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린의 교육칼럼] 뇌를 통한 학습의 효율화

[문용린의 교육칼럼] 뇌를 통한 학습의 효율화

문용린 교육칼럼

브레인 7호
2013년 01월 11일 (금)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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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모든 능력은 뇌로부터 나온다. 뇌를 통하지 않고는 어떤 동작이나 감각, 느낌 그리고 생각도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뇌의 작동 방식을 알면 모든 종류의 학습이 편하고 쉬워질 수 있다고 사람들은 믿어왔다. 그래서 심리학이나 교육학에서는 오래전부터 두뇌와 학습의 관련성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왔다.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이 그의 뇌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관심으로 사후에 그의 뇌를 적출하여 집중적으로 연구한 경우가 그런 예에 속한다. 그러나 뇌는 관찰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학습 중에 있는 뇌를 관찰하기는 더욱 어렵다. 그래서 뇌에 대한 관심은 지대했지만, 뇌와 학습의 관련성을 연구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21세기 들어서면서부터, PET나 MRI 그리고 최근 들어 fMRI 등의 두뇌 촬영장치가 개발되면서 학습과 관련된 뇌의 기제를 꽤 많이 알게 되었다.

서로 다른 두뇌 부위를 활성화시키는 학습들

영어 단어를 외울 때와 수학 시간에 응용문제를 풀 때, 우리는 그것을 그냥 학습 활동이라고 말하지만, 뇌 활동 양상으로 보면, 그것은 전혀 다른 활동이다. 음악 시간에 노래를 부르는 것과, 미술 시간에 그림을 그리는 것 그리고 체육 시간에 체조를 배우는 것을 우리는  모두 학습 활동이라 일컫고 있지만, 세 학습 속에 관여된 두뇌 활동 방식은 전혀 다르다. 다양한 학습 활동을 할 때, 뇌 과학자들이 두뇌의 움직임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촬영해서 그 사진을 분석해본 결과가 그러했다.

그들에 의하면, 종류가 다른 학습은 두뇌의 서로 다른 부위를 활성화시키면서 진행 된다는 것이었다. 예컨대, 운전을 배울 때와 포크댄스를 배울 때, 두뇌가 움직이는 방식은 아주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발견에 고무되어 뇌신경학자들은 학습의 비밀을  풀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에 차게 되었다. 예컨대 어떤 종류의 학습에서건 공통적으로 아주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기억인데, 우리의 기억 활동이 뇌의 어느 부분과 관련되는지를 알게 되었고, 학습의 토대인 읽기와 쓰기 그리고 셈하기 능력이라는 세 가지 능력, 즉  3R’s(reading, writing, arithmetic)가 뇌의 어느 부분과 관련되어 있는지도 소상히 알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런 지식이 학습을 충분히 설명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예컨대 사람이 기억 활동에 몰입했을 때, 뇌의 어느 부분이 활성화되는지는 관찰 할 수 있었으나, 그런 활성화가 곧 기억을 충분하게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고, 또 그런 활성화로 만들어진 기억의 정확도도 사람 간에 개인차가 매우 컸다. 따라서 두뇌에서 기억 활동과 관련된 부위를 안다는 것이 곧 ‘학습의 비밀’을 충분히 알게 되었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학습과 관련된 공통적인 두뇌 활동

학습을 엄청나게 큰 바윗덩어리로 비유한다면, 뇌신경학이 현재 풀고자 하는 학습의 비밀은 그 바위의 작은 모래알 같은 파편에 비유될 수 있다. 왜 그런가? 학생들의 학교 학습 상황을 염두에 두고 그 까닭을 살펴보자. 학생들의 학습은 그것이 무엇에 대한 학습이건 간에 공통적으로 포함하는 두뇌 활동을 갖고 있다. 그것들은 크게 구분해보면 기억 활동(memory), 주의집중 활동(attention), 정서 활동(emotion), 읽기 활동(Reading), 수 활동(mathematics)의 다섯 가지가 있다. 이 다섯 가지 두뇌 활동은 상호 독립적이다. 즉 한 가지 활동이 다른 활동을 자동적으로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다.

학습에 대한 비밀을 푼다는 것은 학생들이 어떤 종류의 학습을 할 때에 이 다섯 가지의 두뇌활동 방식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현재의 뇌신경학은 아직 그런 단계에 와 있지 않다. 즉 복잡한 학습 현상에 대한 설명은 아직 어렵다. 단지 학습과 관련된 파편적인 요소들, 예컨대 기억이나 주의집중 등에 집요하게 매달려 종전에 없는 성과를 거두고 있을 뿐이다.

뇌에 대한 교육적 접근과 가능성

그럼 요즈음 열풍처럼 불고 있는 교육 분야에서의 뇌에 대한 관심과 접근이 모두 허상이란 말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얻고 있는 교훈은 꽤 있다. 한 가지만 소개해보겠다. 최근의 연구 결과들 중에 요즈음의 우리나라 교육에 시사하는 중요한 관점 하나가 ‘조기교육과 적기교육의 원리를 잘 알고 활용하라’는 것이다. 조기교육이란 어릴수록 두뇌의 가소성이 크므로 가급적 일찍 학습을 시작하라는 것이고, 적기교육이란 두뇌의 예민성이 연령에 따라, 과제에 따라 달라지므로, 이를 고려해서 학습을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조기교육이 필요하지만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며, 학습과제와의 적합성을 고려한 적기교육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이런 시사점이 꼭 들어맞는 교육이 어린이 도덕·인성 교육이다. 도덕교육은 전두엽의 예민성과 가소성이 가장 큰 10세 이전에 가장 효과가 크다. 10세 이후 나이가 들어 갈수록 전두엽의 예민성과 가소성이 크게 떨어져 교육효과가 급격하게 감소한다. 뇌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뇌에 대해 교육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더 큰 학문 분야이다.

글·문용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전 교육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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