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무엇이든지 엄마인 저에게만 의존하려는 딸이 걱정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은 옷을 살 때도 학용품을 살 때도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 엄마와 함께 가려고 합니다. 물건을 사러 가서도 제가 “이거 예쁘다”라고 말하면 금세 그 물건을 사겠다고 합니다.
그럴 때 제가 “네 마음에 드는 것을 사야지”라고 하면 “나도 이게 좋아”라고 하거나 “엄마가 골라주는 게 더 좋은 것 같아”라고 답합니다. 엄마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아이를 보면서 너무 의존적으로 키운 것이 아닌가 싶어 걱정스럽습니다.
A.보통 초등학교 6학년 정도의 나이가 되면 자신의 정체감 형성을 위한 탐색이 시작됩니다. 그래서 이 또래 아이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며 또래문화 속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고자 시도합니다.
그런데 아이가 자기 생각과 주장이 없이 엄마에게만 의존하려고만 하니 걱정되시겠어요. 그러나 의존성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환경에서부터 학습된 것이므로 의존적인 성향이 강하더라도 지금부터 서서히 독립심을 키워주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이의 실수를 용납하세요
우리 뇌는 스스로 한 일에 대해서 무척 만족스러워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만2세부터 무엇이든지 스스로 하려고 하는 자율성이 형성됩니다. 이때 자신이 뭔가 스스로 해냈다는 자신감이 성취감으로 연결되고, 이런 경험들이 모여서 주도적인 아이로 성장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하는 모든 일들이 성공으로 끝나지도 않을 뿐더러 아이들은 실수를 통해 배웁니다. 시행착오를 겪고 그것을 통해 깨달으며 비로소 성장하죠.
그런데 부모는 아이의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밥을 따라다니면서 먹이고, 준비물과 가방을 챙겨주고, 학교 갈 시간에 늦지 않도록 재촉을 하는 식의 교육방법은 아이가 자기주도적이고 행복한 아이로 성장하는 데 장해가 됩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아이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줄어들고 자신감도 사라지게 됩니다. 어떤 아이라도 처음에는 자기 스스로 해보려고 합니다.
그대로 놔두면 호기심 많고 자신감 있는 아이로 자랄 수 있는데, 부모가 너무 엄격하고 예의 바른 것을 강조하면 아이의 타고난 성향과 부모의 양육태도가 맞지 않아 아이가 좌절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부적합한 아이’, ‘항상 잘 못하는 아이’로 생각하여 자신감을 상실하게 됩니다.
또한 부모가 사사건건 참견하며 다 해주면 아이는 ‘나 혼자서는 할 수 없어’, ‘엄마가 한 일은 결과가 좋은데 내가 한 일은 결과가 좋지 않아. 난 무능한 아이야’ 라고 생각합니다. 이럴 때 아이는 자신감을 상실하고 의존적으로 되기 쉽습니다.
아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아이가 독립성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는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고 주도성을 존중해줘야 합니다. 아이가 잘할 수 있는 일들을 자주 하게 해 성공체험이나 긍정적인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아이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마련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첫째, 아이의 학용품이나 옷을 살 때 부모가 몇 가지를 고른 다음 아이가 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때 아이가 선택한 것이 부모 마음에 썩 들지 않더라도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는 태도를 부모가 먼저 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부모와의 관계에서 벗어나 또래와 어울리면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게 해줍니다. 또래집단과의 교류는 아이의 성장에 매우 중요한 과정이니,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충분히 만들어줍니다. 놀이하는 과정에 엄마가 개입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엄마가 아이의 불완전함을 인내하며 지켜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셋째, 아이가 자신의 선택에 책임질 수 있도록 합니다. 아이는 자신의 행동에 따른 결과를 경험하면서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문제상황에 부모가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말고 아이가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도록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넷째, 아이가 실패했을 때 그 과정에서 아이가 노력한 것에 대해, 그리고 아이의 의도를 파악해 격려해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자립심을 키운다고 아이가 도움을 청하는데도 외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혼자 무엇인가를 하려고 할 때 곁에서 지켜보다가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적절히 나서야 합니다. 아이의 ‘한 걸음’ 뒤에 있다가 필요할 때 ‘딱 한 걸음’ 만 도와주세요. 이렇게 부모의 도움이 잘 조절되면 아이에게 자신감이 생기고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도 하나둘 늘게 됩니다.
글·오미경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
일러스트레이션·이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