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감정, 전기 신호 하나에도 좌우될 수 있어”

“인간의 감정, 전기 신호 하나에도 좌우될 수 있어”

신희섭 소장 인터뷰

브레인 32호
2013년 01월 15일 (화)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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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지도’를 그린다는 게 상당히 추상적으로 들린다.

지금까지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것은 철학이나 종교의 영역이었다. 내가 사과를 본다는 것은 어떻게 보는 것인가, 사과를 사과라고 아는 것은 어떻게 아는 것인가.

이것이 칸트가 궁금해 한 것이다. 그동안 철학이 천착했던 주제를 최근에는 뇌과학이 다루고 있다. 인간의 인지 기능을 더 이상 추상적인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뉴로사이언스가 그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이다.

주요 사업의 하나인 뇌 회로 작성은 어느 정도 진전됐나?


아직 시작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최근의 연구 중에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공포 공감 회로’에 대한 것이 있다. 아이가 다쳐서 피를 흘리면 엄마의 가슴이 아픈 것처럼 아픔을 공감하는 뇌의 기능을 연구한 것인데, 이런 숭고한 감정이 실은 인간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생쥐에게도 나타난다.

그런 행동에 관여하는 뇌의 부위가 어디인지 밝혀내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연구조차 공감 회로의 메커니즘 전부를 밝혀낸 게 아니라 이정표가 되는 부위만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 그런 식으로 뇌를 이해할 수 있는 마인드맵을 하나하나 그려가는 것이다.

<브레인>은 뇌의 기능 중에서 특히 명상이나 깨달음을 통한 의식의 변화에 관심이 많다. 그런 활동에 관여하는 유전자도 연구하나?

뇌과학계에 관련 연구는 꽤 있다. 하지만 우리 연구소는 동물 실험, 정확히 말해서 돌연변이 생쥐를 연구하기 때문에 그런 주제는 다루기 어렵다. 쥐가 가만히 있으면 명상을 하는지 졸고 있는지, 아니면 겁이 나서 얼어붙어 있는지 구분하기 어렵지 않겠나. 아무래도 동물 실험에서는 행동 분석에 제한점이 있다.

왜 사람을 연구하지 않는가?

사람을 연구하려면 환자를 데리고 임상실험을 해야 하는데, 내가 임상을 하지 않으니까 시스템을 갖추는 데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동물 실험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한 공포 기억 소멸에 관한 연구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의 치료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우리가 생쥐를 가지고 실험한 것을 바탕으로 임상에서 연구하는 학자가 분명히 나올 것이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의 치료는 어떻게 가능한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은 공포 상황이 지난 이후에도 계속 고통에 시달린다. 왜 그럴까? 우리는 생쥐 실험을 통해 특정 전기신호(시상에서 일어나는 단발성 발화)가 공포 기억의 소멸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렇다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 또한 시상에서 특정 전기신호(단발성 발화)가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아닐까? 돌연변이 생쥐처럼 말이다.

인간의 감정이나 행동이 전기 신호 하나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말인가?

실제로 지금 이 자리에서 뇌의 특정부위를 자극하면 순간적으로 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 뇌과학자로서 인간의 인지 기능이 이처럼 단순한 전기신호 하나에 의해 조절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 동정이나 아픔 같은 감정이 과학으로 충분히 설명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가. 이러한 뇌의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뇌 회로를 완성해가는 것이 우리 연구소의 과제다. 그러한 연구가 인간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글·전채연 ccyy74@naver.com | 사진·박여선 pys03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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