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래방에 가면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도 있지만 못 부르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중에서 특히 원래의 곡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음을 가진 노래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음악의 음정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사람을 음치라고 한다.
하나의 소리가 뇌에 들어가기까지
음치의 원인을 밝히기에 앞서 먼저 소리가 귀에서 청각 중추까지 도달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소리 진동이 양쪽 귀에 전달되면 속귀(inner ear)에서 전기 파장으로 바뀌고, 12쌍의 뇌신경 중 여덟 번째 신경인 와우 신경(cochlear nerve)이 받는다.
다시 와우 신경이 소리 정보를 뇌간으로 전달하면 정보 중 일부는 측두엽의 청각 중추를 향해 그대로 위로 올라가지만, 일부는 뇌간을 가로질러 반대쪽으로 건너간 후 청각 중추로 올라간다.
소리는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귀에서 양쪽 측두엽의 윗부분, 즉 정착 중추에 도달하게 된다.
음치, 뇌가 문제?
음치인 사람들의 소리를 듣는 이 모든 기능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다만 음정을 제대로 인식하거나 재현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최근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교의 이사벨 페레츠(Isabelle Peretz) 교수팀은 음치 11명을 대상으로 음악과 관련된 능력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음치란 음조(음악의 소리의 높낮이와 강약, 빠르고 느린 정도 등)를 구분하거나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 혹은 음악에 관한 기억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뇌에 뇌졸중이 생긴 환자도 분석해 보았다. 그러자 음조를 인지하지 못하는 환자는 오른쪽 뇌가, 음악에 관한 기억을 못 하는 경우는 왼쪽 뇌가 더 많이 손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음치도 음악과 관련된 기능을 제외한 나머지 뇌 기능은 다른 정상인에 비해 아무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뇌과학자들은 청각 피질에서 음악 담당 회로에 선천적이고 선택적인 이상이 있어 음조를 파악하는 능력이 없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그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다.
음치를 벗어나는 방법
음치 중에는 선천적으로 음조 자체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와 재현하지 못하는 경우 두 가지가 있다.
후자는 말 그대로 음악을 들을 수는 있으나 부르지는 못하는 사람으로, 노력 여하에 따라 어느 정도 음치 교정이 가능하다.
널리 퍼진 방법의 하나인 양동이를 머리에 쓰고 노래 부르기를 해 보는 것도 음치 교정에 효과적이다. 이런 사람들은 스스로는 자신이 부른 노랫소리가 정확한 음조에 맞춘 것으로 들린다. 그래서 원래의 음악과 자신이 부른 노랫소리를 대비하면 실제 음과는 벗어나는 것을 깨달을 수 있어, 자신의 노래 음을 교정할 수 있게 된다.
양동이를 머리에 쓰고 노래를 부르면 소리가 양동이의 벽면에 부딪혀 다시 돌아오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객관적으로 들을 수 있다. 양동이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면 자신이 부른 노래를 녹음해서 듣는 것도 추천한다.
글. 김효정 manacula@brainworld.com
도움. 《춤추는 뇌》, 김종성 지음, 사이언스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