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 특파원 못지않은 열혈 블로거
유럽의 한류 열풍 진원지가 된 파리. 얼마 전 그곳에서 한국 아이돌 가수들의 콘서트가 성황리에 열렸다. 국내 언론 보도를 보며 보도에 거품이 있는 건 아닐까 의심도 했지만 어느 블로거의 포스팅을 본 후 생각이 바뀌었다.
포스팅의 주인공은 인생의 절반을 파리에서 지낸 ‘파리 아줌마’ 박언영 씨다. 한국에 있는 친정아버지에게 손녀들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만든 블로그는 어느새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블로그가 됐다.
현장감 넘치는 사진과 세세한 현장 묘사는 언론사 파리 특파원의 현장 취재 못지않은 힘이 있다. 그래서일까? 이 블로그 속의 파리는 여행사 홍보물에서 보던 틀에 박힌 파리가 아니다. 마치 현장에서 내 눈으로 직접 파리 구석구석을 보고 있는 듯 생생함이 느껴진다.

포스트 하나에 실린 사진만 봐도 하나의 주제를 집요하게 파고든 흔적이 보인다. 요즘엔 초상권 때문에 사람 사진 찍는 게 쉽지 않지만 대부분 허락을 얻어 사진을 찍어 올리는 열의도, 모든 것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버릇과 넉살도 블로그를 하면서 늘었단다.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 아무한테나 말을 걸고 간단한 인터뷰 요청을 하는 저를 보면서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에 깜짝 놀라기도 해요”라며 이는 프랑스인들이 다른 사람의 부탁에 잘 응해주는 덕분이라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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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아줌마가 들려주는 진솔한 프랑스 이야기
파리 밖 이방인에게 파리는 낭만과 예술의 도시로 비칠지 모른다. 하지만 교민으로 살고 있는 박언영 씨와 같은 파리 속 이방인에게 파리의 삶은 녹록치 않은 현실이다.
지난 22년의 파리 생활 동안 두 아이의 육아에 시달려 한국인지 프랑스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살아온 시절도 있었고, 남편의 사업 실패로 파리의 하늘이 우중충하게만 보이던 시절도 있었다. 그래도 그녀에게 파리는 지나온 세월의 기쁨과 슬픔, 분노와 원망, 회환과 소망이 어려 있는 ‘삶 그 자체’이다.
그래서일까. 여행지에서 지역주민들과 나눈 대화에서, 박물관을 찾은 사람들의 표정에서, 그녀의 가족사, 파리 근교의 시장, 에펠탑, 서점, 개선문, 상점, 집 앞의 공원 등 그녀의 시선이 닿은 모든 이야기에는 무겁지 않지만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없게 만드는 진솔함과 여운이 묻어난다.
그동안 블로그를 통해 프랑스인들의 삶, 프랑스 소식, 그리고 한국 교민들 소식, 프랑스 내 한국행사 등을 알려왔는데, 앞으로는 한국과 프랑스를 연결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전하고 싶단다.
‘유럽에 한국 전통 무예를 전파하는 프랑스인’에 대한 포스트가 그중 하나다. 블로그를 통해 파리가 그의 삶에 더욱 밀착되는 광경을 앞으로도 즐겁게 지켜볼 수 있을 것 같다.
글·정소현 nalda98@brainmedia.co.kr | 사진·박언영(블로그 ‘파리의 한국 아줌마’ http://blog.daum.net/parismad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