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교육 현장 속으로 미래를 여는 힘, 스스로의 뇌에서 찾다

뇌교육 현장 속으로 미래를 여는 힘, 스스로의 뇌에서 찾다

서울 신화초등학교 손정향 교사

브레인 9호
2010년 12월 23일 (목)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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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말부터 대두되기 시작한 미국과 유럽의 ‘교실 파괴’, 일본의 ‘학교 황폐화’ 등에서 알 수 있듯 공교육 문제는 전 세계가 고민하고 있는 국가정책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다. 원인과 환경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인성교육의 실패와 학업성적의 저하가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체험을 통해 뇌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가게 하는 뇌교육으로 인성과 학업성취를 이루고 있는 서울 신화초등학교 손정향 교사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새로운 교육의 출발점을 찾아보자.







작은 구멍으로는 작은 세상만이 보인다
서울 신화초등학교, 손정향 교사가 담임인 6학년 4반에는 독특한 인사법이 있다. 90도로 허리를 굽히고 마음속으로 셋을 셀 때까지 인사하는 일명 ‘3초 인사’다. 손 교사는 3초 인사와 뇌체조 프로그램을 학급에 도입해 2007년 전국초중등뇌교육연구회에서 진행한 <뇌교육(Brain Education)을 통한 행복한 학급문화 만들기 12전략> 연구에 참여했다.

그가 3초 인사에 대해 처음 이야기했을 때 아이들은 무척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매우 쑥스러워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빈 종이 한 장씩을 나눠주고 작은 구멍을 뚫게 한 뒤 뚫린 구멍을 통해 무엇이 보이는지 물었다고 한다. 당연히 아이들은 작은 점 정도밖에 잘 안 보인다고 대답했다. 구멍을 더 크게 만들어서 보고, 나중에는 종이를 치워보라고 말한 뒤 아이들에게 그는 사랑의 의미에 대해 말해주었다고 한다.

“사랑도 이처럼 작은 구멍 하나로 보이는 사랑, 두 개로 보이는 사랑, 종이를 완전히 치우고 보이는 사랑이 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사랑에는 부모님의 사랑, 남녀 간의 사랑뿐 아니라 많은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죠. 종이를 치우고 보는 사랑은 어떤 사랑일까요? 지구인 모두를 사랑할 수 있는 넓은 사랑이죠. 이런 마음으로 사랑을 담아 인사를 해보면 그 마음이 느껴질 것이라고 얘기해주었습니다.”

3초 인사와 행복통장이 학급을 바꾸다
3초 인사를 통해 6학년 4반 아이들은 사랑과 마음에 대해 생각하고 상대방을 생각하는 습관을 익힐 수 있었다. 행동을 가르쳐 마음을 바꾸기보다는 체험을 통해 마음을 바꾸고 자발적으로 참여를 유도하는 뇌교육의 원리에 따른 것이다. 손교사는 3초 인사를 비롯해 마음을 여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통해 학급 분위기가 무척 좋아졌다고 한다.








 “반 전체가 하나가 되어 서로 도와주는 분위기가 됐죠. 반끼리 겨루는 이어달리기와 긴줄넘기를 학기에 두 번씩 하거든요. 한 명도 빠짐없이 하기 때문에 아무리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분위기가 안 되면 못하는 경기인데 우리 반이 우승을 했어요. 다른 선생님들도 단결을 잘하고 착하다며 칭찬하시고, 아이들 스스로도 우리 반은 서로 잘 뭉친다고 말합니다.”

저마다 하나씩 가지고 다니는 행복통장도 도움이 되었다.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 점수를 매기고 도움을 받은 사람이 확인을 해주는 행복통장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과 반 전체의 행복을 쌓아나갔다. 적립된 점수를 쿠폰이나 간식거리 같은 상품으로 바꾸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스스로의 행동에 기쁨을 느끼게 된 것이 큰 성과였다. 뇌교육의 이러한 성과를 보고 2학기에는 6학년 특색사업으로 ‘홍익 인성수련’ 교육이 도입되어 학년 전체의 분위기도 향상되었다고 한다. 다른 학교에서 자주 일어나는 왕따나 이런저런 말썽들이 사라진 것이다.








실천의 에너지는 스스로 만든다
단기간의 성과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도 변화를 이루는 뇌교육 프로그램들 덕분에 아이들의 자발성 역시 크게 향상되었다고 손교사는 말한다. “1년 동안 진행하면서 중간에 힘들다는 얘기도 많았어요. 하지만 끝날 때가 되면 아이들은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자신의 변화를 많이 느끼죠. 학부모님들도 예전엔 이것저것 챙겨줘야 했지만 이제는 집에서도 알아서 잘한다고 놀라워하세요.”

이러한 변화에는 뇌체조가 끼친 영향이 적지 않다. 3월 초 재량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몸과 집중도를 체크해보니 수업 중에 집중하기 힘들어하고 자신감도 현저하게 떨어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체력이 많이 약해져 있어 병치레도 잦고 작은 일에도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흥분했다. 처음 뇌체조를 접한 아이들은 별나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이제는 스스로 활용하기까지 한다.

6학년이 되어 스스로 우울하고 불안했다는 한 학생은 “따라 할 때면 마음속이 비워지고 편안해지곤 해서 집에 가서도 분위기를 바꾸고 우울함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글짓기에서 자신의 소감을 말했다. 몸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을 털어버리고 자신감을 얻는 방법을 익힌 것이다.

자신감이 집중력의 기초
익숙해진 뇌체조로 지난 7월에 전국국학기공대회에서 상을 받으면서 아이들의 자신감과 일체감은 더욱 높아졌다. 손 교사와 반 아이들은 ‘신화창조’라는 이름의 팀을 결성해 참가해서 바르게 숨을 쉬자는 ‘바숨 댄스’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대회에 참가하는 학생들만이 아니라 반 전체가 함께 연습했다고 한다. 무대 위로 올라가지 않는 학생들도 연습을 함께 하고 대회에 참관하면서 함께 수상을 만들어냈다.

연습을 할 때는 힘들었지만 여러 사람들 앞에서 무대에 나서고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너무나 신나했다. 나서기 싫어하던 아이들도 “자랑스럽고 다음에도 대회에 나가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대회에 같이 갔던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도 너무 즐거운 경험이고 아이들에게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손 교사는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이 적극적이지 못하고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1학년에서 6학년이 되는 동안 아이들에게는 조금씩 실패 경험이 쌓입니다. 그래서 굉장히 부정적이고 가라앉아 있는 것이 아이들의 전반적인 분위기예요. 하지만 이런 활동들을 통해서 자신감이 생기고 성적이 오르고, 이전보다 성장했다고 스스로 평가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학습 집중력을 올리는 스피드 브레인
졸업식이 며칠 남지 않는 아이들에게 손 교사는 ‘스피드 브레인’이라는 학습 프로그램을 지도했다. 스피드 브레인은 집중력을 강화하고 순간적인 정보처리 능력과 기억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국제브레인HSP올림피아드의 종목 중 하나로 채택된 것이다.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아이들은 한 가지 사물에 집중해서 여러 가지 느낌을 얘기했다. 이어서 선생님이 제시하는 그림의 점과 선들에 집중하는 훈련을 진행했다. “커졌다 작아졌다 해요”, “점 하나만 보여요” 하며 아이들은 손을 들어 자신의 느낌을 발표하고 손 교사는 잘하고 있다고 격려하면서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손 교사는 곧 중학생이 되어 새로운 환경을 접하게 될 아이들의 학습 집중력을 좀 더 높여주기 위해 스피드 브레인을 소개했다고 한다. “하나에서 점점 확장해서 집중하고 기억할 수 있는 훈련방법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기초적인 방법을 알려주면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훈련을 통해 제대로 해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자신의 뇌를 믿으며 새로운 길을 떠나는 아이들
손 교사의 반을 거쳐 변화된 아이들이 중학교라는 낯선 환경에서 혹시 좌절하지 않을까? 이러한 걱정에 손 교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쳐갈 수 있는 방법들을 익힐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말한다. “스스로 집중하는 방법,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 문제를 이겨내는 방법을 알기 때문에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겁니다.”

손 교사는 뇌체조, 웃음수련과 함께 팔을 벌리고 다리를 굽히는 것과 같은 정지동작들로 인내심을 기르고 자신을 돌아보는 HSP Gym 같은 뇌교육 프로그램들로 마음의 힘을 길러냈다고 한다.

그의 반 아이들은 뇌교육을 접한 모든 다른 아이들처럼 선택이라는 단어에 익숙하다. 아이들 모두 자신의 뇌를 믿고 여러 가지 가능성과 결과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학년 초 많은 문제들을 가진 아이들이 각자의 상황과 마음을 들여다보며 이겨내는 과정들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업성적도, 장래의 성공도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뇌가 어떻게 정보를 다루고 그것을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학력 위주, 과도한 입시 위주의 기존 공교육이 정보화와 세계화, 평생교육과 유비쿼터스 교육이라는 새로운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교육이 지식의 습득과 학습의 근본이 되는 기초적인 능력, 즉 자신의 뇌를 어떻게 활용하여 쏟아지는 정보를 처리하는가에 대한 방법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이다. 뇌교육을 통해 뇌의 주인이 되는 길을 걸어가기 시작한 아이들이 새로운 공교육의 미래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글·김성진
daniyak@brainmedia.co.kr | 사진·김명순







●평화로운 뇌를 만드는 ‘3초 인사’●

3초 인사는 단지 특이한 인사방법이 아니라 자신과 타인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고 스스로의 마음을 살펴보게 하는 교육방법이다. 따라서 인사방법 그 자체보다는 사랑과 인사의 개념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사를 받는 상대방도 감사와 사랑의 박수를 쳐주면서 상대방의 마음을 느끼도록 하여  뇌의 공감, 소통 능력을 자극한다.

방법
두 손을 배꼽 아래의 단전 위치에 공손히 모아서 허리를 펴고 바르게 선다.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고 마음으로 사랑한다고 생각을 하고 90도로 허리를 숙이면서 “사랑합니다”라고 소리내어 인사를 한다. 마음속으로 숫자 3까지 센 후 허리를 편다. 인사를 받는 사람은 상대방의 사랑의 마음이 느껴지면 감사와 사랑의 박수를 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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