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잠든 사이에

당신이 잠든 사이에

재미있는 두뇌상식

브레인 31호
2012년 01월 17일 (화)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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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되면 ‘5분만 더’를 외치다 지각하기 일쑤고, 주말엔 이불 속에서 뭉그적거리다 약속 시간에 늦어 낭패를 보기도 한다. 어느덧 잠은 우리에게 항상 목마른 그 무엇이 되었다. 그 이유를 가만히 보면 뇌의 새로운 활동을 위해 수면이 꼭 필요한데 이에 투자하는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계절을 잊고 살아도 어김없이 계절이 바뀌고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듯, 뇌는 우리가 잠든 사이에 무수한 정보를 정리하며 신경세포 간의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낸다.

일단 자고 나서 생각하라
때론 밤샘을 하며 문제 풀기에 골몰하는 것보다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 짓고 잠을 청하는 것이 해결책을 찾는 더 좋은 방법이 된다. 왜냐하면 수면은 기억 저장에 중요한 해마와 다른 부위와의 상호연결을 강화해 숨겨져 있던 정보를 조합해 새로운 답을 내놓기 때문이다.

이런 뇌의 정리정돈 능력을 처음 밝혀낸 사람은 영국의 생물학자 프랜시스 크릭이다. 그는 뇌에 축적된 기억정보는 수면 중에 선별 과정을 거쳐 무의미한 정보는 삭제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수면 중에는 다른 정신활동이 정지된 상태여서 기억 과정을 처리하는 속도가 깨어 있을 때보다 더 빠르다.

또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감정적으로 피곤할 때 잠을 좀 자고 나면 사고력이나 판단력이 개선되는데, 이는 뇌의 전전두피질과 편도체 등 정서 관련 센터가 교류하면서 정서적으로 안정을 되찾기 때문이다.

목표가 있을 때 뇌는 더 활발히 움직인다
청소년 시기에 몇 시간을 잘 것이냐는 인생의 행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로 보인다. 성장기와 잠의 관계를 연구한 실험에 따르면 성장기에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생쥐들은 뇌의 시냅스 부분에 손상이 나타났다. 시냅스는 뇌 속 뉴런들 사이에 정보를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하며, 시냅스 연결이 잘 일어나야 기억력과 이해력 등 두뇌 기능이 원활해진다.

따라서 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몰아서 하는 경우에도 잠을 조금이라도 자는 것이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불시에 보게 되는 쪽지시험과 같이 우리가 미처 준비하지 못했을 때 뇌에서 일어나는 반응이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기억력을 실험한 연구 결과를 보면, 몇 시간 후에 테스트를 할지 미리 알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만 뇌에서 잠이 기억력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이 일어났다. 테스트가 있을 것이라는 정보에 의해 뇌는 기억 기능을 더 활발하게 가동한 것이다. 목표가 분명할 때 뇌기능이 더 활발해지고, 이는 잠 잘 때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잠을 자지 않고도 뇌를 콘트롤할 수 있을까
반대로 잠을 자지 않는 것이 능력일 때가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격인 ‘슈퍼스타K’ 에서는 24시간 안에 처음 듣는 노래를 외우거나 다른 사람과 화음을 맞춰야 하는 미션을 준다. 이때 졸음이 쏟아지는데도 연습하느라 잠을 자지 못해 괴로워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과연 잠을 이겨낸 사람들의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미국의 필립 칼훈이라는 사람은 텍사스의 닛산 자동차 대리점에서 열린 ‘뜨거운 차에 손대고 있기’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그는 90시간 이상 잠을 자지 못해 환영에 시달리면서도 스스로 자기 자신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집중력을 놓치지 않아 그 상황을 이겨냈다고 한다.


한편 잠을 자면서 꾸는 꿈조차 미리 계획할 수 있다는 ‘꿈일기’도 흥미롭다. 꿈일기란 잠들기 전에 자신이 꾸고 싶은 꿈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이를 메모한 후 잠들면 그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평소에 특별한 일 없이 수면이 허락되지 않는 상황이 생기면 뇌는 혼란에 빠진다. 이유도 모른 채 잠을 자지 못하게 방해를 받으면 점차 우울감이나 불안 증세를 겪을 수 있다. 뇌가 정보 처리를 원활하게 하지 못해서 작은 자극에도 과잉 반응하거나 감정적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잠자는 동안 스스로 치유하는 뇌
수면 연구자 칼라일 스미스가 말하길 “장수하는 사람과 노년기까지 인지능력을 잘 유지하는 사람들은 숙면을 잘 취한다”고 했다. 그냥 자는 것이 아니라 푹 잘 자야 한다는 말이다. 수면 중에 자다 깨다를 반복하면 기억력이 나빠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는 숙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한다.

그래서일까? 신생아를 키우는 엄마들의 경우 2~3시간 간격으로 잠을 깨는 아기 리듬에 맞춰 출산 후 세 달 동안 자다 깨다를 반복하게 되는데, 그로 인해 건망증이 심해졌던 것일지 모른다. 아줌마들의 깜박증이 새삼 달라 보인다.


얼마 전 타계한 스티브 잡스의 수면 시간은 4시간이었다고 한다. 한 블로거는 잡스의 인색한 수면 태도가 병을 키운 요인이 되었을 거라고 했는데, 수면과 건강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수면부족으로 사망한’ 사람들이 실제로는 수면부족보다 면역체계 약화로 인한 질병 때문에 그렇게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잠자는 동안 뇌에서는 면역체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화학물질을 분비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잠은 그 어떤 명약보다 귀하지 않을까? 그러나 약도 과다복용하면 부작용이 생기듯이 무조건 많이 잔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자신의 생체리듬에 맞춰 아침형이든 저녁형이든 수면 시간을 하루 6~7시간 정도 확보하는 것이 적당하다.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말고, 뇌가 최적의 상태로 기능할 수 있도록 잠도 잘 활용하는 감각이 필요하다.

글·김보희 kakai23@hanmail.net
도움 받은 책·《워너 브레인》 제프 브라운, 《브레인 사이언스》 정갑수, 《기적의 두뇌습관》 사이토 시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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