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옥상미술연구소 임옥상 대표

[인터뷰] 임옥상미술연구소 임옥상 대표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는 관계와 상상력

브레인 6호
2013년 01월 15일 (화)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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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미술가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할 만큼 임옥상의 활동은 다양하다. 1980~1990년대 한국 민중미술의 상징이었던 그는 이제 전시장뿐 아니라 공공장소에도 예술을 도입한다. 예술을 통해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대중의 창의력과 작가의 상상력을 소통시킨다. 그를 만나러 하얀 벽이 가득한 갤러리 대신 나무가 가득한 놀이터와 공원, 학교와 옥상으로 가본다.

관계와  상상력을  제한하는  놀이터  







놀이터를 떠올리면 동네마다 있는 시소와 그네, 미끄럼틀이 머리에 그려진다. ‘놀이터가 다 그렇지 뭐’라는 우리의 생각에 그는 왜 그래야 하는지 묻는다. “가장 창의적일 수 있는 유년기의 아이들에게 틀에 박힌 놀이방식을 제공하는 것이 좋은 생각일까요? 아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감각을 이용합니까.

빨아보고 냄새 맡고 부딪치고. 이런 오감을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놀이터가 아이들에게는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놀이터들은 다 똑같은 것이 아니라 놀이터마다 서로 다른 창의력을 자극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음감을 터득하기에 좋은 놀이터를 만드는 거죠. 타고 내려오면 또르륵 소리를 내는 악기 미끄럼틀, 북으로 만들어진 의자들, 공명으로 울리는 기구들. 그렇게 만들 수 있는 놀이터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겠죠.”

‘새로운 예술문화 어린이 놀이터’(시흥시 신천동), ‘무장애놀이터’(서울숲)를 만들기도 했던 그는 놀이터는 아이들이 창의력뿐 아니라 관계를 배워나가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장애를 가진 친구들을 만나보지 못하면 그들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갖지 못하고 자라게 됩니다. 그래서 놀이터에서는 함께 섞여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하죠. 무장애 놀이터의 필요성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시각장애자를 위해 행단보도 위에 표시를 해주는 것과 같은 배려가 놀이터에는 아직 없어요.” 그는 어린이들이 장애를 가진 친구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놀이터를 위해 사회적으로 무장애놀이터를 위한 매뉴얼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 그는 그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건강한  관계를 확대할 줄  아는 것이  천재     

“동양에서는 인간人間, 시간時間, 공간空間. 이 모든 언어 사이에 ‘간間’자가 들어가요. 모두가 관계라는 거죠. 너와 나 사이의 관계, 시간과 시간 사이의 관계, 공간과 공간 사이의 관계. 이런 것들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엮어갈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천재상을 만들어낸다고 봐요. 세상 이치가 그렇잖아요. 내가 움직이면 공기도 같이 움직이고, 바람이 불면 단순히 바람만 부는 것이 아니라, 열도 뺏어주고, 냄새와 산소도 전해주죠. 이런 관계 속에 내가 존재하고, 이런 관계를 새롭게 계속 만들어가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스스로의 좋은 속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건강한 인간관계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리더의 자질을 가진 천재인 거죠. 남을 이기고 밟고 올라서는 것은 천재가 아니라 둔재입니다.” 내 아이만을 똑똑하게 키우겠다는 발상부터가 둔재를 키우는 지름길인지 모르겠다. 머리는 좋지만 정작 그 머리를 쓸 줄 모르는 아이를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생각해볼 일이다.

상상력을  높이는  두뇌 훈련법,  관찰  








아이와 부모가 함께 벽을 개방하는 임옥상 작가의 집


모든 상상에는 매개체가 있다. 상상의 단서들은 관찰로부터 시작된다. 타인을 잘 관찰하는 것, 세상을 잘 관찰하는 것, 그것은 상상의 시작이며 애정의 시작이다. 때문에 사물을 관찰하는 법을 알려주고 그것을 습관화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중요하다. 임옥상은 간단하지만 아이의 상상력을 최대화시킬 수 있는 법을 알려준다.

“아이들에게 잎사귀를 그리라고 하면 다 똑같은 잎사귀를 그립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나가서 서로 다른 잎사귀를 10개씩 주워올래?’ 하면 아이들은 바늘 같은 잎사귀, 넙적한 잎사귀, 딱딱한 잎사귀, 부드러운 잎사귀, 밝은 연두 잎사귀, 어두운 초록 잎사귀 등등을 주워 와서는 금방 ‘아, 잎사귀들이 이렇게 서로 다르구나’하고 깨닫습니다. 아이들이 주워온 잎사귀들을 형태상으로 분류하고 색상으로 분류해서 아이들에게 ‘이 잎사귀들로 재미난 구성을 해볼까?’ 하면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관찰에 대한 기본을 스스로 갖추게 됩니다. 그렇게 세상이 넓어지기 시작하는 거죠. 그만큼 두뇌세포도 활발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임옥상은 이 사회가 창의력 기반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만물이 봄을 역사하듯 만인이 자기 스스로 능력껏 즐겁게 생을 누릴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야 경쟁력 있는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가치 기준을 긋는 사회가 아니라 가치를 계속 생성하는, 무가치한 것조차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무한 상상의 사회를 꿈꿔본다. 아이들에게 빈 공간 없이 색을 칠하라고 윽박지르는 사회가 아니라 아이의 엉뚱한 색채와 선들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회, 그래서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찾아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를 그려본다.

?글·최유리
yuri2u@brainmedia.co.kr│사진·강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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