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키운 건 자유로운 두 손

뇌를 키운 건 자유로운 두 손

Body & Brain

브레인 27호
2011년 04월 23일 (토)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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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의 손
최근 매직쇼 ‘더 일루션’을 통해 관객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는 마술사 이은결. 마술을 해온 15년 동안 손 감각을 키우는 훈련을 쉬지 않았고, 요즘에는 핑거발레라는 손 동작을 연습하고 있다.

“마술사의 아이디어는 머리에서 나오지만 그것을 완성시키는 기술은 손끝에서 나온다”고 그는 말한다. 이은결에게 손은 새로운 가능성을 실현하는 가장 소중한 도구다.

손가락이 뇌 감각을 깨운다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206개의 뼈 중에서 4분의 1이 두 손을 구성하는 데 쓰인다. 인류는 직립보행을 하게 되면서 자유로워진 두 손을 이용해 정교하고 다양한 일을 해내고, 도구를 활용해 문명을 창조하며 진화해왔다.

흔히 우리 몸은 뇌의 지시를 따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경생리학자인 프랭크 윌슨은 손은 뇌의 지시대로 수동적으로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직접 만져보고 쥐어짜고 찌르면서 터득한 손의 감각이 뇌에 정교한 신경망을 만든다는 것이다.


신경외과 의사 와일드 펜필드가 운동과 감각을 담당하는 뇌의 면적을 각 신체 부위에 비율별로 적용한 인체모형인 ‘호문쿨루스’를 보면 뇌에서 두 손이 차지하는 영역이 가장 크다.

그만큼 손의 감각기능은 다양하고 섬세하다. 인체 부위 중 가장 많은 감각기관이 손에 밀집돼 있기 때문에 외부의 감각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따라서 손을 사용하는 만큼 뇌도 발달한다고 할 수 있다.

양손을 쓰는 연주가들, 좌우뇌 정보통합 능력 뛰어나
교육 전문가들은 손의 활동이 지적 능력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창작과 표현능력 발달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특히 뇌가 크게 발달하는 만 3세 무렵의 아이에게 손을 이용한 놀이는 더욱 중요하다.

이스라엘의 한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손뼉 치며 노래 부르기를 즐기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뇌가 더 빠르고 다양하게 발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런 아이들은 손 글씨를 더 잘 쓰고 올바른 맞춤법을 구사했으며 난독증이 적었다.


양손으로 악기를 연주하는 음악가들의 경우에도 뇌 촬영결과를 보면 일반인보다 뇌의 좌우반구 모두를 더 활발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미국의 한 연구팀은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 20명과 그렇지 않은 학생 20명을 대상으로 창의력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는데, 음악을 전공한 학생들이 일반 학생들보다 더 창의적일 뿐 아니라 양쪽 전두엽이 더 많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실험을 진행한 브래들리 플레이 박사는 “음악 연주가들은 일반인들과 정보처리방법에 차이를 보인다. 이들에게 좌뇌로 들어오는 음악기호 정보와 우뇌로 들어오는 악보해석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는 능력은 필수적이기 때문에 양쪽 뇌로 들어오는 각기 다른 정보를 평가하고 통합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음악뿐 아니라 타이핑처럼 양손을 쓰는 동작은 양쪽 뇌를 모두 자극해 창조력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설가 김훈은 원고를 여전히 손으로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창의적인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습관 가운데 하나는 늘 메모를 하는 것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손으로 쓰고, 그 손의 움직임에 따라 다시 뇌신경이 자극받으면서 손과 뇌는 서로 반응을 주고받는다.


프랑스의 한 연구팀이 실험대상자를 A, B 두 그룹으로 나누어 알려지지 않은 알파벳을 배우게 했다. A그룹은 손으로 글자를 읽고 쓰면서 배우게 했고, B그룹은 키보드를 사용해 배우게 했다. 실험결과 A그룹에 속한 사람들의 기억력이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창의성은 기억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본의 뇌과학자 모기 겐이치로는 “창의성은 많은 시간동안 축적된 기억의 정보량을 바탕으로 그 정보들이 편집되는 과정에서 생겨난다”고 했다.


이밖에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치매환자들을 위해 권장되는 것 중에 하나가 뜨개질이나 퍼즐, 그림 그리기, 실뜨기 놀이, 종이접기 등 손을 이용하는 활동이다. 이는 손을 움직임으로써 뇌신경세포를 자극해 치매증세가 진행되는 것을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발달로 생활환경이 편리해짐에 따라 손을 사용하는 정도가 급격히 줄고 있다. 버튼을 누르거나 터치하는 동작만으로 해결되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 뇌는 손이 좀더 혹사당하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손과 머리를 유연하게 하는 손가락 운동
유연하고 재빠른 손놀림을 기본으로 하는 마술사들은 어떤 방법으로 손을 훈련할까? 마술사들에게도 가장 기초가 되는 동작은 역시 ‘손가락 접었다 펴기’다. 아기들이 하는 잼잼과 다른 점이라면 손가락을 순서대로 하나씩 접었다가 펴는 것.

간단한 동작이라 쉬워 보이지만 실제 해보면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러나 계속 연습하면 열손가락을 파도타기 하듯이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

먼저 아기들이 ‘잼잼’하듯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준비운동을 한다. 
?  양 손바닥을 위로 한 상태에서 주먹을 쥔다.
왼손 엄지부터 차례로 한 손가락씩 편다. 오른손잡이는 왼손부터, 왼손잡이는 오른손부터 시작한다. 잘 사용하지 않는 손이나 잘 안 되는 손부터 연습하여 익숙해지면 다른 한손은 더 수월하게 된다.
?  양 손을 다 편 다음에 다시 오른손 엄지부터 차례로 한 손가락씩 접는다. 
이렇게 접었다 펴는 동작을 이어서 한다. 동작이 익숙해지면 점점 더 빠른 속도로 한다.

글·정소현 nalda98@brainmedia.co.kr
사진·김성용 pangod@hanmail.net
촬영 협조·매직게이트 엔터테인먼트 마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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