 객원기자 hspmaker@brain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